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fortunately it’s not you. 불행히도 그게 넌 아니네.” – ‘Losing Myself’ 중에서

듣는 순간 ‘이 노래는 어디에서 왔을까?’ 궁금해지는 음악이 있다. 어디든 좋은 음악이 있다면 쉬이 닿을 수 있는 오늘을 우리는 살고 있기에 팝이든 국내 음악이든 가리지 않고 탐미하지만 유독 그 소리만큼은 출처를 따라가게 된다. 차분하고 몽환적으로 부유하는 로파이(Lo-fi) 사운드, 귓가에 달콤하게 흥얼거리는 보컬. 어둡지만 군데군데 밝은 빛이 새어 나오고, 고요하지만 순간순간 적막을 깨는 소음이 정신을 어지럽히는 도시 한가운데서 마치 홀로 이방인이라도 된 듯 귀를 기울이게 되는 고갱의 노래다.

 

고갱의 방(room)

파격적인 행보와 개성 짙은 작품에도, 자신의 예술 세계보다 사후 최고의 명성을 가져간 빈센트 반 고흐와의 깊은 인연으로 더욱더 잘 알려진 폴 고갱(Paul Gauguin). 실제 이름과 어렸을 적 꾸었던 화가로서의 꿈이 이어져 누군가의 기억과 망각, 관심과 무관심의 경계 어디쯤 위치한 19세기 화가를 연상하게 하는 이름에서 뮤지션 고갱의 뚜렷한 주관이 느껴진다. 데뷔 후 10년 가까이 이르며 곡절을 겪은 그의 지난 시간과 사무치는 여러 감정을 영어로 에둘러 말하는 가사들을 들여다보면 그 사연이 더욱더 궁금해진다.

“Don’t take care. Everything’s gonna die. 돌보지 마세요. 모든 건 사라지기 마련이니까요.” – ‘How Much More Do I Need’ 중에서

데뷔 전,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해 가능성과 좌절을 동시에 맛보았고, 2014년 첫 싱글 발표 후에는 TV 광고음악에 음악이 쓰이며 뜻밖의 관심을 얻기도 했다. 분위기 있는 광고 음악으로 주로 해외 음원이 선택된다는 사실을 떠올릴 때 고갱의 음악에 익숙함과 낯섬 사이 남다른 매력이 있음이 분명했다. 실제로 먹먹한 밴드 사운드와 부드럽게 스치는 영어 가사, 바로 귓전에서 울리는 듯 가까이 들리는 고갱의 노래는 드넓은 공간이나 대형 콘서트장에서 만나는 것보다 나만의 공간, 내 방에서 들을 때 감흥이 배가되는 것 같은 감성으로 가득하다. 흔히 베드룸 팝으로 불리는 스타일과 인디 록, 순박한 발라드와 세련된 R&B 사이 가장 오묘하고 반가운 자리에 안착한다.

 

고갱의 노래

“Just become a fool like me. Just run away. 그냥 나처럼 바보가 되어버려요. 그냥 도망가 버려요.” – ‘How Much More Do I Need’ 중에서

너와 나의 마음이 스치는 거리 위, 사랑의 종착지를 가늠할 수 없는 그곳에서 그저 “도망가.”라고, “나처럼 바보가 되어버리라.”고 노래하는 ‘How Much More Do I Need’에는 관계에서 비롯된 상처와 체념, 두려움과 미련이 두루 느껴진다. 2019년에 싱글로 먼저 발매한 후 올해 초, 첫 정규앨범 <oh!honeybee>에 수록하기도 한 이 노래의 백미는 단연 초중반부 속삭임 뒤 말미에 이르러 쏟아내는 절규에 가까운 열창이다. 조용히 자신의 방을 속사이던 노래가 당신의 방을 향해 훌쩍 날아오르는 순간이다.

고갱의 이번 배민라이브 영상은 서울 성수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촬영했다. 아기자기한 공간 안팎에 살뜰하게 들어찬 밴드 셋과 따스한 조명, 밤의 낭만이 다소곳이 앉아 있는 것만 같은 풍경이 해외에 와있는 것만 같은 분위기를 선사한다. 영상 인트로 속 도로를 바라보는 고갱의 시선으로 스치는 순환버스, 문득 비치는 배경 뒤로 우리에게 익숙한 거리와 가로수, 오가는 자동차들의 바쁜 질주에서 현실과 비일상이 고루 스친다.

싱글과 앨범 수록곡의 원곡 버전에서 다소 먹먹하게 표현되었던 사운드가 훨씬 명료하게 그려지며 노래 속 날것의 감정을 심화한다. 반복되는 건반의 루프, 퉁탕대는 기타와 베이스, 드럼의 리드미컬한 움직임이 하나하나 비치며 쿵쾅대는 것만 같은 심장의 박동을 표현한다. 앞서 방 안에 숨으려 했던 울부짖는 고갱의 목소리와 음악의 박동이 선명한 라이브를 통해 도시의 밤공기와 소음을 뚫고 다가선다.

‘How Much More Do I Need’ 배민라이브

 

고갱의 비행

“I’m losing myself. When I have to take care of me first. 나는 나를 잃어버리고 있어. 나를 먼저 생각해야 할 때.” – ‘Losing Myself’ 중에서

최근 발표한 ‘Losing Myself’에서 고갱은 자신의 방으로부터 출발해 도시로 날아가고, 다시 방으로 돌아오며 이야기를 끝맺는다. 나 자신을 잃어버린 듯한 기분으로부터 나아가 누군가 진심으로 잘 되기를 바라고 행복을 빌었던 마음을 털어놓지만, 이내 이야기의 핵심과 반전이 될 마지막 고백을 통해 기나긴 여운을 남긴다. 과감한 터치와 색채, 비범한 소재로 남다른 세계를 화폭에 담았던 폴 고갱처럼, 고갱의 음악은 국적을 가리지 않는 감각과 솔직한 보편의 감성, 역동적이고 중독적인 그만의 색채로 우리의 사랑을 노래한다.

특유의 영어 가사와 단문 혹은 공백의 음원 소개 등 고갱은 노래에 많은 단서를 남겨 놓는 편은 아니다. 그런데도 귀를 잡아 끄는 그의 노래엔 이 방과 저 방을 이어 붙여주는 강렬한 인력이 작용한다. 이번 배민라이브 촬영 후 남긴 아래 소감에서는 이러한 고갱의 취향을 조금 더 들여다볼 수 있다.

‘Losing Myself’ 배민라이브

 

Q1. 배민라이브 촬영하게 된 소감은요?

오랜만에 너무 재밌었던 촬영이었습니다. 스태프분들도 전부 친절하게 대해 주셔서 정말 편하게 촬영하였어요. 다시금 부지런히 살아보려던 때에 때 마침 좋은 에너지를 얻어 갔습니다.

 

Q2. 작업/음악 준비하시면서 자주 시켜 드시는 가게/메뉴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저는 아무래도 집에 오래 있다 보니 배달음식도 적지 않게 시켜 먹는데요. 수제 버거를 좋아해서 요즘은 ‘블리스 버거’의 더블치즈 버거나 ‘감성 낙곱새’에 낙곱새도 좋아하고 ‘신전 떡볶이’에서도 특히 많이 시켜 먹었네요.

 

Q3. 배민라이브 구독자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날이 많이 더워졌는데 더위 조심하시고, 기분 좋은 음악 그리고 음식과 함께 올여름 잘 보내셨으면 좋겠어요 매번 그랬듯이 무사히 잘 지나가길 바라며 인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배민라이브는 숨은 음악 맛집을 찾아 배달하는 배달의민족의 음악 콘텐츠입니다. 유튜브 채널에서 매달 새로운 아티스트의 라이브 영상을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