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답을 채울 필요는 없잖아” – ‘답’ 중에서

우리는 일상에서 단순하면서도 정답 없는 무수히 많은 질문에 봉착한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좋은 음악은 어떤 음악일까’ ‘내일의 모습은 어떠할까?’ 때때로 저마다의 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거나 실제로 그에 근접한 경험 혹은 교훈을 얻기도 하지만, 대부분 물음의 끝은 여전히 물음에 머물러 있다. 정지아는 자신의 노래에 수수께끼 같은 질문을 끌어들인다. 관계와 사랑에 대해, 꿈과 현실에 관해. 진지함과 호기심, 차분함과 생기가 공존하는 목소리가 부드럽고 달콤한 사운드, 간결하면서도 명료하고 다채로운 그루브와 만나 물음의 과정들을 그리며 인디팝, R&B 스타일의 그만의 따뜻한 다큐멘터리를 완성한다.

 

정지아의 수수께끼

첫 EP <재생>(2019) 발매로부터 5년 전, 싱어송라이터 정지아가 발표했던 데뷔 싱글 ‘가끔’은 지금과 다르게 R&B 색채를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대신에 그의 음악 색을 대표하는, 물음으로 가득 찬 가사가, 담백하면서도 가사만큼 의뭉스러운 전개의 건반 반주와 함께 이때부터 모습을 드러낸다. “한순간의 거짓도 없었던” “너의 눈을 바라보며” “그 사람 생각”(‘가끔’(2014))을 했던 자신을 고백하고, 갈팡질팡하는 자신의 마음과 이런 나를 네가 이해해 주기를, 그러나 그럴 수 있을지 혼란스러운 솔직함이 돋보이는 발라드 트랙이다.

“이게 나의 마지막 말이 된다면 나는 너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 ‘남겨진 장면’ 중에서

이후 틈틈이 활동을 이어 오면서도, 잠깐 공백을 거쳐 탄생한 <재생>에서는 단지 음악이 흘러가고 연주되는 것(play)을 넘어 마치 다시 태어난 듯한(rebirth) 새로운 매력과 여전한 개성으로 자신의 세계를 확장한다. 정지아는 그리고 <재생>은 상상과 현실이 깃든 장면에 관해, 순간이 포착한 사고와 감정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를테면 첫 트랙 ‘개인의 영화’는 흔히 주마등처럼 스친다고 표현하는, 죽기 직전 한 사람의 파노라마 같은 생을 영화를 보듯 감상한 관객이 등장한다. 뒤이어 현실에 남은 화자는 너와 나 사이에서의 마지막 말과 표정을(‘남겨진 장면’), 정의할 수 없는 관계의 맥락을(‘답’) 고민하지만 결국 답을 정해 놓지 않은 채 흘려버린다.

 

정지아의 노래

“시간은 조금 걸려요. 무언가를 알아채기 전까진.” – ‘틈’ 중에서

답을 구하는 과정은 누구에게나 늘 고단하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때때로 질문을 구하는 것조차 외면하거나 망각한다. 그러나 정지아는 멈추지 않는다. “어쩌면 놓쳤을 뻔한 생각들이” 설사 “날 불편하게 만드는 생각이어도” ‘틈’을 향해 눈을 갖다 대고 그만의 답을 엿보기(‘틈’)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렇게 바라본 너의 세상이 점차 선명해지고 그만의 색으로 물든 것을 조금씩 확인하며 정지아의 다큐멘터리는 현실의 온도와 조금씩 발을 맞추어 간다.

정지아의 이번 배민라이브 영상은 서울 근교의 모 창고에서 촬영되었다. 밴드 세트 뒤 멀리 보이는 푸른 잎 무성한 자연과 지붕을 두드리는 시원한 장맛비, 도로를 오가는 자동차 소리와 길 건너편 작물이 무성하게 자라나는 밭의 풍경이 눈과 귀를 동시에 끌어당기며 그의 사뭇 진지한 노래와 물음에 상쾌함을 더한다.

마치 음원을 고스란히 듣고 있는 것처럼 차분하고 안정적인 라이브는 번잡한 세상 밖 풍경보다 나와 너의 내면을 가만히 관찰하는 데 훨씬 익숙한 정지아의 음악 그 자체처럼 느껴진다. 라이브 드럼 없이 건반과 기타, 베이스만으로 이루어진 단출한 편성 위에 얌전하게 통통 튀어 나가는 노래의 관찰력과 호기심, 어제의 시간을 오늘에 이르러 돌아보는 성찰과 고백이 여러 색이 겹쳐진 비 오는 날의 수채화처럼 맑은 빛을 발한다.

‘틈’ 배민라이브

 

답 없는 수수께끼의 모양

“너무나 많은 표정의 너에게서 영원히 이해하지 못할 너를 느껴” – ‘눈맞춤’ 중에서

최근 발표한 ‘눈맞춤’에서 정지아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사랑의 순간과 그로 인해 자연히 느끼게 된 상대에 대한 강렬한 갈망과 궁금함을 어느 때보다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앞서 데뷔 싱글에서 EP를 거치며 발라드에서 R&B로, 이후 <재생>에서 지난해 <입수>(2021)까지 이르며 선명한 건반 중심 사운드에서 기타를 좀 더 존재감 있게 활용한 몽환적 사운드로 변화를 거친 것처럼 음악 역시 보다 희미하고 경쾌한 분위기의 새 옷을 입었다.

이 노래에서 정지아는 관찰자와 해석자 사이를 부단히 오간다. 너를 바라보며 분명 “영원히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느끼면서도, “너를 알고 싶어서” “네가 하는 걸 모두 따라” 하게 된다. 그런 너는 마치 “하나의 기호처럼” “여전히 밝혀진 것이 없는” 존재이지만, 존재에 대한 미스터리처럼 그런 너를 향한 나의 사랑조차 가늠할 수 없게 된다. 이번 배민라이브 촬영 후 남긴 아래 소감에서는 정지아의 취향과 생각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눈맞춤’ 배민라이브

 

Q1. 배민라이브 촬영하게 된 소감은요?

촬영 날 비가 정말 많이 와서 촬영이 더 기억에 남아요. 저도 그렇고 제 음악도 그렇고 햇빛이 쨍한 날보다 비가 오는 날이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 마침 비가 와서 더 좋은 그림이 만들어진 것 같아요. 그리고 팬분들이 특히 좋아하시는 ‘틈’과 ‘눈맞춤’을 여태 해본 적 없는 구성으로 새롭게 들려드릴 수 있어서 저도 촬영 내내 즐거웠습니다. ‘숨은 음악 맛집 찾기’라는 배민라이브의 캐치 프레이즈처럼 제 노래들을 들으시고, 좋은 음악을 발견했다고 생각하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겠습니다.

 

Q2. 작업/음악 준비하시면서 자주 시켜 드시는 가게/메뉴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작업할 때는 햄버거를 많이 시켜 먹어요. 저는 빅맥과 베이컨토마토디럭스를 번갈아 가며 시켜 먹는데, 두 메뉴는 먹을 때마다 서로를 상기시켜줘서 끊을 수 없습니다. 첫 EP를 만들면서 한 곡 녹음이 끝날 때마다 늦은 밤에 녹음실 근처에 있는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먹던 기억이 있어서 작업만 하면 햄버거가 생각납니다. 그 외에는 큰집닭강정을 많이 시켜 먹습니다. 양념치킨과 비슷한 소스지만 절대 같다고 할 수 없는 닭강정만의 매력이 있어요. 맵기를 정할 수 있는데 저는 요새 매운 걸 잘 못 먹어서 약간 매운맛으로 시키는데 반쯤 먹었을 때부터 매워지는 그 느낌을 너무 좋아합니다. 양념은 끝까지 넉넉하게 남아서 마지막에는 땅콩이 뿌려진 소스를 거의 마시듯이 먹습니다.

 

Q3. 배민라이브 구독자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맛집을 고를 때 모두 기준이 다르실 것 같아요. 저는 보통 주문 많은 순으로 차례대로 살펴보는데, 누구는 별점 높은 순, 찜 많은 순 혹은 가까운 순이 우선순위가 될 수 있겠죠. 그렇게 발견한 나만의 맛집들을 모으게 되면 혼자 시켜 먹던 음식들을 누군가에게 꼭 소개해주고 싶을 때가 생기더라구요. 소개해준 맛집이 좋은 평을 받을 때는 왠지 접점을 하나 더 찍은 느낌이 들면서 음식 말고도 또 다른 것들을 더 나누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음악도 마찬가지로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을 때가 생기는 것 같아요. 나만 알던 음악이 같이 아는 음악으로 변하게 되면 그 음악에는 새로운 의미가 더해져서 더 좋게 들리는 경험을 해보셨을 거로 생각해요. 구독자 분들 앞으로도 좋은 음악 많이 듣고 나누시면서 누군가와 수많은 접점을 찍으셨으면 좋겠습니다.

 

* 배민라이브는 숨은 음악 맛집을 찾아 배달하는 배달의민족의 음악 콘텐츠입니다. 유튜브 채널에서 매달 새로운 아티스트의 라이브 영상을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