어쩌면 자신을 사랑하기 위한 험난한 과정에 용기를 보태는 앨범이 될 지도 모르겠다. 사랑을 둘러싼 상흔을 노래하던 카코포니는, 사랑의 신 ‘CUPID’를 뒤집은 앨범명 <DIPUC>을 통해 지난날의 입장을 역전시켜 상처를 주는 이가 되어본다.
겨울의 한가운데서 만난 김뜻돌은 이제 무언가를 바꾸거나 비판하기보다는 다양한 감정을 수용하고 사람을 이해하려는 마음을 온몸 가득 품고 눈 속에서 갓 피어난 에델바이스의 꽃망울처럼 활짝 열려 있었다. 에델바이스의 꽃말인 고귀한 사랑이다. 세상에 고귀한 사랑을 나눠줄 준비가 된 그와 인터뷰를 나누었다.
사뮈가 새 EP <가을은 흐릿한 오후>로 돌아왔다. 앞서 정규 앨범을 발매하기까지 3년 반의 시간이 걸렸던 그는 이후 이번 EP를 발매하기까지 마찬가지로 3년 반이 흘렀다. 앨범 제목만큼 흐릿한 가을날 사뮈를 만나, 다양한 주제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조웅이 솔로 앨범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은 몇 년 전부터 들려왔다. 그 사이 데모곡이 두 차례 사운드클라우드에 공개되기도 했다. 기다림과 궁금증 끝에 최근 공개한 <슬로우모션>은 기대한 것 이상으로 흥미로운 요소가 많은 앨범이었다. 그의 작업실에서 앨범 발매에 관한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우리가 지금 목도하고 있는 건 완벽한 비행을 위한 한로로의 ‘에튀드’일지도 모른다. 함께 커피를 마시고, 눈을 빛내며 자신의 음악을 이야기하는 한로로는 자신의 몸을 부셔가며 조각조각 반짝이는 윤슬처럼 온전한 형태의 완성된 아름다움은 아니지만 불확실하고도 불안하지만 영원히 소모되지 않을 청춘 그 자체였다.
여기 최근 발매한 듀오 신곡들이 있다. 두 사람이 만난 계기와 조합, 장르와 감성은 조금씩 다르지만, 이 계절과 어울리는 소박한 서정과 온기는 매한가지다.
두 사람은 부부이거나 연인 관계라는 오해를 사기도 하지만, 50여 년 전 각자의 앨범에 수록하여 둘 다 그래미를 수상한 ‘You’ve Got a Friend’가 상징하듯, 끈끈한 우정으로 맺어진 동료 관계다.
진지한 표정과 가사로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른다. 포크 싱어송라이터인가 했더니, 의외로 다채로운 분위기와 사운드의 팝을 소화한다. 다재다능한 팝 뮤지션인가 했더니, 무대 위에서 춤까지 춘다.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를 두고 인디신은 ‘무경계 뮤지션’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우리는 1990년대, 세기말의 홍콩을 모르지만 잘 안다. 수많은 영화와 영상, 매체를 통해 화려함과 서글픔, 낭만과 허무가 함께 존재하는 그 시절의 감성에 흠뻑 취한다. 강렬하면서도 몽환적인 적색과 청색, 녹색이 한 화면에 어우러지는 가운데 테이블 한구석에서 윤지영은 사랑의 끝을 노래한다. 마치 그 시절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이내 그가 의도한 ‘아름답지 않은 것’이 ‘지독한 이별’이나 ‘처절한 패배 의식’을 의미하는 게 아님을 알게 된다. 차마 노래에도 쓰이지 않을 만큼 쉽게 버려진 했던 것들. 쓸모 미만의 시간과 감정에 대해 박소은은 주목한다.
높은 곳을 날기보다 미처 그곳을 바라보기도 전에 눈앞에 산재한 일들을, 소소한 듯 묵직하게 밀려오는 감정들을 대하기도 왠지 벅차다. 다행인 것은 그의 노래가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는 사실이다. 괜찮은 척 애써 다시 덮어놓지도 않고, 한껏 부풀려 끝을 향해 내달리지도 않는다.
일상에서 피어나는 물음의 끝은 대부분 물음에 머물러 있다. 정지아는 자신의 노래에 수수께끼 같은 질문을 끌어들인다. 답에 다가서는 듯하지만 끝내 내리지 않는다.
듣는 순간 ‘이 노래는 어디에서 왔을까?’ 궁금해지는 음악이 있다. 어둡지만 군데군데 밝은 빛이 새어 나오고, 고요하지만 순간순간 적막을 깨는 소음이 정신을 어지럽히는 도시 한가운데서 마치 스스로 이방인이라도 된 듯 귀를 기울이게 되는 고갱의 노래다.
상처나 불안을 온전히 껴안는 첫 번째 단계는 그것을 자신의 앞에 진솔하게 내어놓는 것이다. 밍기뉴의 노래가 그의 가사와 목소리로 듣는 이의 감성을 안아준다면, 무대는 드넓은 숲이 선사하는 탁 트인 공간감, 진초록빛과 농도를 오가는 갈색의 흙빛으로 보는 이의 감각을 끌어안는다.
무려 16트랙의 꽉 찬 정규 앨범과 함께 등장한 프로듀서 김도언. 본격적인 솔로 활동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그를 만나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넘나들며 작품의 겉과 속을 모두 관통하는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녹음보다 더 녹음처럼 들리는 라이브, 맑은 진성과 짙은 가성을 이질감 없이 넘나드는 테크닉, 감정을 과하지 않게 적절히 호소하는 가사와 전달력까지. 마치 노래와 R&B를 위해 태어난 가수인 것만 같다.
아무 생각 없이 길을 걷다가, 작은 스마트폰 화면 속을 부유하다가 잠시 걸음과 손을 멈추게 하는 목소리가 있다. 음이 하나하나 굴러가다 보면 어느새 노래가 끝나고, 멈춰 있는 것만 같던 시간 역시 다시 흐른다. 예빛의 노래를 듣는 순간이다.
때로는 음원 보다 라이브 버전에 더 이끌릴 때가 있다. 태국 뮤지션들의 라이브 세션 버전 무대를 모아보자.
그는 어느 한쪽을 굳건히 대표하기보다 평행선 같은 양극단을 이어붙이고자 하는 사람에 가까웠다. 그리하여, 공교롭게도 본인 스스로 ‘래빗’임을 자처한 오하이오래빗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부단히 나아가는 중이다.
빠르고 각박한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동화는 순진하고, 에세이는 왠지 뻔하다. 소설 속 현실은 너무 잔인하고, 시는 난해한 말투성이다. 다행히 일상과 판타지의 미묘한 경계 위에 유라의 노래가 있다.
문득 너무 평범하고 초라해서 굳이 돌이키지 않는 보통의 순간이 있고, 그와 별반 다르지 않은 대수롭지 않은 순간인데 유난히 잔상에 남아 머리에 맴도는 기억이 있다. 지난 시간, 스쳐 지나간 풍경과 감정을 아름다운 노래로 차분히 재현하는 결(KYUL)과 그의 음악이 그렇다.
중요한 사실은 누가 후보에 오르고, 수상할 지가 아니다. 이토록 좋은 음악이 다양한 장르와 분야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음을 되새기는 일이다. 올해도 한국대중음악상 후보에 오를 법했지만 오르지 못한 음악들을 돌아보며 이 상의 중요한 취지를 지지한다.
‘조율’이라는 이름에서 연상되듯 “소리에서 시작해서, 소리로 끝났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는 아티스트가 있다. 그의 데뷔 정규앨범에는 앞선 포크 EP를 통해 예상할 수 없던 각종 앰비언스, 노이즈 사운드가 가득하다. 조율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쌉쌀함 끝에 남는 단맛으로 자꾸 꺼내게 되는 한 잔의 생강차 같은, 재주를 달이고 달여서 위트 있게 꺼내어 놓는 진저루트의 음악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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