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1969년 로스앤젤레스의 한 파티에서 처음 만나 함께 노래하면서 서로 알게 되었다. 피아노에 앉은 캐롤 킹(Carole King)과 기타를 잡은 제임스 테일러(James Taylor)는 노래하면서 서로 호흡이 잘 맞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 둘을 안고 새로운 인생을 막 시작한 20대 후반의 이혼녀와 우울증과 마약에 시달리며 막 데뷔한 20대 초반의 청년은, 웨스트 할리우드의 나이트클럽 트루바도르(Troubadour)에서 듀엣으로 함께 무대에 오르며 싱어송라이터의 기나긴 여정을 시작했다. 캐롤은 제임스에게 자신이 작곡한 ‘You’ve Got a Friend’를 먼저 녹음하도록 흔쾌히 허락하였고, 제임스는 대중 앞에 서지 않던 작곡가 캐롤에게 가수로 데뷔하도록 용기를 불러 넣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격려하며 미국을 대표하는 싱어송라이터의 반열에 올랐고, 두 사람이 각자 발표한 ‘You’ve Got a Friend’는 모두 그래미를 수상하여 두 사람의 우정을 상징하는 곡으로 남았다.

캐롤 킹, 제임스 테일러 ‘You’ve Got a Friend’(1971, BBC)

많은 사람들이 두 사람이 부부 관계일 것이라 착각할 만큼, 두 사람은 오랫동안 막역한 관계를 유지하였다. 두 사람을 이어준 사람은 제임스의 오랜 음악 친구인 뮤지션 대니 코치마(Danny Kortchmar)였는데, 그는 캐롤이 로스앤젤레스에서 함께 밴드를 만들어 활동한 적이 있었다. 캐롤은 10대 시절부터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솔로 가수들의 전문 작곡가로 활동했는데, 그가 이제까지 작곡한 400여 곡 중 빌보드 톱 100에 오른 곡은 무려 118곡에 이른다. 하지만 그와 콤비를 이루었던 작사가 남편 제리 고핀(Gerry Goffin)과 이혼하면서 슬럼프에 빠졌고, 어린 딸 둘을 데리고 무작정 로스앤젤레스로 들어와 새 인생을 시작한 것이다. 제임스 테일러는 부유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입시를 준비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우울증이 악화되었고 오랫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가수로 나선 후에는 약물 중독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했지만, 영국으로 건너가 비틀스의 프로듀서 피터 애셔(Peter Asher)와 연결되어 성공적인 데뷔 앨범을 내고 친구 대니를 따라 로스앤젤레스로 들어온 것이다.

두 번째 앨범 <Sweet Baby James>(1970)에 수록한 ‘Fire and Rain’은 제임스 테일러의 첫 히트곡이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의 인연을 끈끈하게 이어준 노래는 ‘You’ve Got a Friend’다. 캐롤은 제임스의 첫 히트곡 ‘Fire and Rain’의 한 소절에서 영감을 받아 이 곡을 작곡하였고, 트루바도르 클럽의 무대에서 먼저 제임스에게 들려주었다. 제임스는 자신의 세 번째 앨범 <Mud Slide Slim and the Blue Horizon>(1971)을 녹음하면서 짬을 내어 이 곡을 불렀는데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는 바로 캐롤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이 곡을 먼저 사용할 수 있냐고 물었는데, 캐롤은 흔쾌히 제임스의 요청을 수락하였다. 캐롤은 자신의 앨범에 수록할 예정이던 곡을 다른 가수에게 먼저 발표하도록 할 정도로 두 사람의 신뢰관계는 높았던 것. 이 곡은 제임스의 첫 빌보드 1위 곡이 되었고, 그에게는 그래미 팝 보컬 상을, 작곡가 캐롤에게는 그래미 ‘올해의 노래’상을 안겼다. 솔로 가수로 나선 첫 앨범에서 실패를 맛본 캐롤은 제임스의 권유로 두 번째 앨범 <Tapestry>(1971)을 냈는데, 이 음반은 무려 3,000만 장이 팔리면서 캐롤을 작곡가에서 성공적인 싱어송라이터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 여기에 수록한 ‘You’ve Got a Friend’ 역시 캐롤에게 그래미 ‘올해의 노래’를 안겼고, ‘올해의 음반’까지 포함해 그는 그래미 4관왕이 되었다.

캐롤 킹, 제임스 테일러 ‘You’ve Got a Friend’(2010, Troubadour)

두 사람은 ‘You’ve Got a Friend’의 노래 가사처럼 서로에게 힘이 되고 격려하며 때로는 함께 공연 투어에 나서며 미국을 대표하는 싱어송라이터로의 여정을 시작했다. 제임스 테일러는 이제까지 20장의 음반을 발표하며 약 1억 장을 판매했고, 캐롤 킹은 22장의 음반으로 약 8,000만 장을 판매했다. 1957년에 영업을 시작한 로스앤젤레스의 트루바도르 클럽은 50주년을 기념하여 2007년에 두 사람의 <Troubadour Reunion Tour>를 기획하였고, 2010년까지 이어진 역사적 공연에서 두 사람은 ‘You’ve Got a Friend’를 함께 부르며 눈시울이 붉어졌고 관객들은 함께 이 노래를 불렀다. 두 사람의 기념비적인 우정을 기념하여 CNN은 HBO Max와 함께 콘서트 다큐멘터리 <Carole King & James Taylor: Just Call Out My Name>(2021)를 제작하였다.

다큐멘터리 <Carole King & James Taylor: Just Call Out My Name> 소개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