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걘 가끔 언제 만나자면 나오곤 하던 애였는데” – ‘가끔 연락하던 애’ 중에서

문득 너무 평범하고 초라해서 굳이 돌이키지 않는 보통의 순간이 있고, 그와 별반 다르지 않은 대수롭지 않은 순간인데 유난히 잔상에 남아 머리에 맴도는 기억이 있다. 그리고 이와 마찬가지로 일상의 풍경을 우아한 그림 한 폭으로, 현실의 언어를 아련한 노래의 일부로 바꾸는 이들이 있다. 지난 시간, 스쳐 지나간 풍경과 감정을 아름다운 노래로 차분히 재현하는 ‘결’(KYUL)과 그의 음악이 그렇다.

 

결(KYUL)의 풍경

결(KYUL)은 대학 시절,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던 노래방과 동아리 활동에서 노래를 익히고, 스스로 작곡한 노래를 부르며 어느덧 가수가 되었다고 한다. ‘결 따라간다’라는 말이 예뻐서 지었다는 이름 속에는, 자연스럽게 오늘에 이른 그의 음악 인생처럼 주어진 일상과 정체성을 구태여 거스르거나 치장하려는 인위적 시도가 조금도 담겨 있지 않다.

그는 말한다. “‘뮤지션’이 되려고 앨범을 내지 않았다.”라고. 심지어 곡을 만들고, 가사를 쓸 때에도 억지로 주제와 내용을 정해두고 시작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데뷔 EP <거울>(2018)을 시작으로 어느덧 수십 개의 자작곡을 발표한 결(KYUL)이지만, 근래 대부분 앨범 커버를 자신이 직접 촬영한 사진으로 채우며 삶의 풍경과 음악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 짓고 있기도 하다. 자신의 노래와 마음은 그저 그 자리에 있을 뿐인 풍경이라는 듯이. 이 같은 노래의 풍경은 누구보다 내 눈과 카메라를 통해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듯이.

결(KYUL)이 촬영한 앨범 커버들

 

결(KYUL)의 노래

“우린 왠지 다시는 안 보게 될 것 같아. 그냥 인스타그램에서만 볼 거야.” – ‘가끔 연락하던 애’ 중에서

결(KYUL)의 노래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곡 중 하나인 ‘가끔 연락하던 애’(2020)에는 그야말로 가끔 연락하던 이와의 관계에 대한 왠지 모를 아쉬움, 미련 섞인 심상이 솔직하게, 다른 한편으로는 은근하게 담겨 있다.

노래의 화자는 어쩌면 ‘그 애’를 남몰래 짝사랑하며 이미 숱하게 속앓이를 했을지도 모른다. 가끔이지만, 언제든 연락하면 만날 수 있는 가벼운 사이로 만족하며 지내왔을 수도 있다. “상처받지 말자며” “서로 다독였”던 것처럼 이미 각자의 마음을 확인하고, 적당한 거리에 머물러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그 애’가 좋은 연애를 시작하며, 행복하다고 고백하며, 화자는 이 관계를 애써 정리한다. “우린 가끔 연락하던” 사이니까 아무것도 아니게 돼도 좋다며, “여기 멈춰 서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거라며.

파주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 화이트블럭

배민라이브를 통해 콘서트 영상 이외의 모처럼 본격적인 라이브 영상으로 만난 이 노래는 희미하게 떨리는 그의 달콤하고 여린 팔세토 보컬 속 아련한 감성이 유난히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이번 무대를 펼친 파주 헤이리 마을에 위치한 아트센터 화이트블럭의 새하얀 배경과 창을 통해 스며드는 은은한 바깥 풍경 및 환한 빛이 음악과 어우러지며, 가사 속에 숨겨둔 작은 희망과 성장에 관한 바람을 은유하기도 한다.

‘가끔 연락하던 애’ 배민라이브

 

풍경이 그림이 되는 순간

앞서 공개한 인터뷰와 개인 문답을 통해 그는 자신의 음악 중 ‘Broken’(2020)을 가장 아끼고 좋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세상이 너무 싫다”고, “넌 참 이기적”이라고 떠난 상대를 향해 투정 부리듯 다시 한번 이별을 고하는 이 곡은, ‘가끔 연락하던 애’와 또 다르게 치고 빠지는 미니멀한 반주의 아이디어와 켜켜이 덧댄 보컬 코러스가 색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이별은 거대한 사고나 사건처럼 우리에게 들이닥친다. 그리고 그것은 누구에게나 애증이 강렬히 교차하는 순간이거나 반대로 머리와 마음이 텅 비어 버리는 순간이다. 마치 두 얼굴의 마음처럼 공허한 순간을 혹은 혼랍스럽게 흔들리는 심정을 흥미롭게 표현한 이 노래를 그가 왜 유독 아끼는지 이해하게 된다.

결(KYUL) 주변의 풍경은 평범한 일상 중에도 포착된다. 아래 확인할 수 있는 배민라이브 촬영 후 남긴 소감에는 항상 자연스러움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그 답게 겸손한 자세와 과장하지 않은 솔직함이 한껏 묻어난다. 앞서 여러 차례 EP와 싱글을 발표해온 그는 올해 10월, 첫 정규앨범 발표를 앞두고 있다.

‘Broken’ 배민라이브

 

Q 배민라이브를 촬영한 소감을 말해주세요.

제 능력을 넘어서는 프로젝트를 처음 해본 거라 모든 게 신선해 보였어요. 그동안 사람 꾸리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혼자서 혹은 친구들과 할 수 있는 것만 했거든요. 섭외나 협업 제안은 여러 번 왔었지만, 능력 너머의 뭔가를 시도해보는 두려움도 있었던 것 같은데 이번을 계기로 다소 두려운 마음이 줄었어요. 많은 게 이미 준비된 현장이었고, 저희는 세팅하고 노래만 하면 됐어요. 그만큼 전문적인 프로세스로 진행되었고, 많은 분의 노고가 느껴졌습니다. 결과물도 흡족할 정도로 나온 것 같아서 즐거웠습니다.

 

Q 작업할 때 주로 시켜 먹는 음식이나 가게가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햄버거, 샌드위치, 부리토 종류, 그중에도 써브웨이(SUBWAY)를 자주 먹어요. 음식물이나 플라스틱 쓰레기가 남지 않아서 뒤처리가 편하거든요. 작업실에서도 쓰레기 처치가 곤란할 때가 많아서 유용해요. 그리고 빵에 토핑을 곁들인 음식을 원래 좋아하기도 해요. 보통 이런 음식은 토핑도 바꿀 수 있고, 빵도 바꿀 수 있으니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더라고요.

 

Q 배민라이브 시청자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나온 지 2년 가까이 지난 노래로 관심이 점점 늘어가는 게 영 머쓱합니다. 그간 별다른 활동이 없었기에 남겨둘 만한 영상이 없었던지라 배민라이브가 참 각별한 기회였는데요. 이 노래와 라이브가 오래 남을수록 제게 더욱더 소중해질 것 같습니다. 이번 기회를 계기로 제 모습을 전보다 자주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세션으로 참여해준 인호(TM), 겸아. 고맙다!

 

* 배민라이브는 숨은 음악 맛집을 찾아 배달하는 배달의민족의 음악 콘텐츠입니다. 유튜브 채널(링크)에서 매달 새로운 아티스트의 라이브 영상을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