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호크니 via ‘HERO’ 

 

1. 특별한 능력을 지닌 소년

영국 브랫포드에서 1937년 태어난 데이비드 호크니는 현재 가장 유명한 화가이며 20세기 미술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화가 중 한 명이다. 어릴 때부터 청력이 좋지 않았던 데이비드 호크니는 40세 무렵부터 거의 듣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공감각(Synesthesia)이 있었다. 공감각이란 글자나 숫자에서 색채를 느끼는 능력. 보통 사람은 흑백으로 된 글씨를 보면 그냥 흑백으로 인지하지만, 공감각 능력을 가진 사람은 그 글씨에 색채가 있는 것으로 인지한다고 한다. 이러한 능력이 화가라는 직업에 도움이 되었음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데이비드 호크니는 한때 포토콜라주라는 기법으로 사진에도 잠깐 관심을 보였으나 그는 기본적으로 사진이 드로잉의 한 형태라고 생각하며, 회화가 사진보다 공간에 대해 더 자세히 관찰하고 알게 해준다고 말했다.

David Hockney, <Garden>(2015) © David Hockney. Photo Credit: Richard Schmidt
David Hockney, <My Parents>(1977) © David Hockney
David Hockney, <Winter Timber>(2009) © David Hockney


데이비드 호크니는 1961년 영국왕립예술대학을 졸업한 후 처음 방문한 미국에서 자유로운 분위기와 모험적인 사람들에게 매료되어 캘리포니아로 이주하게 된다. 게이로서의 정체성을 작품에 거리낌 없이 드러내며 미국 생활을 시작한 그는 로스앤젤레스에서 둥지를 튼 후 30여 년간 그곳에서 작품활동을 하였다. 이 시기에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수영장 시리즈와 할리우드 힐스에 있는 자신의 집을 배경으로 한 여러 그림을 그리게 된다.

 

 

2. 수영장 시리즈

David Hockney, <A Bigger Splash>(1967) © David Hockney
David Hockney, <Portrait of an Artist (Pool with Two Figures)>(1972) © David Hockney


그의 수영장 시리즈엔 다른 화가들의 떠들썩한 수영장 그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브제, 즉 비치볼, 파라솔, 화려한 수영복의 여인 등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그의 작품에는 사람이 아예 없거나, 있다 해도 매우 정적인 모습으로 건조하게 표현되어 있다. 데이비드 호크니는 물결의 무늬나 파장을 섬세히 묘사해 정적인 그림 안에서 벌어진 동적인 순간을 상상하게 만든다. 수영장 그림은 그를 가장 대표하는 그림으로 알려져 있다.

‘호크니처럼 그리는 방법’ by. CANVAS

 

 

3. 아이패드로 그리다

David Hockney, <Yosemite I>(6th October 12012), 아이패드로 그렸다


데이비드 호크니는 젊은 시절부터 뭔가를 표현할 수 있는 매체에 관심이 많았고, 70세가 넘은 나이에도 아이패드 등 최신 기기를 이용해 작품 활동을 하곤 했다. 그는 2010년부터 애플 아이패드의 브러쉬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가까운 지인들에게 선물로 전송하다가 후에는 오프라인 전시회도 열었다. 그의 최신 장비에 대한 관심은 198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당시 그는 최신으로 여겨졌던 폴라로이드 필름, 포토카피, 팩스 등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그리기도 하였다.

David Hockney, <UNTITLED>(22 July 2010)
David Hockney의 아이패드 작품들

 

 

4. 조수의 죽음

한편 2013년에는 데이비드 호크니와 긴밀하게 일하던 조수가 약물복용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어느 날 밤, 브리들링튼 집에서 호크니의 파트너와 23세의 젊은 조수 도미닉은 함께 약물 파티를 즐긴다. 그러다 도미닉이 (실수인지 고의인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청소용 강산성 세제를 마시게 된다. 이미 코카인, 엑스터시 등 많은 약물을 흡입했던 도미닉은 병원으로 옮기자마자 사망하고 만다. 데이비드 호크니와 그의 파트너 등이 조사를 받았지만 파티를 벌이는 동안 자고 있었던 호크니에겐 어떤 혐의도 없었고, 사건은 사고사로 종결되었다. 이 사건으로 크게 충격받은 호크니는 브리들링튼 집을 처분하고 그 지역과의 인연도 완전히 끊어버린다.

 

 

5. 피카소와 고흐를 존경하다

David Hockney, <Christopher without his glasses on>(1984) (왼쪽)
Pablo Picasso, <Portrait of Emilie Marguerite Walter>(1939) (오른쪽)


공공연히 피카소나 고흐 같은 대가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음을 밝히곤 했던 호크니는 그들의 작품에 대한 오마주로 대가들의 스타일을 본뜬 자기만의 그림을 그리기도 하였다. 위 그림 중 왼쪽이 데이비드 호크니 것이고 오른쪽 여인상이 피카소의 그림이다. 
아래 그림들 역시 고흐의 그림에 영감을 받았음을 확인할 수 있는 호크니의 작품이다.

David Hockney, <Wheat Field Near Fridaythorpe>(2005)
David Hockney, <May Blossom on the Roman Road>(2009)

 

데이비드 호크니는 현존하는 가장 비싼 예술가 클럽에 이름을 올렸는데, 이는 옥션에서 단일작품가격이 2백만 달러가 넘은 덕분에 가능했다. 2017년 영국 테이트 브리튼(Tate Britain)에서 열린 그의 회고전에는 60만 명의 사람이 찾았다고 한다. 이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건재한 인기를 증명하는 결과다. 그의 미래를 계속 지켜보자.

 

Wri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