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깅(digging)’이 무의미한 시대다. 좋아하는 노래 하나만 들으면 유튜브나 각종 음악 포털사이트가 내 취향을 분석해 알아서 추천을 해주는 시대니까. 그러나 자동 분석 및 추천의 시대에도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얻기 위해 디깅하는 사람들이 있다. 올해로 9회째를 맞는 서울레코드페어는 음악 디깅을 멈추지 않는 이들을 위한 진정한 축제다. 11월 9일과 10일 양일간 이 행사에 방문하기 전 체크해야 할 리스트를 살펴보자.

 

2019 서울레코드페어 한정반 다섯 장

서울레코드페어는 3회 페어부터 매년 ‘서울레코드페어 한정반’을 선보이고 있다. 음악가 또는 레이블과의 협업을 통해 한국 대중음악의 명반들, 새롭게 주목할 만한 앨범들을 바이닐에 담아 내놓는 기획이다. 올해는 총 다섯 장의 레코드가 준비되어 있다. 이들은 서울레코드페어가 모두 열리는 장소에서 우선하여 구매할 수 있다.

 

1. 빛과 소금 <The Complete Studio Albums>

2집 <꿈>(1991) 수록곡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퓨전재즈 기반의 아름다운 팝 명곡들을 무수히 많이 남기며 1990년대를 풍미했던 빛과 소금. 현재는 장기호와 박성식 등 멤버 버 모두 교단에서 제자들을 양성하며, 다른 방식으로 국내 음악계에 헌신하고 있는 이들의 스튜디오 앨범 네 장(2, 3, 4, 5집)이 4개 LP 박스세트로 공개된다. 이미 발매하여 판매 중인 1집 재발매반이나 오리지널 레코드를 함께 수납할 수 있는 공간(총 5장 수납 가능한 박스세트)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새로운 라이너노트와 인터뷰를 담은 16페이지 부클릿(글: 김경진, 김학선)도 함께 담겨 있다. 9일에는 멤버 장기호의 사인회가 마련되어 있다.

 

2. 어어부 프로젝트 밴드 1집 <손익분기점>

<손익분기점>(1997) 수록곡 ‘아름다운 세상에 어느 가족 줄거리’

방백의 백현진, 씽씽의 장영규,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음악감독을 맡은 원일. 오늘날 가요, 영화음악, 국악 등 여러 분야에서 대한민국을 주름잡는 음악감독 셋이 뭉쳐 만든 슈퍼밴드가 있다. 주류와 인디 신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음악 스타일 덕에 20년 전 결성 당시 ‘한국형 아방가르드 밴드’, ‘인디계 반칙왕’이라고 불렸던 어어부 밴드다. 1997년 결성 멤버 세 사람이 유일하게 함께 만들어 발표한 1집은 한국 실험음악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명반으로 이번 레코드페어를 통해 최초의 바이닐 버전이 공개됐다. 4곡을 수록했으며 500매 한정반. 9일에 백현진의 특별공연 및 사인회가 있다.

 

3. So!YoON! < So!YoON!>

<So!YoON!>(2019) 수록곡 ‘FNTSY (feat. Jvcki Wai)’

2017년 혜성처럼 등장한 1997년생 인디 신의 슈퍼스타. 레트로 열풍을 이끄는 독특한 스타일과 개성 넘치는 패션 감각, 비주얼 못지않은 멋과 실력으로 많은 팬을 끌어모은 새소년의 황소윤. 멤버들의 군입대로 돌연 재정비의 시간을 갖게 된 그는 올봄 솔로 정규 앨범 <So!YoON!>를 발표하며 멈추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새소년의 블루지한 감각과 개성, 앨범에 참여한 다양한 피쳐링 진의 색깔이 잘 묻어난 올해 최고의 앨범들 중 하나로 이번 행사에서 첫 번째 바이닐 버전이 공개된다. 700매 한정반으로 이번 행사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되니 마음 단단히 준비해야 할 것.

 

4. 마로니에 '칵테일 사랑', '외로운 나'

‘칵테일 사랑’ 라이브 영상(1994)

마로니에는 1990년대에 활약한 프로젝트 혼성 그룹으로 1989년 결성 이래 여러 차례 멤버가 바뀌었지만, 1993년 3집 발매 당시 최고의 히트곡 중 하나인 ‘칵테일 사랑’을 내놓으며 김건모의 ‘핑계’가 일으킨 대한민국 레게 열풍을 이어가기도 한 그룹이다. 공개되는 7인치 바이닐 앞뒷면에는 이들의 히트곡 ‘칵테일 사랑’과 같은 앨범에 수록된 발라드 곡 ‘외로운 나’가 담겼다. 일러스트레이터 권서영(인스타그램)의 새로운 아트워크도 확인할 수 있다.

 

5. 노리플라이 1집 <Road>

<Road>(2009) 수록곡 ‘끝나지 않은 노래’

권순관, 정욱재의 2인조로 구성된 노리플라이는 1990년대 웰메이드 팝의 감성을 2010년대 인디 신에서 이어가고 있는 해피로봇 레코드의 간판 그룹이다. 특히 이들이 2009년 발표한 정규 1집 <Road>는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수상곡인 ‘뒤돌아보다’, 데뷔 싱글 ‘그대 걷던 길’, 히트곡 ‘끝나지 않은 노래’ 등이 수록되어 인디와 주류를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은 앨범이다. 500매 한정반으로 발매되었으며, 최초 바이닐 버전이다.

 

2019 서울레코드페어 최초공개반

‘서울레코드페어 최초공개반’ 역시 서울레코드페어 한정반을 판매하는 중앙부스에서 함께 판매한다. 서울레코드페어에서 최초로 판매를 시작한다는 점에서는 두 가지 모두 동일하지만 한정반은 서울레코드페어 사무국에서 음악가 및 권리자와 협의해 직접 기획한 앨범이라면, 최초공개반은 음악가와 레이블 등이 직접 준비해 페어를 기점으로 최초 공개하는 음반이다. 따라서 최초공개반은 페어 이후 일반 판매 혹은 공연장 판매가 예정되어 있을 수도 있다. 물론 페어에서 모든 수량이 판매될 경우 추가 판매를 하지 않았던 전례도 있으니 참조하시길.

 

1. 강권순 <지뢰>
2. 9와 숫자들 <보물섬>
3. 김빛옥민 <방구석 실험기>
4. 김태은 X 오경희 X 정민아 <산조적감각>
5. 넷 갈라(Net Gala) <re:FLEX*ion (Deluxe)>
6. 뉴올(Nuol) <Finder>
7. 딕펑스(Dickpunks) <Bicycle Man>
8. 뜨거운 감자 <Liquor Storage>
9. 레이어스(Layers) <One Day>
10. 문앤바운서스(Moon & Bouncers) <The Album>
11. 문용 <#도시파라솔>
12. 백현진 새앨범
13. 블랙스트링(Black String) <Karma>
14. 술탄 오브 더 디스코(Sultan of the Disco) <Aliens>
15. 신세하 <1000>
16. 아트 인큐베이터(Art Incubator) <작곡가들>
17. 애리(Airy) <Seeds EP>
18. 에몬(Emon) <네가 없어질 세계>
19. 오복성 <5Bokstar>
20. 이설아 <못다한 말들> (정규 1집)
21. 이소라 <꽃>
22. 장필순 <soony eight: 소길花>
23. 전제덕 <우리 젊은 날>
24. 제8극장 <Untitled>
25. 지윤해 <개의 입장>
26. 진동욱 <데모(DFMO)>
27. 천용성 <김일성이 죽던 해>
28. 헬리비젼(Hellivision) <천천히 힘으로>
29. 카데호(Cadejo) <Freesummer>
30. CHS <Jungle Sauna>
31. Cigarettes after Sex <Cry>
32. Honey Badger Records <HBRTRX vol.2>
33. Maalib & WRKMS <Sustain>
34. V.A <First class Tape>

 

김빛옥민 <방구석 실험기>

기타 치고 노래하는 김빛옥민과 아쟁 연주자 땡여사로 구성된 2인조 프로젝트팀 ‘옥민과 땡여사’. 이들은 2018 상반기 헬로루키로 선정되고, 2019년 1월에 독특한 콘셉트로 기획한 셀프 타이틀 EP를 발표하기도 하는 등 선전하지만 아쉽게 해산한다. (링크) 이후 김빛옥민은 솔로 데뷔앨범을 가지고 돌아왔다. 그가 방구석에서 직접 만들고, 편곡, 프로듀싱을 거친 DIY 앨범으로 앨범의 제목도 일명 <방구석 실험기>. 단 50개 한정반으로 제공되는 앨범에는 수록곡 ‘그만’의 일부분을 반복 재생하는 오르골과 가사집, 다운로드 코드가 포함되어 있다. 9일에는 최초공개반 쇼케이스 무대도 준비되어 있다.

 

김태은 X 오경희 X 정민아 <산조적감각>

가야금 명인 오경희와 그의 제자 정민아, 김태은. 이들은 1년여간 매주 모여 산조를 공부한 끝에, 각자의 산조를 만들어보자는 뜻을 모으기에 이르렀고, 이 시도는 이번 앨범 <산조적감각>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50대, 40대, 30대 등 다양한 연령대의 세 연주자가 전통과 모던, 각자의 개성과 연륜을 산조라는 형식에 녹여냈으며, 국내 최고의 녹음 스튜디오 중 한곳인 오디오가이 스튜디오의 공간 잔향을 최대한 활용해 가야금의 음색을 좀더 투명하고 따뜻하게 담아냈다. 300매 한정반.

 

애리(Airy) <Seeds>

EP <Seeds>(2018) 수록곡 ‘에덴’ 라이브 영상

2018년 발매한 데뷔 EP로 ‘2019 제16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신인상을 받고 유독 바쁜 해를 보내고 있는 애리. 요즘 찾아 듣기 힘든 사이키델릭한 사운드와 짙은 감성, 시(詩) 같은 가사와 독특한 취향으로 주목을 받아 인디포스트에도 소개된 바 있는(링크) 그는 자신의 문제작 <SEEDS>를 최초 LP 버전으로 가지고 왔다. 300매 한정반으로 CD 버전에는 없는 ‘비 오는 날 씨앗으로 떠나는 여정’의 가사가 함께 수록되었다. 10일 특별공연과 사인회가 있으니 애리를 직접 만날 기회를 놓치지 말자.

 

이소라 4집 <꽃>

<꽃>(2000) 수록곡 ‘제발’ 라이브 영상

이소라의 노래에는 다른 어떤 음악도 대체할 수 없는 진한 슬픔과 진짜배기 위로가 담겨 있다. 오늘날 대부분 발라드계 최고의 명반이 된 그의 여러 앨범 가운데 19년 전 발매한 <꽃>이 이번 행사를 통해 리마스터링 버전의 고음질 LP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당시 1집부터 호흡을 맞춘 김현철이 많은 곡의 작곡과 전체 앨범의 프로듀싱을 맡았고, 그 밖의 작곡 진에 이후 이소라와 ‘바람이 분다’(2004)로 호흡을 맞춘 더스토리 이승환이 처음 합류했으며, 조규만, 이병우, 유정연 등도 함께했다. 피쳐링에는 신인 시절 박효신의 이름이 눈에 띄는 앨범이다.

 

지윤해 <개의 입장>

<개의 입장>(2019) 수록곡 ‘하나’(2019) MV

2017년 발표한 정규 2집 <아무것도 아닌 사람> 이후 아무 소식 없는 밴드 파라솔의 빈자리. 올해는 다행히 그 쓸쓸한 구석을 밴드에서 보컬과 베이스를 맡았던 지윤해의 첫 솔로 앨범으로 채울 수 있었던 해다. 나른하지만 댄서블하고, 몽환적인 동시에 드라마틱하기도 한 이 앨범 <개의 입장>에는 달콤한 팝의 향수와 우울한 록의 광기가 절묘하게 뒤섞여 있다. 앨범은 300매 한정반으로 제작되었으며, 9일에는 특별공연과 사인회로 지윤해를 만날 수 있다.

 

천용성 <김일성이 죽던 해>

<김일성이 죽던 해>(2019) 수록곡 ‘김일성이 죽던 해’ 라이브 영상

절대 잊을 수 없는 제목의 임팩트와 순도 높은 가사, 추억의 포크 사운드와 세련된 팝의 작법이 어우러진 천용성의 <김일성이 죽던 해>는 올해 인디 신 단연 최고의 히트작이다. 앨범 속에 자신의 추억을 한껏 눌러담은 그이건만, 지난 8월에 인디포스트에도 또 다른 기억을 소개해준 바 있는 그는(링크) 1년도 채 되지 않은 지금, 자신의 따끈따끈한 앨범을 200장 한정의 LP로 재탄생시켰다. 10일에 최초공개반 쇼케이스 무대가 준비되어 있다.

 

*기타 공연 프로그램은 아래 홈페이지 링크에서 확인하자.

 

모든 자료 홈페이지 및 페이스북 참조

 

제9회 서울레코드페어
일시
11월 9일(토), 10(일) 11:00~19:00
장소 문화역서울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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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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