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다카시 via Loughran Gallery

현대 미술 시장에서 가장 비싸게 팔리는 일본 작가 혹은 일본의 앤디 워홀. 무라카미 다카시(村上隆, Murakami Takashi)에게 흔히 따라붙는 수식이다. 무라카미 다카시 작품 세계의 바탕엔 만화와 애니메이션 등 일본 서브컬처가 자리 잡고 있는데, 이는 그가 오타쿠 문화에서 일본 고유의 문화적 정체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170억 원이 넘는 작품(<My Lonesome Cowboy>, 1998)부터 대량 생산 피규어나 티셔츠, 인형 등의 상품까지, 무라카미 다카시는 고급문화와 하위문화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든다. 

<My Lonesome Cowboy>(1998) via Widewalls
<Kaikai Kiki>(2005) via Widewalls

  

수퍼플랫(SuperFlat)

무라카미 다카시를 이야기할 때 ‘수퍼플랫’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현대 문화엔 깊이가 없어 평면적이며, 특히 일본 문화는 세계 문화와 융합하지 못하는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때 처음 쓰인 수퍼플랫 개념이 점차 확장되어 현재에 이르렀다. 지금 수퍼플랫은 상업 디자인, 일본 만화의 과한 표현, 순수 미술의 심미성 등을 모두 포함하며 예술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결합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무라카미 다카시 외에도 수퍼플랫의 영향을 받은 예술가로는 이와모토 마사카츠(Iwamoto Masakatsu), 아야 타카노(Aya Takano), 레이 사토(Rei Sato) 등이 있다.

이와모토 마사가츠(Mr.)의 작품 <V>(2005) via Kaikai Kiki
아야 타카노의 작품 <Earth>(2004) via Kaikai Kiki

   

예술을 생산하다, 카이카이 키키(Kaikai Kiki)

카이카이 키키는 무리카미 다카시가 운영하는 회사다. 이곳은 무라카미 다카시의 작품 활동이 꾸준히 이뤄지도록 도울 뿐 아니라 아티스트 프로모션과 매니지먼트, 관련 상품이나 애니메이션 생산, ‘GEISAI Art Fair’ 운영 등 여러 영역에 걸쳐 사업을 진행한다. 카이카이 키키의 전신은 ‘히로폰 팩토리(Hiropon Factory)’인데, 이때는 단순히 무라카미 다카시의 작업을 보조하는 소규모 그룹이었다. 2001년 무라카미 다카시가 도쿄에서 개인전을 열면서 히로폰 팩토리의 영역이 확장됐고, 그해 공식적으로 카이카이 키키가 출범했다. 현재 카이카이 키키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아트 프로덕션이자 매니지먼트 회사로 성장했다.

카이카이 키키는 특히 일본 예술계를 위한 사업에 무게를 싣는다. 다음 세대 아티스트를 위해 다양한 기회를 만들고 있으며 무라카미 다카시가 직접 후배 아티스트들과 협업하기도 한다. 일 년에 두 번, 도쿄에서 열리는 GEISAI Art Fair 역시 일본 예술 시장을 환기하려는 시도 중 하나다.

‘카이카이 키키’ 홈페이지 

<Flower Ball (Autumn)>(2013) via KUMI Contemporary Japanese Art

  

Murakami Takashi Edition

한눈에 들어오는 개성, 강렬한 색감, 단순하고 명확한 선. 여러 업계에서 무라카미 다카시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꽤 많다. 그의 외부 협업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의심할 여지 없이 2003년 루이비통(Louis Vuitton)과의 콜라보다. 당시 루이비통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는 무라카미 다카시에게 장기 협업을 제안했고, 그 후 가방과 지갑, 새로운 루이비통 로고 등 다양한 무라카미 라인을 출시했다. 이 콜라보는 루이비통과 무라카미 다카시 모두에게 윈윈이라는 평을 받는다. 루이비통은 올드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젊고 감각적인 이미지를 얻게 됐고, 무라카미 다카시 역시 고급 예술과 상업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며 자신의 위치를 확실히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루이비통x무라카미 다카시 Character Bags
루이비통x무라카미 다카시 Monogram Multicolors Speedy City Bag 

일본 화장품 브랜드 슈에무라(Shu uemura)와의 콜라보도 열광적인 호응을 받았다. 무라카미 다카시 스타일이 화장품의 제품 특성과 잘 맞아떨어졌을 뿐 아니라 소위 '비싼' 예술가의 작품을 손쉽게 소장할 수 있다는 점도 인기를 끈 요인이었다. 

슈에무라x무라카미 다카시 '6♡Princess' 에디션 광고 이미지
슈에무라x무라카미 다카시 에디션 제품 중 하나

유튜브에서도 무라카미 다카시의 작품을 볼 수 있다. 그가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와 콜라보한 덕분이다. 무라카미 다카시는 2007년 카니예 웨스트의 앨범 <Graduation>의 커버 아트를 작업했고, 수록곡 'Good Morning'의 뮤직비디오 역시 감독했다. 퍼렐 윌리엄스와는 'It Girl'의 뮤직비디오 작업뿐 아니라 퍼렐의 패션 브랜드 '빌리네어 보이즈 클럽(Billionaire Boys Club)'의 디자인 작업을 함께하기도 했다. 

카니예 웨스트 <Graduation> 커버
카니예 웨스트 ‘Good Morning’
 퍼렐 윌리엄스 ‘It Girl’

하지만 모두가 무라카미 다카시를 사랑하는 건 아니다. 그를 향한 싸늘한 시선 역시 존재한다. 그저 마케팅에 능한 사업가라는 혹평, 예술의 본질을 흐린다는 비판, 단순히 일본 오타쿠 문화를 차용했다는 조롱까지. 이에 대처하는 무라카미 다카시의 반응은 간결하다. "예술과 상업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일은 위험해 보입니다. 사람들이 온갖 돌을 던질 테니까요. 하지만 괜찮아요. 내겐 튼튼한 모자(hard hat)가 준비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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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영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