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가 여길 돌아오지 마요. 다시는 날 보러 오지 마요.” – ‘Blue bird’ 중에서

우리는 동화 <파랑새>를 모르지만 안다. 대부분 동화의 정확한 줄거리나 의도한 교훈까지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동화 속 ‘파랑새’가 평소 우리가 찾아 헤매는 행복이나 희망을 상징한다는 사실 정도를 짐작할 뿐이다. 싱어송라이터 윤지영은 2020년 발매한 데뷔 EP에서 파랑새를 노래하고 타이틀로 앞세웠다. 동화는 문득 파랑새가 먼 곳에 있는 게 아닌 가까이 있음을 깨닫는 따뜻한 내용으로 결말을 맞이한다. 하지만 윤지영의 노래 속 결론은 조금 다르다. 아무것도 찾지 못한 여정의 끝에서 자신의 미성숙함을 깨닫고, 비로소 어른이 되고, 자유로워진다는 내용이다.

 

윤지영의 부끄러운 어제

말갛고 앳된 얼굴과 덤덤한 무표정이 나이와 생각을 미처 가늠하기 어렵게 한다. 2017년에 첫 싱글을 발표해 어느덧 데뷔 후 5년이 지난 그의 노래엔 따스한 감성과 차분한 온도, 때때로 차갑다고 느껴질 만큼 성숙한 시선과 태도가 공존한다. 선명하고 영롱한 기타와 신시사이저, 꿈꾸는 듯 부유하는 사운드 효과가 교차하며, 그렇게 완성한 노래는 마치 동화와 현실을 오가는 것만 같은 묘한 기분을 선사한다. 이는 아마도 그가, 그의 노래가 끊임없이 질문하는 까닭일 테다. 어제와 오늘의 솔직한 감정에 관해. 너와 나의 관계와 우리의 이야기에 대해.

“난 떠나기 쉬운 존재인가 봐. 같이 가자 손 내밀었는데 넌 뒤돌아보지도 않았네.” – ‘부끄럽네’ 중에서

이중에서도 윤지영은 종종 어제의 시간과 감정을 무척 솔직하게 파고든다. 누군가는 스스로도 감추어두길 좋아하는 기억과 시간을 구태여 헤집는다. 그래서일까? 그가 노래한 두 노래 ‘부끄럽네’와 ‘다 지나간 일들을’은 바보 같았던, 그래서 부끄러울 수도 있는 지난 연애의 단면들을 들추어낸다. 특히 뮤직비디오 영상에는 공통적으로 터널이 등장한다. 그렇게 터널을 지나고, 빛 바랜 조명이 비치는 터널 밖으로 나와 어둠이 내려앉은 세상을 마주함으로써 지나온 시간들을 반추하고, 후회하고, 흘려보낸다.

 

윤지영의 노래

“사라져버렸으면 해. 차라리 없던 일이 됐으면.” – ‘부끄럽네’ 중에서

음악을 좋아해서, 대중음악이 좋아서, 우연히 검정치마의 노래에 꽂혀서 음악을 시작해 현재에 이르렀다는 윤지영의 음악에는 분명 자신의 진솔한 내면에 다가서고자 하는 강렬한 의무와 의지가 느껴진다. 덕분에 굳이 장르나 이야기의 외면에 신경 쓰지 않은 자유로움이 같이 풍겨 나기도 한다. 말하자면 그는 무엇을 통해서는 자기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그렇게 팝이라 하기엔 지나치게 섬세하고 소박하며, 발라드 혹은 포크라 하기엔 화려하고 풍성한 노래가 완성된다. 윤지영은 말한다. 절대 쉽지 않은 자아성찰의 끝에 닿아 “진심을 마주했을 때 불안감이 해소되는 느낌”을 받는다고. 진정한 자유를 위해 부끄러움과 괴로움을 마주하는 윤지영의 방식은 긴 터널 속에서 뒤를 돌아보지 못한 누군가에게, 한 걸음 내디뎌 터널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우리에게 공감대와 용기를 선사한다.

‘부끄럽네’는 이별의 순간, 마지막으로 상대를 잡아보려 했던 내 손을 민망해하는 노래다. 우리는 진솔한 사랑 앞에 승자도, 패자도 없음을 안다. 그런데도 때때로 상대의 마음이 나 같지 않음을 느낄 때, 내 사랑이 그보다 더 크다고 여길 때 무너지고 부끄러워한다. 윤지영은 앞서 한 인터뷰에서 홍콩에 가보고 싶은 마음을 고백한 바 있다. 실제로 과거 ‘부끄럽네’의 라이브 영상에서 홍콩 배경을 활용한 가상의 배경을 뒤에 둔 적도 있다.

그렇게 윤지영의 이번 배민라이브 영상은 홍콩 영화의 분위기가 물씬 살아나는 한 중국집에서 촬영되었다. 마치 파랑새 이야기처럼 우리는 1990년대, 세기말의 홍콩을 모르지만 잘 안다. 수많은 영화와 영상, 매체를 통해서 과거의 화려함과 현재의 서글픔, 낭만과 허무가 함께 존재하는 그 시절의 감성에 흠뻑 취한다. 영상 속 윤지영의 표정에는 유독 괜찮음과 씁쓸함이 엇갈린다. 강렬하면서도 몽환적인 적색과 청색, 녹색이 한 화면에 어우러지는 가운데 테이블 한구석에서 윤지영은 사랑의 끝을 노래한다. 마치 그 시절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부끄럽네’ 배민라이브

 

윤지영의 괜찮은 오늘

“기억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면 난 아마 한 달도 넘는 시간을 벌었을 거야.” – ‘다 지나간 일들을’ 중에서

물론 돌아보는 것만으로 되지 않을 때가 있다. 우리는 가끔, 아니 종종 그리움과 후회로 몸서리친다. 눈앞에 아른거리는 어제의 기억 때문에 온전히 뒤돌아보지도,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한 채 제자리를 맴돌거나 머뭇거리기 일쑤다. ‘다 지나간 일들을’은 감정을 툭 내려놓는 단어들과 보컬, 희미하게 부유하는 사운드 속에 지난 순간에 붙잡혀 머뭇거리는 화자의 심정과 이제 이를 좀 떨쳐도 괜찮지 않을까 스스로 묻는 절반의 다짐이 동시에 느껴진다. 배민라이브 영상 속, 어둡지만 화려한 불빛 속 유리 테이블에 비친 윤지영의 모습이 여전히 선명하고도 뿌연 지난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기억의 늪에서 누군가를 건져내는 진실한 위로와 공감은 대개 굳이 그를 멀리 빼내려 하거나 먼 데까지 배웅하지 않는다. 괜찮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오늘 여기에 잠시 머무는 자신을 내어놓을 따름이다. 그리고 그걸로 함께 자유롭고, 괜찮다. 그렇게 윤지영은 또 다른 순간과 방식을 노래한다. 아래 그의 담백하고 솔직한 인터뷰는 많지 않은 정보 속에도 그럭저럭 자유롭고, 괜찮은 오늘의 기분을 대신 전해주는 듯하다.

‘다 지나간 일들을’ 유튜브 링크

 

Q1. 배민라이브를 촬영하게 된 소감은요?

배민라이브 팀원 분들이 모두 에너지 넘치고 유쾌하셔서 재미있었어요. ‘배민’ 하면 생각나는 유쾌한 분위기 있잖아요. 덕분에 미팅부터 촬영까지 편하고 즐거웠습니다.

 

Q2. 작업/음악 준비하시면서 자주 시켜 드시는 가게/메뉴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작업기간이나 유독 스케줄이 몰린 때에는 일부러 건강한 음식을 찾아요. 마포구 사시는 분들이라면 홍대에 '바리'라는 식당에서 주문해서 드셔 보세요. 저는 ‘와사비 더블아보카도 라이스볼’을 제일 좋아합니다.

 

Q3. 배민라이브 구독자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배민라이브 구독자여러분들! 제 배민라이브 영상을 재밌게 시청하셨길 바랍니다. 이제 제대로 겨울이 오나 봐요. 배민으로 맛있는 음식 드시면서 든든한 겨울 나세요!

 

* 배민라이브는 숨은 음악 맛집을 찾아 배달하는 배달의민족의 음악 콘텐츠입니다. 유튜브 채널에서 매달 새로운 아티스트의 라이브 영상을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