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청춘을 보내고 있나? 혹은 이미 청춘을 보내 버렸나? 인생의 가장 반짝거리는 시절을 묶어 ‘청춘’이라고 부른다. 청춘을 말하는 글, 음악, 영화를 한데 묶어 소개한다.

 

청춘은 다시 오지 않으니 후회 없이 살아라, 안중근

후회 없이 살라는 말은 숱하게 많이 듣는다. 더 노력할 걸, 할 걸 그랬어, 하지 말 걸 그랬어, 혹은 그랬어야 했어... 어떻게 살든 미련이 남는 것이 인생이기에 너만은 후회가 적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집안 어른들 혹은 선생님, 사회에서 만난 인생 선배들이 여러 형태로 ‘후회 없이 살라’는 말을 건네고는 한다. 이 말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해진다. 지구 반대쪽에서 <죽은 시인의 사회> 속 ‘키팅’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남긴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라는 말처럼.

그러나 단순히 현재를 즐기라는 말보다 청춘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 세월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는 안중근 의사의 말씀이 더 와 닿는 건 어떤 이유일까? 그의 숭고한 정신을 익히 알고 있어서일까? 청년들에게 남겼다는 이 말이 새삼 무겁지만, 그의 말처럼 청춘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 오늘의 청춘을 허투루 보내지 않겠다고 다짐해본다.

白日莫虛渡 靑春不再來(백일막허도 청춘부재래)
세월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 청춘은 다시 오지 않는다.

 

내 청춘을 너에게 줄게, 트로이 시반

2016년, 95년생 21세의 트로이 시반은 첫 정규앨범 <Blue Neighbourhood>를 발매했고, 수록곡 ‘youth’는 유튜브 조회 수 1억을 달성했다. 방황하는 청춘을 담은 가사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리 도망가면 어떨까? 떠났으면 어땠을까? 우리가 이 안전한 삶에서 도망가면? 아무도 우릴 못 찾게 되면? 하늘에서 많은 빛이 터져도 우리는 불타지 않을 거야. 우리 영원히 도망쳐버리자.”

도망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내 곁에 있는 네가 위안이자 버팀목이다. 그래서 그 마음을 담아 말해. 내 청춘을 너에게 줄게. 불안이 덕지덕지 묻은 간절한 마음은 애처롭고 귀하다. 그래서 가진 것 모두를 다 주겠다는 고백보다 더 큰 마음을 전한다. 청춘의 색감을 보여주듯 몽환적인 분홍색, 보라색을 주로 쓴 뮤직비디오도 한 수를 더했으니 뮤직비디오(링크)도 추천한다.

 

먼 훗날에는 우리, 괜찮을까? <먼 훗날 우리>

2018년에 개봉한 중국 영화다. <춘절, 귀가>라는 책을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는 주인공 ‘샤오샤오’(주동우)와 ‘젠칭’(정백연)이 고향 가는 기차에서 만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성공하겠다는 포부로 시작한 베이징 생활.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연인이었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현실의 벽이 너무 높아 좌절한다. 결국, 서로를 붙잡을 힘마저 잃어버린다. 그들이 10년 후 다시 재회하게 되는 것이 줄거리다.

고군분투하지만 세상은 여전히 나를 알아주지 않고, 연인과 친구, 가족 앞에 당당하게 서고 싶지만 나는 아직도 초라하다. 그렇게 싸우고, 작아지는 모습이 내 청춘과 똑 닮았다. 이 영화에 조금 더 뚜렷한 장르를 붙인다면 청춘영화라고 하겠다. 아득바득 살아가는 모습이 저절로 내 청춘을 떠올리게 하니, 내 청춘을 응원하는 것처럼 이들을 지켜보자.

 

너는 또 누구에게로 흘러갈 거니, 황경신

“너는 또 어디로 흘러가서 누구의 눈을 멀게 할 것인가?”

황경신의 ‘청춘’의 마지막 문장이다. 청춘에 홀려 앞만 보고 왔더니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그러니 내가 세상살이에 진이 빠져버린 것을 일단 청춘의 탓으로 돌리자. 내 눈을 멀게 했던 청춘은 또 누구를 홀리러 나를 떠났나? 청춘을 떠나보낸 화자의 마음에 덩달아 서럽지만, 청춘이 매혹적이라는 것에 동의한다.

내 청춘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것도 즐겁고, 누군가의 청춘을 보는 것도 좋다. 청춘을 보면 힘이 난다. <슬램덩크>나 <메이저> 같은 스포츠 만화 속 열정 넘치는 주인공의 원동력. 특히 가진 힘을 다 짜냈는데도 조금의 힘이 더 필요한 순간에 모든 걸 다 쏟아붓게 하는 것도 청춘이라서 가능하다. 그 간절함, 열망, 열정을 끌어내는. 그래, 어쩌면 청춘은 눈을 멀게 하는 걸지도 몰라.

내 잔에 넘쳐 흐르던 시간은
언제나 절망과 비례했지
거짓과 쉽게 사랑에 빠지고
마음은 늘 시퍼렇게 날이 서 있었어
이제 겨우 내 모습이 바로 보이는데
너는 웃으며 안녕이라고 말한다

가려거든 인사도 말고 가야지
잡는다고 잡힐 것도 아니면서
슬픔으로 가득 찬 이름이라 해도
세월은 너를 추억하고 경배하리니
너는 또 어디로 흘러가서
누구의 눈을 멀게 할 것인가

 

다시 오지 않을 나의 청춘에게, 뜨거운 감자

지나가 버린 세월을 야속해하는 노래가 있다. 바로 뜨거운 감자의 ‘청춘’. 이 노래만 들으면 속절없이 지나간 시간을 실감하게 된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러버린 걸까? 헛헛한 마음에 공감해줄 음악이 필요하다면 바로 이 노래를 추천한다.

2008년 예능 프로그램 <현장토크쇼 택시>에서 뜨거운 감자의 보컬 김C가 이영자에게 이 노래를 불러준다. 가까운 이를 떠나보냈던 이영자에게 위로의 노래를 불러준 것이었는데, 그때 이 노래에서 ‘청춘’은 우리 인생의 한순간이 아닌 인생 전체, 삶을 아우르는 단어 또는 나의 청춘이었던 누군가를 떠올리게 한다.

어쨌든 청춘은 결코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노래하기 때문에 노래를 듣다 보면 삶의 피로가 눈꺼풀 위에 내려앉은 듯 눈이 뻐근해지고 옅은 한숨이 나오지만, 내 마음을 대신해 불러주는 노래가 있어 그 노래에 잠시 기댈 수 있다.

시간은 흐르는 것이라고 해
세상은 변하는 것이래
흐르고 변하는 걸 어떡해
하지만 이렇게 빨리 떠나가면
아직은 널 보내고 싶지 않아
이렇게 가는 건 아닌 거지
붙잡아 보지만 물결같은 넌
돌아오지 못할 저 강물처럼 흘러간다
돌아오지 못할 강물처럼 흘러간다
다시 오지 않는 아름다운 나의 청춘

 

메인 이미지 <먼 훗날 우리> 스틸

 

Writer

좋아하는 것들을 쓴다. 좋아하는 이유를 열렬히 말하며 함께 좋아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