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가진 훌륭한 재능과 노력을 생각하면, 대중들에게 더욱 많은 사랑을 받아야 마땅할 여성 뮤지션들이 있다. 하지만 자기만의 독특한 색깔보다 ‘여성’이라는 사실이 먼저 부각 되어온 그녀들. 한국 인디 음악씬에서 묵묵히 자신의 노래를 부르며,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풍부하고 깊은 음악적 세계를 전하는 싱어송라이터. 그녀들을 소개한다.

 

1. 장필순

출처: 소속사 '푸른곰팡이' 홈페이지

서늘하고 담담한 목소리, 대한민국 여성 포크록의 대표로 손꼽히는 장필순. 그녀는 1980년대부터 대학연합 창작음악써클 '햇빛촌', 그룹 '소리두울'의 멤버로 활동하며 여러 가수의 코러스를 맡은바 있다. 덕분에 가수 김현철이 제작한 1집 앨범 <어느새>(1989)는 보컬의 기량이 상당히 안정되어 있다는 평을 받았다.

그녀는 2005년 제주도에 정착한 뒤로 조동익, 윤영배, 이효리 등 다양한 음악가와 교류하며 꾸준히 음악 활동을 하고 있다. 4집 <하루>(1995)에서는 본격적인 싱어송라이터로 변신하여 재즈와 일렉트로니카를 가미한 포크록을 시도했으며, 5집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1997)는 2007년 경향신문사와 가슴네트워크가 선정한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에서 15위, 음악 웹진 100BEAT의 ‘2000년대 베스트 앨범 100’에서 국내 1위를 차지했다.

장필순 '넌 항상'

 

2. 최고은

출처: 소속사 뮤직웰 제공

2010년 EP 앨범 <36.5'C>로 데뷔한 최고은. 40대가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만큼 꽉 찬 내공이 느껴지는 뮤지션이다. 8년간 배운 판소리의 영향 때문인지 그녀의 목소리는 깊고 풍부하다. 김경주 시인은 그녀의 목소리를 일컬어 “여행자의 냄새가 난다”고 했다. 또한 최고은의 말처럼 "시절을 겪어내면서 숨통이 트였을 때" 만든 곡들은 평온하면서도 단단한 내면이 깃들어 있다. 곡 대부분이 영어 가사로 2012년 아시아 뮤지션 최초로 독일 Songs & Whispers의 초청을, 2014년과 이듬해 연속으로 영국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초청을 받았다. 2016년 5월 발표된 정규 2집 <XXXY>에서는 섬세하고 한층 더 성숙해진 목소리가 돋보인다.

최고은 'Song for You'

 

3. 오지은

출처: 1집 <지은> 앨범 자켓

제17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동상 수상, 이후 홍대씬에서 활동을 시작하며 데뷔부터 놀라운 선풍을 일으킨 오지은. 첫 앨범을 만들 당시 제작비가 부족하다며 홈페이지에 녹음 파일을 올리고 선주문, 선입금을 받아 약 180만원을 모았다. 이렇게 만든 앨범이 바로 정규 1집 <지은>(2008)이다. 작사, 작곡은 물론 앨범 그래픽과 제작, 배급까지 모두 자신의 힘으로 직접 완성했으니, 유희열이 그녀를 두고 ‘홍대 인디신의 여왕’이라고 부를 만하다. 그녀는 현재 음악 활동 이외에도 일본어 번역, 수필집 발간 등 여러 방면에서 재능을 펼치고 있다. 여성으로서 느끼는 고민과 사랑을 솔직하게 담아낸 가사, 나긋하면서 거침없는 창법이 돋보이는 뮤지션이다.

오지은 '고작'

 

4. 프롬(Fromm)

출처: 프롬 공식프로필

2012년 디지털 싱글 <사랑 아니었나>로 데뷔 이후, 공식 앨범을 발표하기 전부터 이례적으로 지산 락 페스티벌,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등 주요 무대에 올랐던 싱어송라이터. 프롬은 어릴 때 워낙 깨끗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여가수들을 많이 봐서 자신의 중저음의 목소리가 콤플렉스였다고 한다. 하지만 처음 서울에 올라온 경험을 담은 ‘도착’, 어릴 때 돌아가신 아빠에 대한 기억을 담은 '찌잉' 등 진솔한 가사는 그녀만의 음색 덕분에 더욱 짙게 느껴진다. 특히 2집 수록곡 ‘달밤댄싱’은 뮤직비디오 요청이 쇄도하자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고, 덕분에 다양한 리믹스 버전이 담긴 싱글 믹스 앨범이 탄생했다. 올해 6월14일, 싱글 <반짝이던 안녕>을 발표했다.

프롬 '좋아해' 라이브

 

5. 김사월

출처: 1집 <수잔> 앨범자켓

2012년부터 홍대 클럽을 중심으로 솔로 활동을 하며, 2014년 ‘김사월X김해원’ 듀오로 대중들에게 널리 이름을 알린 그녀. 1집 <수잔>(2015)은 프로듀서 김해원의 손길이 녹아 있지만, 60년대 프렌치 팝 을 동경하는 김사월의 분위기가 가득 담긴 앨범이다. 또한, 한국적인 정서와 포크적 요소가 오묘하게 깃들어 더욱 매혹적인 음색을 자아낸다. “처음 너는 한여름의 새벽 오래된 음반 향기와 희뿌연 담배 연기”(곡 '콧바람')처럼 좋아하는 단어를 엮어 가사 쓰기를 즐긴다는 김사월. 단출한 악기 사이로 또렷하게 전해오는 그녀의 목소리는 소녀 같으면서도 한편으로 서늘하고 관능적인 여인 같다.

https://soundcloud.com/aprilsour
**2012년부터 틈틈히 곡을 쓰고 노래를 부르던 그녀의 흔적이 담겨있다.

김사월 라이브 (SBS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

 

또 어떤 가수가 있을까요? 댓글로 추천해주세요.

 

Ed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