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말들과 목적 없는 걸음. 아 우리 같은 사람들.” – ‘우리 같은 사람들’ 중에서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 접해봤을 소설 <갈매기의 꿈>에 등장하는 이 말은 저마다 한창 꿈을 키워 나가는 이들에게 보다 높은 목표와 치열한 생의 가치를 환기한다. 그러나 막상 크고 나면, 현실은 생각보다 더욱더 녹록지 않다. 높은 곳을 날기보다 미처 그곳을 바라보기도 전에 눈앞에 산재한 일들을, 소소한 듯 묵직하게 밀려오는 감정들을 대하기도 왠지 벅찬 것만 같다. 당장 쳐다보기 힘들어 그것을 한편에 차곡차곡 쌓아 두다가 보면 어느새 다시 바라보기 힘든 거대한 산이 되어 나를 짓누른다.

 

이고도의 시선

그는 싱어송라이터 이고도다. 비록 이름이 어디에서 유래했는지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노래의 가사 속에서, 마치 낮은 곳을 이곳저곳 들추어내는 날카롭고 따스한 시선이 함께 느껴진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언뜻 차분한 포크나 발라드 음악이 흘러나올 줄로만 알았는데, 뜻밖에 록킹한 사운드와 댄서블한 그루브가 가사 한 줄, 한 줄의 용기와 고민을 조금 가볍고 조금 더 강렬하게 전하기도 한다. 이는 아마도 그가 말하고 노래하기 전에, 날아오르기 전에 먼저 용감하게 바라보았기 때문일 테다. 평소 반드시 외면하고 싶었던 순간과 감정을. 영영 꽁꽁 감춰두고 싶었을 지도 모를 그곳을.

“어떤 사람들에게선 향기가 난대. 나도 뒤에 붙어 보았지만, 훔칠 수 없는 향기란 걸 알고 있지.” – ‘우리 같은 사람들’ 중에서

흥미롭게도, 이고도의 SNS 계정 속 이름에는 ‘고도’(altitude)가 아닌 ‘ego’(이고)가 떡하니 자리한다. 그리스어 ‘Εγώ’에서 유래해 때때로 ‘규범적인 자아’를, 때에 따라 ‘거울 속의 나’를 뜻하는 ‘이고’는 순간마다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 분신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결정적인 순간 우리를 막아서는 ‘적’이 되기도 한다. 마치 거울 속 숨어 있는 나를 들추어 내기라도 하듯, 이고도의 가사는 끊임없이 불편한 진실을 마주한다. 질문을 던진다. 다행인 것은 그의 노래가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는 사실이다. 괜찮은 척 애써 다시 덮어놓지도 않고, 한껏 부풀려 끝을 향해 내달리지도 않는다.

 

이고도의 노래

“언젠가 나는 틀리지 않을 수 있을까요?” – ‘우리 같은 사람들’ 중에서

흔한 노래나 영화 속 모습과 달리 우리의 일상은 절대 이 끝과 저 끝에 위치하지 않는다. 늘 반쯤 괜찮고, 반쯤 안 괜찮다. 그것도 동시에. 노래의 화자 역시 그렇다. 드라마 속 주인공이나 악인과 다르게 적당히 좋은 모습과 적당히 나쁜 행동이 아무렇게나 공존한다. ‘우리 같은 사람들’에 관한 설명을 직접 내어놓으며, 이고도는 말한다. “모두에게 부러운 점들이 있고, 나는 언제나 틀린 답을 가진 사람 같습니다. (중략) 어쩌면 우리는 누군가의 슬픔을 늘 외면하고서는 괜찮은 사람이라며 안도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와 같은 깨끗하지 못한 마음을 닦기 위해 노래를 쓰고 부르는 걸까? 그의 대답은 ‘아니다’일 거다. 마치 끝을 온전하게 맺지 않는 이 노래의 기본 선율처럼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에게서 내일의 나를 바라본다.

이고도의 이번 배민라이브 영상은 서울 도심 속 한 빌딩 옥상에서 촬영했다. 높은 하늘에서 바라본 서울 풍경과 멀리서 반짝이는 조명들, 옥상 위 들어찬 밴드 셋 뒤 풍경으로 뻥 뚫린 하늘이 익숙한 도시 속 어딘가 숨겨져 있던 낭만을 전한다. 붉게 물드는 하늘, 점차 어두워지는 풍경이 영상에 온전히 담겨 항상 가까이 맞닿아 있으면서도 미처 그것을 하나하나 다 알아차리지 못하는 일상의 비밀을 전하는 것만 같다.

또 하나의 원곡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영상에 완벽하게 담긴 라이브 연주에는 가끔씩 가까이 비치는 이고도의 표정만큼이나 은은하고도 다채로운 감정이 교차한다. 단호하게 전진하는 비트, 선명하고 영롱하게 현실을 바라보다 이따금씩 의심과 불안이 스치는 몽롱한 건반 사운드, 분명한 그만의 존재감을 뽐내는 기타 사운드가 마냥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노래의 고백을 대변한다.

‘우리 같은 사람들’ 배민라이브

 

시야 너머 날아오르는 순간

“난 어쩌면 분주한 사람들 틈에 더 가만히 있는 법을 배웠어.” – ‘Mouse’ 중에서

남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고, 그의 말처럼 “사소한 순간에 어떤 사물들 혹은 어떤 공기, 어떤 장면”들을 통해서도 자신의 기억을 불러들인다. ‘Mouse’에서는 흔치 않게 자신의 공간으로 숨어든 쥐를 보았던 기억을 떠올린다. 고향에서 서울로 와 한껏 움츠러든 자신의 모습을 투영했을까? 하필 쥐를 소재로 끄집어내면서도 천연덕스럽게 자기를 돌아보고, 그렇게 스스로 위로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의 일기장 속 남다른 발라드를 들으며, 어느새 곡을 듣는 이 또한 각자의 기억과 마음 속 어디로든 날아갈 수 있을지 모른다.

이고도는 사소한 것 하나하나 노래의 단서와 마음의 증거로 남겨 두었다. 예를 들어 ‘Mouse’의 도입부는 비틀스의 ‘Hey Jude’를 오마주했다고 한다. 이번 배민라이브 촬영 후 남긴 아래 소감에서는 노래에 대한 설명보다 더욱더 상세하게 남긴 그의 음식 취향을 들여다볼 수 있다.

‘Mouse’ 배민라이브

 

Q1. 아티스트 소개

솔직한 마음을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 이고도입니다. 외면하고 싶은 일상의 감정들을 들여다보고 기록해 음악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Q2. 배민에서 자주시켜먹은 음식은?

치킨, 야채곱창, 마라탕, 햄버거, 샐러드입니다. 건강에는 좋지 않겠지만 작업이 늦게 끝나는 경우가 많으니 낮에는 주로 가볍게 빨리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찾게 되고 마음 편히 먹을 수 있는 밤에 야식으로 충실한 음식들을 찾게 됩니다. 낮에는 샐러드, 저녁으로는 치킨 혹은 햄버거, 가끔 야식으로는 야채곱창, 마라탕이 자주 생각나는 것 같습니다. 하나씩 돌아가며 먹다 보면 무한궤도가 가능합니다. 때마다 빠져있는 음식이 달라지는데 요즘은 요즘에는 버섯이 올라간 그리너 그릴드 머쉬 샐러드 혹은 '샐러디'에서 팔라펠을 추가해 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메리칸 트레이'의 리코타 치즈 샐러드도 좋아합니다! 샐러드는 토핑에 따라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으며 속이 비교적 편안하게 포만감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아 좋습니다. 세상에는 맛있는 음악만큼이나 맛있는 음식이 많은 것 같습니다.

 

Q3. 배민라이브 보는 구독자들에게 한마디!

안녕하세요 이고도입니다! 평소 배민라이브는 공간 위에 실재하는 음악을 온기 그대로 배달 받아 볼 수 있는 느낌이라 늘 기대되는 마음으로 보곤 했었는데, 이번에 배민라이브를 통해 소중한 노래들을 들려드릴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도시가 한눈에 보이는 장소에서 진행된 라이브는 노래가 가진 의미들을 더 충만하게 만들어준 것 같습니다. 일몰과 해가 온전히 진 서울의 모습 모두 아름다웠어요. 그런 서울의 풍경을 바라보며 부른 노래에 담긴 진심이 전해지길 바라며, 저를 비롯한 다양한 아티스트 분들을 담은 배민라이브 영상들이 여러분에게도 각자의 의미를 지닐 수 있는 음악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또 작은 위로로 남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느덧 여름이 지나 가을입니다. 다가오는 계절에는 새로운 음악을 들려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부디 건강하고 배부른 계절이 되시길 바랍니다.

 

* 배민라이브는 숨은 음악 맛집을 찾아 배달하는 배달의민족의 음악 콘텐츠입니다. 유튜브 채널에서 매달 새로운 아티스트의 라이브 영상을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