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것들은 다 나와는 너무 다르고” – 밍기뉴 ‘봄날은 간다’ 중에서

상처나 불안을 온전히 껴안는 첫 번째 단계는 그것을 자신의 앞에 진솔하게 내어놓는 것이다. 2020년, 그 마음을 섬세하게 간지럽히는 R&B 트랙들로 데뷔한 밍기뉴(Mingginyu)는 이후 앞선 노래들보다 한결 차분하고 담백한 목소리로 나와 너를, 나의 사랑을 들여다보는 노래들을 발표하며 이름을 점차 알렸다. 지난해 가을, 짙은 안개가 내려앉은 풍경 속 한 그루 나무에 시선이 머문 아트워크의 싱글 <춘몽(春夢)>을 공개하고, 수록곡 ‘나랑 도망가자’가 인기를 끌며 그의 고백에 하나둘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밍기뉴의 노래

밍기뉴의 이름은 우리가 잘 아는 소설에서 유래했다. 출간한 지 50년이 넘은 지금도 성장문학의 대표작으로 늘 첫손에 꼽히는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이야기 속 주인공인 5살 ‘제제’(Zezé)에게는 온 가족의 학대를 받는 괴로운 일상의 틈에서 자신과 유일하게 온전한 대화 상대가 되어주고 진정한 친구가 되어주는 상상의 존재, 라임오렌지나무 ‘밍기뉴’(Minguinho)가 있다.

“다시는 갖지 못할 날들을 그리네 … 다시는 피지 못할 꽃들을 기리네.” – ‘봄날은 간다’ 중에서

밍기뉴(Mingginyu)의 많은 고백은 분명 슬픔과 절망 사이에서 피어난다. 그러나 그것은 절대 무너지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앞서 쓰러져가는 ‘너’의 손을 붙잡고 훨훨 날아가고자 하는 ‘나랑 도망가자’와 함께 싱글에 수록한 이 노래 ‘봄날은 간다’의 가사 역시 시종일관 떠나가는 봄날을 여러 차례 목놓아 부르지만, 봄이 사라진 곳에는 깊은 수렁 대신 이유 모를 희미한 위로가 자리한다. 지나간 봄날을 솔직하게, 한편으로 담백하게, 동시에 단단하게 나누는 것만으로 크나큰 위안이 된다. 마치 내 모든 것을 같이 나누고 이해해 주는 라임오렌지나무 친구가 생긴 것처럼.

 

노래가 우리를 껴안는 방법

“지는 해는 다 잊고 초라함만 남았네. 다시 돌아가기엔 참 여린 마음.” – ‘봄날은 간다’ 중에서

과거가 되어버린 그리운 날들에 대한 봄날의 비유는 이제 너무도 익숙해진 관습적 표현이지만, 밍기뉴의 노래가 유난히 진심으로 와닿는 것은 그가 정서를 과장하지도, 괜스레 다른 색을 덧칠하지도 않는 덕분이다. 화려한 미사여구나 절절한 사연 대신 지금 비치는 마음의 창을 있는 그대로, 봄날은 간다고, 봄날이 간다고 반복하여 전하는 까닭이다. 밍기뉴가 마음에 품고 있다는 이제니 시인의 시 제목 ‘안개 속을 걸어가면 밤이 우리를 이끌었고’(2015)처럼 억지로 날이 밝아오는 아침해를 기다리거나 안개를 견디는 게 아니라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그저 노래와 밤에 기대고 안긴다.

밍기뉴의 이번 배민라이브 영상은 경기도 남양주시 오남읍에 있는 천마산 자락 숲속에서 촬영했다. 사방으로 높고 빽빽하게 솟아난 나무들이 마치 모든 게 있는 그대로 괜찮다는 듯, 햇살과 구름, 바람에 따라 변화하면서도 결국 흔들림 없는 그 모습이 노래의 본심을 대변해 주는 듯 가사 속 동요하는 감정과 사연을 고스란히, 한편으로 조금 더 포근하게 전달한다.

‘봄날은 간다’ 원곡에서 풍성한 코러스와 신시사이저 사운드로 연출했던 꿈결 같은 공간감은 보다 소박하고 현장감 있는 밴드 사운드로 대체되어, 드넓은 숲속 공간이 주는 맑고 자연스러운 매력을 심화한다. 밍기뉴의 노래가 그의 가사와 목소리로 듣는 이의 감성을 안아준다면, 이번 라이브 영상은 탁 트인 공간감과 그 속을 살뜰히 채우는 소리, 진초록빛과 농도를 오가는 갈색의 흙빛으로 보고 듣는 이의 감각을 끌어안는다.

‘봄날은 간다’ 배민라이브

 

밍기뉴의 포옹

“네게 날카로운 가시 있대도 내가 마음 열어 사랑할 거야.” – ‘나의 모든 이들에게,’ 중에서

상처와 불안을 온전히 껴안는 두 번째 단계는 그저 두 팔을 크게 벌리는 것이다. 밍기뉴는 자신의 슬픔과 고통 앞에 당당할 뿐만 아니라 타인의 그늘 대함에 있어서도 주저함이 없다. 당신에게 ‘날카로운 가시’가 있다고 해도 마음을 열어 사랑하겠다는 그의 고백은 절대 공허한 장담이나 판에 박힌 위로로 느껴지지 않는다. “너가 아픈 것 다 이해할 거야” “너가 아픈 것 다 알아줄 거야”(‘나의 모든 것들에게’) 기타와 목소리만으로 전하며 수없이 반복해 주지하는 노래 속 태도와 분위기에 단 한순간의 변함도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먼저 공개한 이 노래 ‘나의 모든 이들에게,’에는 제목 뒤에 쉼표가 하나 찍혀 있다. 그 덕에 우리는 이를 그저 제목이나 수신인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다음에 이어질 메시지에 주목하게 된다. 이제 막 지나버린 어지러운 봄의 감성과 노래에 이미 가득한 사랑을 두루 전한 배민라이브와의 인터뷰에서 밍기뉴의 진심을 다시금 짐작한다.

‘나의 모든 이들에게,’ 배민라이브

 

Q1. 배민라이브를 촬영하게 된 소감은요?

<춘몽(春夢)>이라는 앨범을 내고 ‘나랑 도망가자’라는 곡이 뜻밖의 사랑을 받게 되어 정말 감사했는데요. 배민라이브를 통해 ‘봄날은 간다’라는 곡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 같아서 기쁩니다. ㅎㅎ

사실 라이브 영상을 촬영하고 남긴다는 것이 조심스럽고 겁도 났었는데, 배민라이브 팀과 함께 좋은 영상을 남길 수 있게 돼서 감사했습니다! 제 음악과 잘 맞는 장소를 찾아주시고, 제 음악도 좋아해 주시는 게 느껴졌거든요. 첫 라이브 영상 촬영이라 많이 긴장했는데 맘 편히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같이 으쌰으쌰 오구오구 해주셔서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최고! ㅎㅎ

 

Q2. 작업 /음악 준비하시면서 자주 시켜 드시는 가게 / 메뉴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평소에 마라탕과 차돌짬뽕을 애정하는 편이라 두 메뉴를 자주 시켜 먹는 편입니다! 이제는 소울푸드가 된 느낌이에요. 마라탕은 중국당면, 유부, 청경채, 숙주가 필수에용!

 

Q3. 배민라이브 구독자 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은 어떤 봄을 보내셨을까요? 저는 꽃향기와 이런저런 간지러운 감정에 어지러운 봄을 매년 보내는 것 같아요. 저는 맛있는 음악을 좋아하는 편인데요! 여러분에게 제 노래가 맛있게 느껴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어쩌면 부족할지도 서투르게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곁에서 오래오래 함께 있고픈 제 마음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맛있는 거 많이 챙겨 드시고 건강하시고 꼭 기분 좋게 배부른 날들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배민라이브는 숨은 음악 맛집을 찾아 배달하는 배달의민족의 음악 콘텐츠입니다. 유튜브 채널에서 매달 새로운 아티스트의 라이브 영상을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