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에 담기는 숨소리와 관객의 함성, 밖으로 뻗어 나가는 악기의 음들이 쌓여 완성되는 현장감은 라이브 무대를 즐기는 묘미 중 하나다. 녹음실에서 잡음으로 치부되는 모든 요소들이 생동감 넘치는 메아리가 되어 공간을 채울 때, 우리는 울림을 느낀다. 여기에 태국 뮤지션들의 라이브 세션 무대를 한데 모았다.

 

1. Television off ‘ฝันที่ไม่ปลอดภัย’

Television off ‘ฝันที่ไม่ปลอดภัย’ 라이브 영상

텔레비전 오프(Television off)는 기타를 치는 형제 ‘촉’(Chok)과 ‘랍’(Lap)을 중심으로 2020년 오랜 친구들이 모여 결성한 태국 인디밴드다. 기존에 촉과 랍이 ‘Bubbling Diva’와 ‘Choklap’이라는 프로젝트를 하다가 다시 새롭게 팀을 꾸리기 위해 기타와 보컬 모두 가능한 ‘퍼스트’(First)와 베이스의 ‘보트’(Boat)를 영입했다. 길 없는 여행이라는 의미를 가진 곡 ‘การเดินทางที่ไม่มีทาง’(깐던탕티마이미탕)과 기억을 뜻하는 ‘ภาพทรงจำ’(팝쏭짬)을 공개한 이후 레이블 스몰룸(SMALLROOM)으로부터 계약 제안을 받아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ฝันที่ไม่ปลอดภัย’(퐌티마이쁘럿파이)는 ‘안전하지 않은 꿈’을 뜻하는 제목으로 불안정하고 위태로운 꿈속에 관한 곡이다. 레이블에 소속된 이후 정식으로 발매한 첫 번째 싱글. 태국의 대표 스트리밍 사이트 ‘죽스’(Joox)와 인디 음악 플랫폼 ‘펑자이’(Fungja), Cat 라디오 차트 등 차트에 연달아 오르며 국내에서 즉각적인 반응을 얻었다.

텔레비전 오프만의 팝 스타일과 포스트록을 섞어낸 ‘ฝันที่ไม่ปลอดภัย’는 도피처로 선택한 꿈에서마저 잊고 싶은 기억을 마주하는 고통에 대해 이야기한다. 현재 공식 뮤직비디오와 리도 커넥트에서 연주한 라이브 스트림 버전, 스몰 룸 라이브 세션 버전이 공개되어 있다. 스몰 룸 라이브 세션 버전은 오래된 TV 채널처럼 흑백으로 처리되어 밴드의 정체성이 더욱 드러나는 무대이기도 하다. 붕 떠있는 듯한 선율은 혼란스러운 꿈속을 묘사하고, 퍼스트의 보컬은 꿈속까지 깊이 침투한 불안을 덤덤히 대변한다. 후반부 기타 솔로는 어지러운 꿈속의 결을 쫓아가며 감정을 부추긴다.

이들의 음악이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면 그만큼의 실력과 합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반대로 새롭게 느껴진다면, 아마 그것도 이 네 명이 가진 재능 때문일 것이다. 현재 태국 인디 신에서 새롭게 퍼지고 있는 이 팀의 전파는 전원이 꺼지더라도 빠르고 촘촘하게 뻗어나가지 않을까? 텔레비전 오프의 다큐멘터리에서 랍은 밴드 이름을 정하던 날에 대해 이렇게 묘사했다.

“다 같이 빙 둘러앉아서 각자 떠오르는 대로 말했어요. 입에 붙는 단어이길 바랐어요. 퍼스트가 ‘Television off’라고 말했죠. 별 의미는 없어 보였어요. 하지만 언젠가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을 거예요.”

 

2. Polycat ‘Alright’

POLYCAT ‘มันเป็นใคร’ 콘서트 영상

2019년 썬더돔에서 열렸던 폴리캣의 공연 <I WANT YOU CONCERT> 버전 무대다. 팬데믹 이전에 열린 단독 대형 콘서트였던 만큼 이틀 동안 13,000석을 매진시키며 폴리캣의 인기를 입증하기도 했다.

’Alright’의 원제는 ‘มันเป็นใคร’(만뻰크라이)로 ‘그 자식 누구야?’라고 묻는 내용의 유쾌한 곡이다. 베이스의 ‘퓨어’(Pure)는 이 곡에서 차분한 내레이션으로 도입부를 맡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열띤 분위기를 타고 고조된 억양으로 관객의 호응을 이끈다. 오랜 시간 크고 작은 공연장을 오가며 관객들과 소통해온 밴드답게 멤버와 세션들은 무대를 날아다니듯 관객들과 노련히 호흡한다.

전주가 흐를 때마다 터지는 관객의 환호는 기대했던 셋 리스트에 대한 반가움과 희열이며, 함께 부르는 노랫말은 우리가 언제나 당신의 음악을 듣고 있었노라고 온몸으로 외치는 애정표현이다. 간단한 언질이나 사전 약속이 없어도 마이크를 허공으로 건네기만 하면 기다렸다는 듯 모두가 손을 뻗고 합창을 한다. 그동안의 시간과 애정의 질량이 모두 합쳐진 결과이자 뮤지션과 관객의 유대관계가 얼마나 가까운지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공연을 사랑하는 그룹 답게 가장 최근에 발매한 곡의 이름마저 ‘Concert’다. 이 곡의 프로모션 이벤트로 <POLYCAT 'Concert' Exhibition @ House of Illumination>이라는 전시를 열기도 했다. 예술과 공연이 결합된 360도 디지털 아트 형식으로 폴리캣의 10년 음악 여정을 반영한 전시였다. 2019년 단독 콘서트 이후 제대로 만날 수 없었던 관객들에게 보내는 그리움과 고마움의 기록이기도 했다.

보컬의 ‘나’(Na)는 언제나 웃는 얼굴로 관객들과 눈을 맞추며 노래하고, 키보드의 ‘통’(Tong)은 누구보다 조용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연주하지만 베이스의 ‘퓨어’(Pure)와 함께 만담 파트너를 자처하며 유쾌한 분위기를 이끌어 내기도 한다. 그런 그들이 하는 라이브는 즐거울 수밖에 없으며 관객은 이 모든 것을 온몸으로 흡수한다. 빽빽이 들어찬 공연장에서 가려지지 않은 서로의 얼굴을 보며 다시 한번 폴리캣을 만날 수 있다면 아마 모두가 언제 그랬냐는 듯 같은 표정과 같은 마음으로 달려가 노래할 것이다.

 

3. Sarah ‘นะครับ (ได้ไหม)’

‘นะครับ(ได้ไหม)’, ‘sarah’(ซาร่าห์) at คอนสดคอนเสิร์ต 라이브 영상

스물둘의 싱어송라이터 사라 사야폰드(Sarah Sayapond)는 2년 전 ‘spsalola’라는 활동명으로 유튜브에 ‘นะครับ’(나크랍)을 올리며 알려졌다. ‘นะครับ’은 ‘제발’이라는 의미로 ‘~할 수 있어?’라는 부제 ‘ได้ไหม’(다이 마이)가 붙어있다. 좋아하는 사람이 너무 좋아서 그만 사랑스러워 줄 수 있냐고 묻는 장난스러운 가사는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얻으며 현재까지 800만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후 사라가 marr 레이블에 소속되면서 2021년 새로운 편곡을 거쳐 정식 발매되었다.

지난 12월 LOVEiS Entertainment가 주최한 라이브 공연 무대에서 사라는 다시 ‘นะครับ’을 불렀다. 등장과 함께 관객들에게 떨린다고 말하며 미소 짓는 그는 노래가 시작되자마자 가장 편안한 옷을 찾아 입듯 안정적인 라이브를 선보인다. 음원보다 더 허스키한 사라의 목소리와 그를 반기는 관객들의 생동감 있는 환호까지 함께 들을 수 있는 무대다.

16살부터 음악을 만들기 시작할 만큼 재능을 가진 그는 한창 관객들 앞에서 노래해야 할 시기에 언택트 뉴노멀 시대를 만났다. 때문에 오프라인 무대에 많이 오르지 못했지만, 한편으로는 덕분에 많은 이들이 찾아듣는 신인 뮤지션이 되었다. 현재는 조금씩 라이브 공연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으며 SNS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커버 및 컬래버레이션, 신곡 발매로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4. Phum Viphurit ‘Pluto’

Phum Viphurit ‘Pluto’ 라이브 영상

태국의 인기 인디 뮤지션 품 비푸릿 시릿 팁(Phum Viphurit Siritip). 몇 개월 단위로 계획되어 있던 투어와 공연 일정들이 코로나 시기와 겹쳐 줄줄이 취소된 이후 그는 ‘Pluto’의 라이브 세션 버전을 제작하여 많은 이들에게 위로를 안겨주었다.

양복에 기타 하나를 메고 노래하는 품의 목소리는 주변의 소음들과 적절한 조화를 이루며 한편의 자장가 같은 ‘Pluto’를 그려낸다. 고요한 거리에 흩어지는 울림은 매우 날 것이어서 품과 함께 걷는 듯한 느낌을 주고, 지하도에서 메아리쳐 돌아오는 연주 소리는 간간이 지나치는 자동차 소리가 전부인 방콕의 빈틈 가득한 밤을 채운다.

영상의 배경이 된 총 논시(Chong Nonsi) 지역의 논시윗타야 학교 앞 지하도는 간결한 구조와 벽의 그라피티가 그려내는 특유의 분위기로 종종 드라마나 뮤직비디오의 촬영 장소로 사용되고 있다. 한 번의 동선으로 끝나는 롱테이크 기법이 매우 잘 어울리는 장소이자 현장의 긴 호흡을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는 곳이다.

단출한 배경, 단출한 차림. 어느 하나 과도하지 않은 담백한 라이브 세션 버전의 ‘Pluto’는 자신의 궤도에서 이별을 전하는 명왕성처럼 그렇게 조용하게 마무리된다.

 

Writer

그림으로 숨 쉬고 맛있는 음악을 찾아 먹는 디자이너입니다. 작품보다 액자, 메인보다 B컷, 본편보다는 메이킹 필름에 열광합니다. 환호 섞인 풍경을 좋아해 항상 공연장 마지막 열에 서며, 동경하는 것들에게서 받는 주체 못 할 무언가를 환기하기 위해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