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뀌고 생명이 시들었다가 다시 갖가지 생명이 태어난다. 삶과 죽음은 불가분의 관계, 그들은 소곤소곤 귓속말을 나누며 자신의 삶의 다양한 의미의 단정한 안녕을 고하거나 고요히 사라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들은 세상을 향해 자신의 존재를, 자신의 이야기를 남겼고, 외쳤고, 또 남기길 반복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렇게 피어나고 사라지길 반복하는 세상 곳곳의 다양한 생을 향하여 자신의 목소리를 한 움큼 내뱉기 시작한, 여린 잎처럼 피어나는 생명력을 품은 소녀가 있다. 세상의 아름다움과 추악함 속에, 삶과 죽음의 변화 속에 발을 내딛자마자 그 속으로 뛰어 들어간 소녀는 달리고 또 달린다. 자신의 꿈을 향한 사랑을 동력으로, 무한한 용기를 땔감 삼아. 한편으론 세상을 향한 불만과 두려움으로부터 자신의 사랑을 지켜내고자 와락 비명 같은 소리를 치며 더욱 힘차게 달려나간다. 그러던 소녀는 더 넓은 곳으로 달리고 싶고, 녹진하게 온몸에 무겁게 묻어나는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진다. 소녀는 이상을 벗어나고자 하늘 위로 뛰어오른다. 무한정 달려가는 자신을 바라보는 세상의 이상한 시선들에서 벗어나고자, 머리를 들고 눈을 빛내며 뚜렷이 보이는 저 하늘 위의 이상을 좇기 위해 소녀의 청춘은 조금은 어설프게 하늘로 뛰어올라 비행을 시작한다.

우리가 지금 목도하고 있는 건 완벽한 비행을 하기 위한 한로로의 ‘에튀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를 발견한 모든 이들의 마음을 포섭하고 위로와 헌정을 보내는 한로로의 이상비행은 그 자체로도 새파란 용기가 솟아난다. 함께 커피를 마시고, 눈을 빛내며 자신의 음악을 이야기하는 한로로는 자신의 몸을 부셔가며 조각조각 반짝이는 윤슬처럼 온전한 형태의 완성된 아름다움은 아니지만 불확실하고도 불안하지만 영원히 소모되지 않을 청춘 그 자체였다.

Q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로로 안녕하세요 저는 24살 싱어송라이터 한로로라고 합니다. 만 22세지만 뭔가 어색해서 늘 24살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Q 앞서 “세상에 소리치는 ‘록스타’가 꿈”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데뷔와 동시에 세상이 이미 한로로라는 음악가에게 답을 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한국대중음악상 노미네이트, 튠업, 헬로루키, 온스테이지, 배민 라이브, 몽베스트 라이브, 이찬혁 앨범 참여, RM의 샤라웃 등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응답을 받았습니다. 요즘 소감이 어떤가요?

한로로 요즘 소감이라. 기분은 너무 좋아요. 원래 저를 알아 달라는 마음으로 음악을 시작했어요. 또 그렇게 하다 보니 생각보다 너무 빠르게 많은 분이 저에게 대답을 해주시는 것 같고, 그만큼 사랑을 주시는 것 같아서 일단 기분은 너무 좋습니다. 그와 동시에 앞으로의 음악적 방향에 대해 요즘 들어 더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제 스스로도 그렇고, 회사 분들과도, 함께 음악하는 오빠들과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앞으로 이 관심을 어떻게 유지하면서 제 음악을 더 넓게 퍼트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입춘’ 뮤직비디오

Q 그런 포부와 고민이 바탕이 됐기 때문일까요? ‘입춘’(2022)은 나오자마자 큰 반응이 있었어요. 데뷔 전에 상상해본 적 있는 그림일까요?

한로로 전혀 예상 못했었어요. 왜냐하면 데뷔는 인생에 있어서 제일 큰 도전이기도 했고, 제가 음악을 전공한 사람도 아닐뿐더러 정말 아마추어인 상태에서 데뷔 곡을 내게 됐기 때문이에요. 그래서인지 뭔가 도전한다는 것 자체에 일단 많은 의미를 뒀던 것 같아요.

곡이 성공하고 하지 않고를 떠나 일단 내 첫 노래를 발매하는 것만으로도 일단 만족하자고 마음먹었어요. 결국 결과는 내가 아무리 예상을 하고 잘 될거라 기대를 하거나, 안 될거라는 부정적인 생각하는 것과 별개로 결국 듣는 사람들이 결정을 해주는 거는 거니까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최대한 신경쓰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건 저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이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뭔가 지금 찾아오는 이런 것들이 아직까진 약간 어버버하고 이상해요. 그땐 아무것도 몰랐고 한치앞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들이니까요.

 

Q 솔로 여성 로커가 이렇게 빠르게 주목받는 게 굉장히 오랜만이에요. 그래서 신(scene) 내에서도 한로로란 존재가 굉장히 신나고 너무 반갑고 더 잘 됐으면 하는 응원의 마음이 큰 것 같아요.

한로로 감사합니다. 부끄럽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웃음)

EP <이상비행>

Q 지난 8월에 한로로의 첫 번째 EP <이상비행>이 나왔어요. 발매 소감을 이야기 해줄래요?

한로로 현실에서 이상을 허겁지겁 쫓아가다 보면, 사람들이 “너는 현실을 살아가지 못한다.” “되게 뜬구름 잡는다.” 약간 그런 식의,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있잖아요. 제가 종종 그렇고요. 그러다 보니 저 스스로 그런 생각으로부터 벗어나는 모습을 담아내고 싶었어요. 아무리 사람들이 저를 이상하게 쳐다본다고 하더라도 나는 내 이상을 쫓아서 가겠다. ‘이상한 비행’ ‘이상을 좇는 비행’ 약간 동음이의어 같은 느낌일까요? 그런 제 꿈을 세상에 펼치겠다는 용기를, 정말 용기 있게 곡에 담고자 했습니다.

 

Q 지금까지 한로로의 곡들은 사람들에게 청춘을 향한 위로를 요청하거나, 여러 청춘에 함께 연대하자고 손을 내미는 느낌이었어요. 어떤 곡은 어둡고, 어떤 곡은 당차고요. 각 싱글마다 청춘을 다루는 주제가 조금씩 달랐고, 그 주제를 표현하는 목소리의 느낌도 좀 달랐다고 생각해요. 이번 EP에도 전반적인 분위기가 이어진다고 생각해요. ‘입춘’ 싱글을 내기 전부터 많은 데모를 준비한 걸로 아는데 EP 계획은 작년부터 정해져 있었나요? 데뷔 전에 쓴 곡들도 이 EP에 들어가 있나요? 아니면 이번에 모두 새로 쓴 곡들일까요?

한로로 좀 섞여 있는데요. 일단 이번 EP의 ‘틀’을 제일 먼저 잡았어요. 작년부터 딱 1년 됐을까요? 8월인가, 9월쯤일 거예요. 한글 파일로, 그냥 EP에 어떤 내용을 담고 싶은지에 관해 막 써 내려갔는데, 제일 첫 번째로 적었던 제목이 바로 ‘이상비행’이었어요. 이후 주변으로부터 주제 자체가 좋다는 확인을 받았고, 여기에 메시지를 담아내기 위한 곡들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며 일단 썼던 곡들 중에서 곡을 선별하는 작업을 진행했어요. 물론 막 이것저것 새로 써보다 보니 전체적인 틀 아래 ‘이상비행’, ‘금붕어’, ‘화해’라는 새로운 곡을 쓰게 됐어요.

‘금붕어’란 곡은 물의 이미지와 연결이 돼 있고, 물속에서 위로 올라가는 듯한 움직임을 표현하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예전에 썼던 ‘해초’라는 곡과 이어졌죠. 해초가 바다를 떠도는 과정이랑 연결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해초를 이렇게 삽입해도 이상비행의 메시지에 잘 담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해초’가 음원 버전으로 나오길 원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이때가 아니면 후에는 이 노래를 세상에 공개할 타이밍이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해초’도 넣게 됐습니다. ‘자처’는 원래 싱글이었다가 EP에 포함됐습니다. 이것도 EP와 결이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넣었어요. ‘사랑하게 될거야’는 사실 ‘이상비행’ 전에 썼던 곡인데 마지막 곡으로 넣으면 이 모든 갈등과 이상을 위해 치솟던 그런 격렬한 과정들을 한 번에 잘 품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P 전체를 품어줄 수 있는 곡으로 ‘사랑하게 될거야’가 너무 잘 어울리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넣게 됐습니다. 이번 EP는 신곡과 기존 곡이 많이 섞여 있어요.

Q 곡들에 기승전결이 있기보다 좀 여러 일을 헤쳐가다가 마지막에 결국 사랑으로 귀결된다고 생각했어요. 청춘을 포근하게 보듬어 준다고 해야 될까요? 그런데 이야기를 듣고 보니 곡들이 매우 계획적으로 만들어졌군요. 기존 곡들과 새로운 곡이 이렇게 같이 섞였는데도 순서가 너무 잘 어우러졌어요.

한로로 저도 곡을 배치하는 과정에 있어서 꽤 많은 고민이 있었는데요. 일단 잘 배치가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고 만족스러웠어요.

 

Q 이번 EP 콘셉트를 ‘이상비행’이라고 처음부터 정했다고 했어요. 이상비행이라는 게 정확하게 어떤 의미인지 조금 더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한로로 현실에서 이상으로 벗어나려는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걸 좀 더 시각적으로, 사람들에게 잘 닿게끔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저희가 어딘가로 떠날 때 비행기를 타잖아요. 도피하는 느낌도 들고. 날아가는 행위가 아래에서 위로 높이 치솟는 이미지가 있기도 하고. 제게는 후련함과 자유로움을 주는 것 같았어요. 그러다 보니 그런 자유로움을 표현하기에는 비행이라는 단어를 넣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게 됐고, 이후 정말 자연스럽게 ‘이상 비행!’ 이렇게 주제를 잡게 된 것 같아요. 스스로 비행이라는 것 자체에 좀 더 많은 의미를 담아보려고 했던 것 같아요.

‘사랑하게 될 거야’ 뮤직비디오

Q 데뷔 싱글부터 목소리와 가사에 정체성이 보이는 신인의 등장이라 환호했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 이번 EP는 또 달라요. 특히 보컬이 좀더 가벼워진 느낌이 있어요. 약간 덜어내려고 했다는 인상일까요? 각 곡마다 목소리 톤이나 분위기가 많이 달라져요. 목소리 역시 싱글과 EP에 차이를 두려고 했나요? 그리고 곡마다 목소리의 변화나 감정선을 어떤 식으로 다잡고 노래를 하는 편인가요?

한로로 보컬 측면에서 좀 더 잘 부르려고 한 것도 있지만, 녹음을 할 때 최대한 힘주지 않고 편하게 하려고 했어요. 듣는 사람에게 피로감을 주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해야 할까요? 여섯 곡을 한 번에 들어야 하는 EP이다 보니, 전체를 한꺼번에 들으려면 귀가 덜 피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제가 지금 이야기하듯 좀 더 가볍고 후련한 마음으로 노래를 부르면 듣는 사람들도 다같이 그런 마음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 불렀어요.

노래의 표현이나 감정을 어떻게 할지는 사전에 모두 준비하는 편이고요. 원래 각 곡마다 가사를 쓸 때부터 감정을 실어서 쓰는 편이라 그게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것 같아요. 테크닉 측면에서는 이 부분에서 이렇게 숨을 쉬고, 이 부분은 여기까지 끊고 이런 것들을 따로 준비하는 편인데, 감정적인 면에서는 노래를 부르면서 눈을 감고 가사를 읊조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감정과 느낌이 묻어나게 되는 것 같아요.

 

Q EP의 6개 트랙을 각각 짧게 소개해줄래요?

한로로 1번트랙 ‘이상비행’은 진짜 말 그대로 비행을 준비하는 곡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뒤에서 막 휘몰아치는 악기들이 가득해 뭔가 설레고 되게 두근거리는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이제 진짜 내가 내 이상을 위한 비행을 준비한다.’ ‘나는 이제 올라간다.’ ‘날아간다.’ 이런 감정을 담은 두근거리는 곡입니다.

‘해초’는 과거의 섬에 혼자 있다가 바다에 휩쓸려 가서 새로운 섬을 찾아가는 해초의 이야기인데요, 물리적으로 하늘을 날고 그런 건 아니지만, ‘어딘가를, 무언가를 향해 떠난다.’ ‘이상을 향해 찾아간다.’ 이런 이미지에서 공통점을 느껴서 수록한 곡입니다.

3번 트랙 ‘화해’는 모난 마음을 갖고 살아가던 화자가 어느 날 하늘로 붕 뜨게 돼서 세상을 이렇게 내려다보았다고 상상하고 쓴 곡이에요. 늘 세상을 탓하고 사람들을 질투하고 그러던 화자가 막상 비행을 해서 세상을 내려다보니까 세상이 너무 아름다운 거예요. 그래서 뭔가 조그맣게 보이고 되게 오밀조밀 잘 살아가는 이 세상을 보면서 내가 좀 모난 마음을 덜어내고 세상에게 화해를 신청함으로써 이 세상을 사랑하겠다는 그런 따뜻한 다짐을 담은 곡입니다.

4번 트랙 ‘금붕어’는 <이상비행>의 제일 큰 틀이자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곡인데요. 어항 속에 있던 금붕어가 바다로 뛰어 들었어요. 그런데 그 금붕어는 더 넓은 물로만 가면 내가 충분히 자유로워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렇지 않은 거예요. 그래서 ‘내가 진짜 원하는 이상은 뭘까?’ ‘내 꿈을 뭘까?’ 생각을 해본 결과 자칫하면 죽을 수도 있지만 금붕어는 저 푸른 하늘을 꿈꾸고 있었던 거죠. 죽음을 무릅써서라도 ‘내가 원하니까 지상으로 올라가겠다.’라는 금붕어의 의지가 담겨있어요. 앞선 곡보다는 강한 포부를 담은 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5번 ‘자처’는 사실 싱글 때와 같은 음원이긴 한데요. EP에 포함함으로써 전하는 메시지가 조금 달라진 것 같아요. 그때는 슬픈 후회나 ‘다 내가 자처한 일인 걸.’ 이런 느낌을 담았다면, <이상비행>에 들어갔을 땐 좀 더 후련함이 추가된 느낌이에요. EP의 앞 곡들이 어찌됐든 간에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간에 나는 사랑을 하고 싶고, ‘나는 내 이상을 돕고 싶어.’ ‘이건 다 내가 다 자처한 일이야.’라는 맥락이라고 할까요? 앞의 곡들을 듣고 이 곡이 후에 나오고 나면 뭔가 싱글 때와는 다르게 좀 더 후련하고 ‘그래. 내가 다 자처했잖아.’ 약간 덤덤한 느낌을 줄 수 있는 곡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 곡 ‘사랑하게 될 거야’는 이 모든 비행을 종료하고 나서 착륙하는 느낌의 곡인데요. 어찌됐던 간에 내가 이렇게 이상을 쫓다가 현실로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그러한 과정들에 있어서 내 자신이 싫어지거나 다른사람의 눈치를 보고, 가끔 모난 마음을 갖게 된다고 하더라도, 어쨌든 후에는 ‘다 나의 밑거름이 될거다.’ ‘언젠가는 나와 나의 주변 모든 것들을 사랑하게 될것이다.’라는 따뜻한 마무리를 하는, 사람들을 품어주고 토닥여줄 수 있는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금붕어’ 뮤직비디오

Q 이번 EP에는 지금 제 앞에 있는 한로로, 유뷰트 영상 속의 한로로가 다 묻어 있어요. 상투적인 말이 아니라 힘들고 어려워도 포기하지 않는 사람, 결과적으로 자기를 포용할 줄 아는 그런 사람, 그런 단단한 사람이라고 느껴져요. 그리고 너무 귀여우십니다.

한로로 이렇게 칭찬을 눈앞에서 받으면 약간 방어를 못하는 기질이라 부끄럽습니다. (웃음)

 

Q 한로로님 가사를 보면 늘 곡보다 가사가 먼저 나오는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마침 좀 전에 가사를 먼저 쓰고 감정선을 잡아 둔다고 하셨는데, 전반적으로 어떤 식으로 곡을 만드시나요?

한로로 가사를 먼저 쓰는 게 맞고요. 제 음악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딱 정해져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노래를 만들기 전에 긴 글을 써요. 약간 소설의 문체라든지 에세이나 시라든지 제가 쓰고 싶은 대로 이것저것 쓴 다음에 여기서 마음에 드는 구절이나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그런 구절을 가사로 바꿔서 거기에 어울리는 멜로디를 붙이는 편이에요.

 

Q 뮤직비디오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어요. 영상의 배경이 홍콩인데요. 홍콩으로 선정한 이유가 있나요?

한로로 ‘금붕어’란 곡 자체가 물에서 갇혀 있다가 하늘로 가는 그런 이야기인데요, 그걸 사람인 제가 표현하려고 생각해보니 엄청나게 복잡한 현실, 그런 도심에서 벗어나서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지라도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을 위해서 어딘가로 달려가고 뭔가 열심히 찾는 그런 모습을 뮤비로 표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회사분들이랑 제일 복잡한 도시를 생각해보다가 홍콩이란 로케이션을 제안해주셨고 저는 너무 좋다고 생각했어요.

‘정류장’ 뮤직비디오

Q ‘정류장’의 영상 속 하얗고 아무것도 없는 삿포로의 넓고 광활한 눈밭과는 극단적으로 대비돼요. 지금 현재의 한로로 역시 많은 꿈과 노력, 칭찬과 환호, 한편으론 걱정과 부담과 고민들이 되게 많을텐데 그걸 뚫고 나가는 느낌이 있어 로케이션 선정이 너무 잘 된 것 같습니다.

한로로 짝짝짝 (일동 박수)

 

Q 뮤직비디오에 달리는 장면이 많은데 어떤 의미가 있나요?

한로로 언제부턴가 달리는 게 제 시그니처 동작이 된 것 같아요. 늘 무언가를 향해 뛰어가는 한로로를 많이 언급을 해 주시는데요. 무언가를 달리는 것 자체가 어딘가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하는 행동이라던가, 도피하고 싶은 마음을 제일 적나라게 드러낼 수 있는 행동이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뮤비 기획이 나왔을 때 디렉션에 ‘달리는 로로!’ 라고 적혀 있는걸 보고 ‘너무 좋아!’라고 받아들였죠.

‘화해’ 뮤직비디오

Q 다른 뮤직비디오처럼 특정한 상황이 닥치는 게 아니라 그냥 무작정 달리잖아요. 이런 부분이 1990년대, 2000년대 영화나 뮤직비디오 감성같기도 해서 특별하고 좋았어요. 무작정 달리는 게 청춘이니까요.

한로로 맞아요. 저도 1990년대, 2000년대 영화 느낌이 나서 오히려 더 좋았어요.

 

Q ‘화해’의 경우 라라랜드의 마지막 오디션 장면처럼 혼자 독백하는 듯한 연극적인 요소가 눈에 띄어요. 어떤 의미의 연출인가요?

한로로 ‘화해’의 메세지 자체가 뭐랄까, 새로운 것을 시도하면서 깨닫게 되는 노래거든요. 어쨌든 간에 나는 이 세상에 화해를 신청하고 사랑을 해야겠다. 이런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되는 그런 곡인데요. 그게 사회 초년생들이 면접을 보고 나서 드는 생각들과도 좀 많이 일치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요. 모난 마음이라고 해야할까… 아직 서툴고 아직 뭔가 조각되어지지 않은 그러한 모습들에서 또 하나의 깨달음을 얻고 어디론가 또 나아가는 그런, 제 또래들에게 친근한 현실을 화해 뮤비에 담아내고자 했어요. 그래서 뮤비 연출하는 부분도 그렇고 회사에서 면접을 보는 느낌으로 보여지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어 이런 뮤비를 만들게 됐습니다.

 

기타를 늦게 배웠고, 데뷔 전엔 우쿠렐레 말고 연주할 수 있는게 없었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한로로의 곡은 데뷔 때부터 사운드가 무척 인상적이에요. 베이스나 기타의 배치나 호흡이 무척이나 탄탄하기까지 하죠. 어떤 식으로 작업을 하나요?

한로로 우선 기타의 경우, 지금도 막 수준급으로 연주할 순 없어요. (웃음) 그래도 앞으로 프론트맨으로서의 자질을 저도 보여주고 싶기 때문에 기타를 열심히 연습하고 있습니다.

일단은 악기나 밴드 구성 등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어서 처음에는 좀 많이 힘들었어요. 머리로는 구상이 되는 것들이 있는데, 레퍼런스를 찾는 것도 그렇고, 전반적인 악기 배치를 어떻게 해야할까 생각하는것도 너무 힘들더라구요. 그러다 저희 회사의 소속 아티스트인 이새 오빠가 전반적으로 저희 밴드 프로듀싱을 같이 해주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 이새 오빠는 본인의 스타일을 고집하면서 제 곡을 변형시키는 스타일이 아니고, 제가 어떠한 느낌을 내고 싶은지, 어떠한 사운드를 표현하고 싶은지 하나하나 섬세하게 물어봐주는 편이에요. 저는 기계를 잘 못다루다 보니 이 부분에 있어서 서로 상세하게 의견을 조율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처음부터 이번 EP까지 이새 오빠에게 진짜 많이 배우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Q 국어 국문과 재학중이고 시나리오 작가가 꿈이었었는데 앞으로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나요?

한로로 뭔가 기회가 된다면 그럴 수 있을 것 같은데… 여담이지만 얼마 전에 ‘청년 영화제’를 보러 갔거든요. 영화관에서 여러 편들의 작품이 이렇게 동시에 상영되는 곳에 처음 가봤는데 제가 약간 범접할 수 없는 그런 분야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일단 시나리오 작가는 고민을 조금 해봐야 할 것 같더라고요. (웃음)

만약 그래도 음악 외에 다른걸 해볼 수 있다면 글을 쓰고 싶어요. 언젠가 소설을 내보는 것도 훗날의 꿈이기도 해요. 일종의 버킷리스트처럼 40~50대 즈음 지금부터 써온 시들을 한번에 몰아서 출판을 한다던가, 아니면 그때만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모아 에세이 같은 글로 풀어쓴다던가, 그런 식으로 책을 한번 내보고 싶다는 생각은 가끔 들어요.

 

Q 시나리오 작가가 꿈이었던 그 시절, 영화나 소설이나 드라마 같은 걸 보면서 나도 이런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다라고 생각했던 작품이 있나요?

한로로 그런 작품들이 너무 많아요. 저는 약간 잔잔하고 따뜻하고, 교훈을 주는… 덤덤하게 충격을 받을 수 있는 그런 영화들을 좋아해요. <어바웃 타임>(2013)을 특히 좋아해요. 처음 이 영화를 고등학교 때 봤을 땐 솔직히 이해를 잘 못했어요. 그러다 제가 20살이 된 이후 매년 이렇게 시간이 바뀌는 겨울마다 영화를 다시 꺼내서 보는데 매년 느낌이 너무 달라지는거에요. 저도 그런 느낌을 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글이든, 영상이든, 노래든.

Q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음악이나 록을, 특히 음악 중에서 록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게 됐을까요? 시와 글을 쓰는 걸 좋아한다면 포크란 장르도 있고, 어쿠스틱한 느낌으로 가사 속에 약간의 시대 정신이나 자신의 철학 사상을 많이 넣어서도 쓸 수도 있잖아요. 그럼에도 록을 선택한 이유가 무척 궁금해요.

한로로 저는 일단 노래를 시작하게 된 이유가 제 이야기를 어딘가에 풀어내보고 싶단 생각에서였어요. 말로 하기엔 뭔가 민망하고, 얼굴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내 메세지를 전하면서 소통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노래를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그런데 록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되게 많아요. 제가 말을 할 때는 조용하지만 노래를 부를 때는 좀 더 목소리가 단단하고, 까랑까랑하고 강력하게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전할 수 있는 보컬을 가졌다고 스스로 판단을 했어요. 회사분들과 이야기를 해보았을 때도 이 신에 없는 무언가를 도전하려면 록을 해야하지 않겠냐라는 의견도 많았구요. 그리고 전반적으로 세상에 소리 치고 싶다. 크게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심리적인 요인에서 무턱대로 록을 고른 것 같아요. 발라드나 어쿠스틱을 하는 분들은 좀 더 세심하고 잘 빚어진 목소리라는 생각이 드는데 제 목소리의 결은 그것과는 거리가 멀고, 무엇보다 계속 다시 말하게 되지만 ‘세상에 소리치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 커서 록을 선택하게 된 것 같아요.

 

Q 그런 한로로가 가진 세상에 외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세상을 향한 불만은 어떤 것일까요?

한로로 예전부터… 뭐랄까 너무 낭만적인 얘기일 수 있는데요. 그냥 사람들이 안 싸우고, 서로를 좋아해주고, 감싸주고, 이런 따뜻한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당장 학교나 회사에서도 그렇고 가까운 가족들이나 친구들 사이에서도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아요. 그런 문제에 대한 불만이 많은데 이 불만을, 너네 대체 왜이러는 거야! 이렇게 말하기보다는, 우리 충분히 서로 이렇게 사랑을 할 수 있는 존재들이니까 어떻게 우리끼리 잘 살아보자. 이런 식의 화합의 장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불만을 표출함으로써 이 불만을 그대로 두지 않고 사람들에게 사랑을 할 수 있는 그런 방법을 제안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Q 한로로는 청춘이 가진 사회의 무심함과 강요되는 아픔에 대해 잘 대변해주는 것 같아요. 한로로이기에 말할 수 있는 청춘이란? 한로로만이 말할 수 있는 청춘의 키워드가 있을까요?

한로로 제가 청춘이란 키워드를 통해서 노래로 표현하고 싶은건 ‘사실 우린 다 똑같다’라는 것를 늘 담아내려고 노력해요. 다들 10대, 20대들이 청춘이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10대 20대들도 되게 힘들때도 많고 그렇기에 이것을 청춘으로 부를 수 있나?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또 반대로 생각하고 돌아보면 저희 엄마, 아빠, 더 나아가 50대, 60대를 봐도 진짜 청춘을 청춘스럽게 잘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그래서 청춘은 딱 정의를 내리기가 제일 쉽지 않은 단어인 것 같아요. 그냥 자기가 청춘이라고 생각을 하면 청춘인거고. 그래서 청춘이란게 사실 별게 아닌 것 같아요.

나 지금 청춘인거 같은데? 라고 생각하면 그게 청춘인거 같아요. 그런데 뭔가 제 노래를 통해서 본인들의 지나갔던 청춘을 회상한다던가 아니면 지금 나이가 청춘이라서 같이 한로로랑 함께 즐기고 있다던가 아직 내 청춘은 아직 오직 오지 않았는데 언제쯤 오는걸까? 라는 궁금증을 유발하는 음악이 된다면 그게 저의 음악적인 이유가 아닐까요?

‘비틀비틀 짝짜꿍’ 뮤직비디오

Q ‘비틀비틀 짝짜꿍’(2022)이라는 곡 뮤직비디오 댓글에 한 50대가 글을 남겨 주셨잖아요. ‘한로로의 노래를 통해 청춘을 더욱 이해하게 됐다.’ 요즘의 청춘도 이해하고, 한편으로는 본인도 아직 청춘이란 것을 인지하고 있는 그런 어른이 한로로의 음악을 듣고 있는게 마음을 무척 뭉클하게 했어요. 진짜 모든 사람들 마음 속에는 청춘이 존재하죠. 한로로의 노래는 누구나 한번 겪었거나 아니면은 아직도 다른 형태로 품고있는 청춘을 건드리는 것 같아서 너무 좋았습니다.

한로로 맞아요. 60대라고 청춘이 아닐 수 없고, 10대라고 해서 청춘이 이런 게 아니니까요. 감사합니다.

 

Q 한로로하면 인디 밴드 연습생이란 키워드를 뺄 수 없어요. 그 존재 자체가 무척이나 신기했어요. 앞으로 이러한 시스템이 여러 기획사에 도입이 되면 좋을까요? 물론 로로씨같은 용기와 재능이 있어야겠지만요. 한로로가 느꼈던, 신인 아티스트는 어떤 도움이 필요하고 어떤 조언이 필요한지 알려줄래요?

한로로 개인적으로 저는 어떻게 보면 진짜 독특한 케이스라고 생각해요. 왜냐면 제가 연습생이 된 이후 아이돌 처럼 엄청 빡센 트레이닝이라 그런걸 한게 아니거든요.

그저 저는 정말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데 그냥 음악이 하고 싶다고 용기를 냈고. 저의 잠재적인 능력들을 회사와 함께 판단하고 탐구하는 그런 기간이었을 뿐이지 뭔가 막 혹독하게 가르침 받았다거나 그런 건 전혀없었어요.

어찌보면 그런것도 스스로 혼자서 잘 할 수있는 분들도 많을텐데, 저는 진짜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냥 정말 서툴고 꿈만 꾸던 학생이었다 보니 먼저 회사에 도움을 요청했고 감사하게도 회사에서 잘 받아줬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뭔가 이런 연습생 시스템이 도입된다기보다는 자기가 음악을 함에 있어서 진짜 어떠한 것을 전하고 싶고 어떤 장르가 자기한테 잘 맞고 어울리는지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나란 아티스트를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내가 어떤 브랜딩을 갖고 가야 할지, 이런 것들을 스스로가 좀 더 생각해 볼 수 있다면 충분히 혼자서도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주변인들의 도움을 받고 싶었고 그래야만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연습생의 길을 선택했지만 충분히 다들 스스로도 잘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그럼 1년차 선배가 된 한로로가 후배들에게 도움을 준다면 뭐가 제일 필요하다고 말해주고 싶은가요?

한로로 글쎄요. 저도 아직 너무 부족한 게 많아서… 저는 아직도 제가 부족한 게 많다고 스스로 생각을 하고 지금도 꾸준히 연습을 하고 있어요. 뭔가 실력적인 부분을 벗어나서 진짜 자기가 어떤 걸 음악으로 말하고 싶은지, 그리고 이게 어찌 됐든 간에 어떻게 표현되고 무엇이 되고 싶은지는 스스로 제일 잘 안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우리 모두 그 부분에 대해 끊임없는 탐구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 장르와 시장에 대한 조사도 좀 확실히 하는 게 필요한 것 같습니다.

Vanessa Carlton ‘A Thousand Miles’ 뮤직비디오

Q 한로로가 음악을 하고 싶게 만든, 혹은 질투하는, 꿈꾸는, 강하게 하는 영감을 주는 아티스트가 있을까요?

한로로 제가 중학교 때 Vanessa Carlton의 ‘A Thousand Miles’라는 노래를 처음 듣고 진짜 진짜 너무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이소라 선배님, 자우림 선배님 노래를 듣기 훨씬 더 전에 이 곡을 들었는데요. 어렸을 때라 영어 가사가 무슨 말을 전하는지도 전혀 모르겠는데 바이올린이나 피아노의 소리와 Vanessa Carlton의 맑은 목소리가 마음을 좀 벅차오르게 하더라고요. 가사 하나 모르는데 그런 감정을 가질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또 이런 맘을 갖게 하는 이 아티스트가 너무 멋지고 부러웠어요. 그때부터 음악에 대한 관심이 서서히 생기기 시작한 것 같아요. 하지만 중학생이란 신분이 그런 마음을 표출하지 못하고 학업에 열중해야 하는 그런 시스템 속에 있어야 하다 보니 이런 노래들을 들으면서 나도 언젠가는 뭔가 이런 벅찬 음악을 마구잡이로 시도해볼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꿈을 꿨어요. 지금 생각해도 신기해요. ‘A Thousand Miles’은 지금 제가 하는 음악과도 다르잖아요. 그런데 저에게 큰 영감을 줬던게 너무 신기하고 신났던 것 같아요.

 

Q 이제 좀 가벼운 질문으로 마무리를 지어볼까 해요. 한로로가 지금 사랑하게 될 것 같은, 사랑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한로로 나를 더 더 많이 사랑하는 것입니다!

 

Q 유튜브 <브이로그>의 ‘로로로그 홍콩 편’ 업로드 계획이 있나요? 한로로의 노래도 좋지만, ‘코로나 브이로그’로 입덕한 사람들도 많고, ‘삿포로 브이로그’는 올리셨어요. 다들 기다릴 거예요.

한로로 코로나가 제 데뷔를 정말 성대하게 축하해줬는데요. (웃음) 지금 생각해도 웃기고 갑갑하고 황당하고 또 웃겼요. <로로로그>는 계속 업로드 될 예정입니다. 홍콩도 곧…*

* 9월 19일 업로드되었음.

Q 한로로란 이름이 길로를 써서 자신의 길을 간다는 의미인데 앞으로 한로로의 여정은 어떻게 펼쳐질까요?

한로로 더 많은 관객들이 저와 함께 할 수 있길, 공연 할 수 있길, 함께 공감할 수 있길… 그런 여정을 늘 꿈꾸고 있습니다. 앞으로 제 여정을 늘 지켜봐주세요. 감사합니다!

 

인터뷰 조혜림

모든 사진 © 한로로

 

Writer

음악 콘텐츠 기획자, 하루키스트, Psychedelic rock. <중경삼림>의 영원한 팬. 읽고 듣고 보고 쓰는 것들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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