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고 있는 아름답고 환상적인 동화들은 실은 잔혹하고 성적인 테마가 가득한 이야기에서 윤색되고 수정되어 오늘에 이르렀다고 알려진다. 그림 형제가 집대성한 그림동화는 전해 내려오는 유럽의 민담이나 구전되는 이야기들을 각색한 것으로 마녀사냥이나 강간, 살인 등 피비린내가 난무한 원작에서 저녁에 가족들이 모여 아이들에게 읽어줄 수 있는 이야기로 바뀌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여전히 아이들에게 보여주기에는 곤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지금의 무난한 동화로 만들어지기까지는 디즈니의 노력이 절대적으로 크다. 고난을 겪지만 결국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는 주인공들의 아름다운 이야기에 어린이들은 흠뻑 빠진다. 하지만 최근 사람들은 디즈니의 버전이 여성을 독립적이고 진취적인 모습으로 그리기보다는 남성에게 의존하거나 악의 화신으로 묘사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디즈니에 의해 솜사탕처럼 달콤하게 바뀐 동화들의 오리지널 이야기들은 어땠는지 알아보자.

* 잔혹하고 불편한 내용이 있습니다.

 

신데렐라

디즈니 영화 <신데렐라>(2015) 포스터
영화 속 계모와 두 언니, 계모 역할은 케이트 블란쳇이 연기했다
<CENDRILLON> by Gustave Doré
<Cinderella> by Edmund Dulac

그리스 신화에서 나온 ‘로도피스’라는 이야기가 신데렐라 이야기의 근원 설화라고 전해진다. 로도피스는 그리스 출신 노예로 이집트에 살며 얼굴이 희고 아름다웠다고 한다. 이를 시기한 다른 노예들이 그를 많이 괴롭혔다. 이집트의 파라오가 축제를 열어 모든 사람들을 초대했는데, 다른 노예들은 로도피스에게 일을 많이 주어 그곳에 못 가게 하였다. 냇가에서 빨래(혹은 목욕)하던 로도피스는 신발이 젖어 옆에 두고 말리고 있었는데 하늘에서 매의 모습을 한 호루스 신이 내려와서 신발 한 짝을 물고 가 파라오의 무릎 위에 올려놓는다. 이를 신의 계시로 이해한 파라오는 신발의 주인을 찾는다. 파라오의 신하들이 신발의 주인을 찾아 파라오에게 데려오자 그는 로도피스와 결혼한다. 한편 그림 형제 버전의 신데렐라 이야기에서는 왕자가 공주를 찾기 위해 유리구두를 여성들에게 신겨본다. 그리고 신데렐라의 두 언니는 이 구두를 자신의 발에 맞추려고 발뒤꿈치와 발가락을 잘라 피를 흘리며 구두를 신는다. 이를 본 비둘기가 왕자에게 사실을 알리고 비둘기는 두 언니의 눈을 쪼아 먹는다.

 

백설공주

출처 – Rebloggy.com 
거울에 대고 말하고 있는 계모, 그림 - Franz Jüttner(1865–1925): Illustration from Sneewittchen, Scholz' Künstler-Bilderbücher, Mainz
백설공주를 깨운 왕자, 그림 - Franz Jüttner(1865–1925): Illustration from Sneewittchen, Scholz' Künstler-Bilderbücher, Mainz

그림동화가 나오기도 전에 있었던 오래된 이야기에 따르면 백설공주를 괴롭히는 계모는 실은 친어머니이고, 괴롭힌 이유는 남편의 사랑이 딸에게로 옮겨갔고, 딸과 남편이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원래 아이가 없어 고민하던 왕비는 물레를 돌리다 바늘에 찔려 피가 나는 것을 보고 하얀 피부에 피같이 빨간 입술을 가진 어여쁜 공주를 낳길 기도했으며 기도가 이루어져 아이를 낳은 것이 백설공주였다. 처음에 왕비는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잘 자라는 공주를 보고 행복해했으나 점차 자신에게는 관심이 없고 백설공주만 찾는 남편에게 묘한 기류를 느낀다. 결국 보지 말아야 할 장면을 보게 된 왕비는 점차 딸에게 질투심과 미움을 느꼈고, 우리가 잘 아는 디즈니 표 스토리에 나온 것과 같이 사냥꾼을 시켜 딸을 죽이게 한다. 사냥꾼의 연민으로 목숨을 건진 공주는 7명의 난쟁이들을 만나 그들과 같이 살며 집안일을 해주고 잠자리도 같이하는 관계로 발전한다.

백설공주 이야기의 여러 기원 중 하나의 실제 주인공 계모(Countess of Reichenstein)가 가지고 있던 일명 ‘말하는 거울’, ©Manfred Scherer / Spessart Museum. Via ‘Ancient-origins’ 

하지만 마법 거울을 보고 공주가 살아있음을 알게 된 왕비는 결국 직접 나서기로 하고 독사과를 먹여 죽게 한다. 공주의 시체를 유리관에 넣어 애도하던 난쟁이들에게 젊은 왕자가 접근하여 관을 달라고 조른다. 왕자의 외모를 본 난쟁이들은 죽어서라도 멋있는 왕자와 함께 있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하여 왕자에게 공주의 시체를 넘긴다. 하지만 왕자는 네크로필리아이자 성불능자로 살아있는 여자에게는 아무런 감정을 못 느끼는 사람이었다. 그가 백설공주를 만지자 공주의 목에 걸린 독사과가 튀어나오고, 공주는 되살아나게 된다. 자신의 범죄가 들킬까 봐 왕자는 서둘러 공주와 결혼한다. 결혼 후 공주는 왕자에게 친모의 복수를 해 달라고 조르고 이를 허락한 왕자는 친모를 불러 불에 달군 신발을 신게 한다. 결국 왕비는 고통에 펄쩍펄쩍 뛰다 죽고 만다. 이후 왕자와 공주는 잘살았다고 한다.

 

헨젤과 그레텔

<Hansel and Gretel>, The Big Book of Fairy Tales, Charles Robinson, 1911
<Hansel and Gretel>, European Folk and Fairy Tales, John D. Batten, 1913
<Hansel and Gretel>, Tales From Grimm, Wanda Gag, 1936

15세기부터 독일에서 민담으로 내려오는 이야기를 그림 형제가 정리하였다. 13세기 중세시대의 ‘대기근’ 때 있었던 영아들을 버리는 풍습이 민담으로 바뀌어 내려온 것으로 추정된다. 북유럽 등지에 있던 민담에는 거인이나 악인을 오븐에 넣어 죽이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것이 우리가 아는 요즘 버전에서 마녀를 오븐에 넣어 죽이는 것의 오리지널 이야기인 것으로 보인다. 계모에 의해 숲속에 버려졌다는 내용은 동화를 읽는 아이들의 충격을 줄일 수 있도록 후세에 개정된 것이고 원래는 친모가 버린 것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또한 아이들을 버리기로 한 것은 나무꾼 남편도 찬성한 일이었다. 계모든 친모든 아이들이 마녀를 죽이고 돌아왔을 때 엄마도 죽어 있었다는 사실은 은유적으로 계모, 친모, 마녀를 동일시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도 있다. <헨젤과 그레텔>은 19세기에 독일의 잉겔버트 험퍼딩크(Engelbert Humperdinck)에 의해 오페라로도 만들어졌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

Henry Fuseli, <The Nightmare>(1781)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샤를 페로라는 프랑스 작가가 쓴 것이 널리 알려졌지만, 비슷한 이야기를 그 외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샤를 페로의 버전 이전에 이탈리아의 잠바티스타 바실레가 쓴 <펜타메론>이라는 작품에 실린 ‘해, 달, 탈리아’라는 이야기가 이와 비슷한데, 이 이야기는 나폴리에 전해 내려오는 민담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 이야기에는 공주가 아니고 귀족의 딸인 ‘탈리아’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한 노파가 아마풀로 실을 돌리는 것을 보고 그런 것을 처음 본 탈리아가 신기해서 물레를 돌리려다가 아마풀 가시가 손톱에 박혀 쓰러진다. 몇 년 후 근처를 지나던 어떤 왕이 잠자는 탈리아를 보고 깨우려 했으나 일어나지 않자 아름다운 모습에 반하여 그를 강간하고 떠난다. 탈리아는 잠이 든 채로 남자아이와 여자아이 쌍둥이를 출산한다. 배가 고픈 아이들은 엄마의 손을 빨았고, 이 때문에 박혀 있던 가시가 튀어나와 탈리아는 잠에서 깨게 된다. 탈리아가 보고 싶어 다시 찾은 왕은 아이들과 함께 있는 탈리아를 보고 곧 자기의 성으로 부르겠다는 말만 남기고 떠난다.

<Sleeping Beauty>, by Alexander Zick

실은 이미 결혼한 상태인 왕은 잠자는 중에 탈리아와 아이들의 이름을 불렀고 이를 들은 왕비는 탈리아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에게 사람을 보내 왕이 보낸 척하며 아이들을 성에 데려온다. 요리사에게 아이들을 죽여서 요리하라고 하였으나 요리사는 아이들을 불쌍하게 여겨 죽이지 않고 양고기를 대신 내놓는다. 왕비는 상황을 모르는 왕에게 요리를 먹게 하고 만족한다. 하지만 탈리아의 존재를 불안해하던 왕비는 탈리아까지 성으로 불러 왕궁 한가운데 커다란 불구덩이를 만든 후 탈리아에게 뛰어들라고 한다. 탈리아는 옷을 벗고 뛰어들겠다고 했고 왕비는 이를 허락한다. 옷을 하나씩 벗으면서 소리를 질러대자 왕이 듣고 나와서 왕비를 불구덩이에 던져 버린다. 아이들을 죽인 줄 알고 요리사도 불구덩이에 던지려 했으나 요리사는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아이들이 살아있다고 왕에게 얘기한다. 왕은 요리사에게 상을 내리고 탈리아와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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