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것들만 예술로 창조되는 건 억울하고 부당해.” - <재활용> 소개글 중에서

패배의식과 반항 정신, 우울과 분노. 때때로 아닌 적도 있었지만, 오늘날 ‘록’(rock)의 이미지를 완성한 여러 모태들은 대부분 갖가지 부정적인 감정과 이야기에서 출발했다. 2년 만에 자신의 두 번째 정규앨범을 내놓은 박소은은 말한다. 아름다운 것들만 예술로 창조하는 건 부당하다고. 언뜻 마땅한 얘기처럼 들리기도, 반대로 괜한 당연한 얘기의 반복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내 그가 의도한 ‘아름답지 않은 것’이 ‘지독한 이별’이나 ‘처절한 패배 의식’을 의미하는 게 아님을 알게 된다. 차마 노래에도 쓰이지 않을 만큼 쉽게 버려진 더러운 것들. 쓸모 미만의 시간과 감정에 대해 박소은은 주목한다.

 

미만의 시간과 감정

박소은은 분명 싱어송라이터로서 누구나 부러워할 법한, 그럴싸한 경력을 쌓아 왔다. 보컬과 작곡을 가리지 않은 각종 실용음악 콩쿠르와 경연대회 수상 실적, 실용음악과 좋은 학력과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수상, 슈퍼스타K7과 네이버 온스테이지 출연 등. 2020년 1집 <고강동>에 이어 올해 빠르게 2집까지 연이어 내놓으며 창작욕과 활동 의지를 불태우기도 했다. 그런데 그의 음악에는 여전히 인디 가수 혹은 로커다운 언더독의 태도와 감성이 가득하다. 특별한 점은 이를 무기 삼거나 내세우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또한 내보인다는 점이다.

“I hate the way you acting like me. Hey, you think I’m so mean.”(네가 나처럼 구는 게 싫어. 야, 너 내가 못됐다고 생각하지.”

대개 ‘추’(the ugly)의 ‘미’(the beauty), 미의 추는 아름답지 않다고 여겨지는 것들 중 가장 그럴듯한 것들을 골라 줍는 혹은 가장 반동적인 것을 앞세우는 인위적인 과정을 거친다. 박소은은 버려진 순간들 중 가장 보통의 것을 골라 담는다. 앨범의 제목 ‘재활용’이라는 표현처럼 그의 가사 속 말들과 상황은 본편에 실리지 못한 관찰 카메라 속 미방영 영상만 같다. 여기 채워진 시간은 주로 감정의 배설물로 차 있다. 그대로 주워 담기에 평소라면 충분히 아름답지 않다고 여길 만한 것들. 하지만 그럼에도 담았기에 특별하고, 그래서 더 삶과 닮았기에 역설적으로 아름답다.

 

초과의 순간과 노래

“This night I’m probably fucked it up.”(나 오늘 밤은 확실히 망했어.)

데뷔곡 ‘그믐달’을 발표하며 차분한 어쿠스틱 사운드를 앞세웠던 그이기에, 밴드 사운드를 본격적으로 차용한 1집 <고강동> 이후에도 이만한 록 사운드를 예상할 수 없었던 그이기에 ‘Whiskey n Whiskey’의 박력은 다소 뜻밖이고 반갑다. 그것이 억지로 힘을 주고, 용기를 낸 과장된 선언이 아니라는 점이 더욱 그렇다. 솔직한 태도 위, 어딘지 좀스럽고 지질한 가사 건너 반듯하고 단단한 박소은의 보컬이 여전하다는 점이 더 더욱이 그렇다. 박소은은 말한다. “그게 뭐든, 밤과 새벽엔 망쳐버린 나를 망쳐주는 게 더 편한 거죠. 시끄럽게 위스키나 잔뜩 마시고 바보처럼 취해버리는 게.” 건강하지 않은 감정과 있는 그대로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사연들을 앞에 두고 당당하게 말한다. 나 오늘 밤은 확실히 망했어.

박소은의 이번 배민라이브 영상은 고요한 밤이 내려앉은 교차로, 어스름한 노란 조명이 여러 예스러운 간판을 비추는 널찍한 도로 위에서 촬영했다. 어두운 감정을 비추는 듯한 환한 조명, 밴드 뒤로 건물 곳곳이 빽빽하게 들어찬 한글 간판들이 기묘한 익숙함과 이질감을 동시에 전한다. 언젠가 어느 순간인가 우리 주변을 스쳐 지나간 것 같은 이름들이 위스키에 취하려는 박소은과 밴드 뒤로 아른거리며 무대와 하나가 된다.

스튜디오 버전의 다소 귀엽고 상기된 목소리와 다르게 박소은의 가장 씩씩한 톤이 담긴 라이브 영상은 가사 속 두 사람의 순간이 유난히 더 선명하게 눈앞에 그려진다. 들썩이는 고개와 어깨, 오르내리는 기타의 넥과 힘차게 꿈틀대는 연주가 밤의 박동과 취기를 부채질한다. 처음으로 써봤다는 영어 가사를 내지름과 내던짐 사이 올려 두는 그의 보컬에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감정의 열기와 온기, 냉기가 한데 느껴진다.

‘Whiskey n Whiskey’ 배민라이브

 

가장 보통의 예술

“좁은 내 집엔 너의 잠옷만이 남아있어.” – ‘보통의 연애’ 중에서

원곡의 살짝 영롱한 사운드 대신 보다 차분하고 어쿠스틱한 분위기의 건반 사운드로 채운 ‘보통의 연애’ 라이브는 어떨까? 노래의 가사만큼 솔직한 사운드는, 이별의 장면이 각종 미사여구나 화려한 연출을 덜어내고, 바로 내 안방, 우리 집 주변을 비추는 독립영화를 마주하는 것만 같다. 힘 없이 처진 것만 같았던 그의 팔 아래 마이크를 꼭 쥔 두 손이, 떠난 이를 향한 한 마디를 쥐어짜는 발라드의 한 대목 같은 열창이 이 노래와 노래의 감정이 과장이나 축소 없는 ‘진짜’임을 증명한다.

최근 새롭게 팝록 사운드의 밴드 프로젝트로도 활동하게 된 박소은의 밴드 이름은 ‘토스터즈’다. 노래는 물론 밴드 이름마저 한치의 과장된 꾸밈없는 모습에서 그의 태도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배민라이브 촬영 후 남긴 소감에도 보통의 취향, 그래서 더욱더 반갑고 공감되는 일상이 잘 담겨 있다.

‘보통의 연애’ 배민라이브

 

Q1. 배민라이브를 촬영하게 된 소감은요?

평소에 배민 라이브를 챙겨 보기도 했고, 자취생인지라 배민을 매일 애용하고 있기도 했어서 괜히 더 반갑고 영광이었어요. 촬영 현장도 굉장히 열정적이고 유쾌하게 진행되어서 온전히 노래에 집중하며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Q2. 작업/음악 준비하시면서 자주 시켜 드시는 가게/메뉴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저는 서브웨이를 정말 자주 먹는데요... 하루 종일 작업해야 할 때 서브웨이에서 치킨 슬라이스 30cm를 시켜놓고 나눠 먹으면서 하는 것 같고! 홍대 돈부리라는 곳에서 연어 덮밥도 자주 먹곤 해요.

 

Q3. 배민라이브 구독자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박소은입니다. 늘 촬영해 보고 싶다는 생각만 하던 배민 라이브를 좋은 기회로 참여하게 되었는데 열심히 즐겁게 노래한 만큼 여러분들도 제 음악으로 좋은 에너지를 받아 가시길 바랄게요. 재밌게 봐주세요!

 

* 배민라이브는 숨은 음악 맛집을 찾아 배달하는 배달의민족의 음악 콘텐츠입니다. 유튜브 채널에서 매달 새로운 아티스트의 라이브 영상을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