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카페, 영화, 이따금 전시나 공연.’ 뻔한 코스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클럽처럼 밤새우지 않아도, 나 혼자라도 적당히 노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곳, 요즘 핫한 ‘DJ 댄스 클럽’이 적격이다. 퇴근 후 정장 입고 ‘피카부’를 추는 직장인, ‘남행열차’ 노래에 맞춰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예수 머리’ 스타일의 외국인을 볼 수도 있다. 뜬금없이 사람들끼리 인간 기차를 만들어서 파티장을 돌거나, 갑자기 림보 릴레이를 하기도 한다. 춤을 못 춰서, 힙스터들만 득시글거릴 것 같아서, 내 안의 ‘너드’(nerd) 때문에 선뜻 가기가 걱정됐다면, 이 글을 붙잡고 따라 오시길.

 

DJ 댄스 클럽이란?

‘DJ 댄스 클럽’은 최근 홍대, 이태원, 을지로 등 서울을 중심으로 뜨고 있는 공간이다. 아예 댄스 클럽을 전문으로 표방하는 곳, 평소엔 술집으로 운영하다 종종 댄스파티를 여는 곳으로 나뉜다.

일반 클럽과의 가장 큰 차이는 이성을 만나려는 목적보다, 좋은 음악으로 리듬을 타며 적당히 즐거운 기분을 만끽하러 간다는 점이다. 보통 피크타임이 10시~11시부터 시작이라 막차 타임 전까지 놀다 올 수 있고, 입장료도 1~2만 원 선으로 저렴해 가볍게 즐기고 올 수 있다. 클럽처럼 사람들이 빽빽해 답답할 걱정도 없다. 오히려 대충 몸 흔드는 클럽보다 ‘잘 노는 사람들’을 구경할 수 있다. DJ에 따라 뜬금없이 이정현의 ‘바꿔’나 ‘오 필승 코리아’ 리믹싱이 나오는 선곡 때문에 파티장 안 사람들끼리 자지러지는 경험도 할 수 있다.

 

가이드 1. 놀러 가기 전

우선 인스타그램 어플을 켜자. 그리고 지금 일러주는 계정들을 찾아 ‘팔로잉’해 두자. 을지로 ‘신도시’, 연남동 ‘채널 1969’, 이태원 ‘피스틸’, ‘Soap’. 모두 핫한 스팟들이다. 이곳들을 팔로우하고 나면 파티 일정을 피드로 받아볼 수 있을뿐더러 공간의 분위기도 대략 가늠할 수 있다. 연관 팔로우 추천으로 각종 디제잉 클럽들이 뜨면 역시 팔로잉을 한다. 그러다 보면 내 취향에 맞는 공간이나 DJ를 대략 알게 된다. 이도 저도 복잡하면, 그냥 방금 추천한 곳에서 파티 일정 뜨면 무작정 가보자. 처음이라면 지인이나 애인과 가는 것이 좀 더 즐기기에 쉽다. ‘썸남썸녀’라면 사이가 가까워지는 데 이만한 곳이 없다. 기분 내서 재미있게 꾸미고 가면 좋지만, 평상복 차림으로 가도 무방하다.

 

가이드 2. 입장하기

DJ 라인업이 9시부터 짜여 있다면, 그보다 1시간 뒤인 10시쯤이 분위기가 적당히 무르익을 때다. 그러면 9시쯤 근처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 혹은 얼음 컵에 소주와 과일 음료를 믹싱해서 미리 술을 마셔 두자. 직접 가서 마시는 것보다 저렴할뿐더러 미리 흥취를 돋우는 데(내 안의 너드를 내쫓는 데) 제격이다. 술집을 겸하는 곳이라면 먼저 테이블 잡고 술을 마시고 있어도 좋다. 처음에 사람이 얼마 없다면 당황할 수 있다. 공간 중앙 홀은 텅 비어 있고, 그나마 있는 사람들도 벽에 붙어 휴대폰만 바라보며 내외(?)하고 있을 수 있다. 겁먹지 않아도 된다. 조금 시간이 흐르면 그 내외하던 사람들과 눈 마주치며 땀 빼게 될 것이다. 그 사이 미리 공간을 배경 삼아 ‘인생샷’을 찍어두자.

 

가이드 3. 본격적으로 즐기기

신도시의 밤. 이미지 출처- 신도시 홈페이지

간단하다. 그냥 분위기에 맞춰 한 손에 드링크를 들고 흥취 따라 리듬 타면 된다. 오히려 처음일수록 벽에 붙어있는 것보다 과감히 중앙이나 DJ 앞쪽으로 나가 추기 시작하는 게 덜 어색하다. 나간 김에 몸을 좀 더 흔들게 되고, 나를 시작으로 벽 쪽의 사람들도 하나둘 중앙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몸치라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적당히 고개만 까딱거려도 된다. 좀 더 흥취가 오르면, 손발이 가는 대로 ‘막 추면’ 된다. 오히려 막춤이라 더 웃기고 재미있다. 중요한 것은, 혼자나 지인끼리만 노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놀아야 훨씬 재미있다는 점이다. 낯선 사람과 함께 리듬 타는 것은 모험할 때의 새롭고 짜릿한 경험과 비슷하다. 특히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 인간 기차를 만들어서 파티장을 돌거나, 갑자기 림보 릴레이를 할 때의 재미란!

어떻게 낯선 사람들과 놀 수 있을까? 그냥 옆 사람 쪽으로 몸을 돌려 추던 춤을 추면 된다. 그러다 눈이 마주치면 좀 더 본격적으로 추면 된다. 들고 있던 음료를 이용해 건배를 제안하거나, 아예 한 모금 건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춤을 잘 추는 사람이 있다면, 옆에서 동작을 따라 해보자. 그 자체로도 재밌을뿐더러, 그 사람이 몸짓으로 동작을 가르쳐 주기도 한다. 아니면 그저 사람들을 구경하며 리듬 타는 것만으로도 좋다.

굳이 이성끼리 춰야 한다거나, 한번 안면 튼 사람과만 계속 춰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동성끼리 추는 게 더 재미있다. 위의 가이드 다 잊어버려도 된다. 그저 사이킥한 조명과 신나는 음악에 몸을 맡기며 자유로워지는 것이 중요하다. 스트레스 해소뿐 아니라, 며칠은 곱씹어 볼 추억을 만들 수 있다.

 

가이드 4. 보다 즐기기 위한 팁

평소에 시도해보지 못한 과감한 스타일링으로 기분을 내보자. 너무 과하다 싶어도, 막상 가면 평범한 축에 속할 것이다. 멋진 사진을 건질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종종 레드벨벳이나 트와이스 등 아이돌 음악이 디제잉될 때가 있다. 한두 개 중요 포인트 안무 정도 익혀 추면 더 재미있다. 잠시 화장실 가거나, 담배 피우는 타이밍에 나누는 스몰 토크도 놓쳐선 안 된다. 흡연자가 아니더라도 맥주 들고 무조건 나가봐야 한다(신도시는 특히 옥상에 나가봐야 한다). 온갖 이야기들과 기상천외한 섹드립, 스몰 토크와 시선 교환이 오가는 장이기 때문이다.

신도시 옥상. 이미지 출처- 신도시 홈페이지

 

내 안의 너드만 걱정하기엔 우린 너무 젊다


DJ 댄스 클럽의 가장 큰 장점은, 영화나 전시회와 달리 내가 그 분위기의 주인공이 된다는 점이다. 낯선 사람들과 즐거운 긴장감을 누릴 수 있다는 점도 그렇다. 내 안의 너드를 걱정하며 집에만 있기엔, 내 안의 또 다른 ‘잘 노는 애’가 너무 아깝다. 막상 가면 나도 몰랐던 내 안의 흥을 발견할 수 있다. 필자도 한 너드해서 안다. 꼭 한번 놀러 가 보시기를. 필자와 같은 공간에서 함께 흔들게 되기를, 그래서 음료 한 모금 서로 건네기를 고대하겠다.

 

(메인 이미지 출처- 신도시 페이스북)

 

Writer

지리멸렬하게 써 왔고, 쓰고 싶습니다. 특히 지리멸렬한 이미지들에 대해 쓰고 싶습니다. 사진이나 미술 비평처럼 각 잡고 찍어낸 것이 아닌, 그 각이 잘라낸 이미지들에 대해. 어릴 적 앨범에 붙이기 전 오려냈던 현상 필름 자투리, 인스타그램 사진 편집 프레임이 잘라내는 변두리들과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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