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서 봄기운이 넘쳐난다. 하나 둘 열리는 꽃망울은 곧 만개할 시기를 앞두고 있다. 게다가 돌아오는 주말이면 벌써 4월의 절반을 넘어선다. 일 년에 한번밖에 없는 아름다운 순간을 남기기 위해, 벌써부터 어디로 갈지 고민하는 당신이라면 이곳을 주목하자. 서울 근교 여행과 더불어 잊지 못할 사진을 남기게 해줄 독특한 장소 네 곳을 소개한다. 원래의 쓰임은 잃어버렸지만, 여전히 남아 독특한 개성을 뽐낸다.
경춘선 화랑대역
2011년부터 폐역이 된 옛 화랑대역은 경춘선 기차가 지나다니던, 서울의 마지막 간이역이었다. 1939년에 지어진 목조 건물은 건립 당시의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어 2006년에 서울시 등록문화재 제300호로 지정되었다. 윤종신이 2011년 발표한 곡 ‘나이’의 뮤직비디오 촬영 장소로 쓰이기도 했다. ‘화랑대’ 역은 인근 육군사관학교의 별칭으로 학교 정문 바로 옆에 있다. 고즈넉한 세월의 흔적을 천천히 더듬고 싶다면 지하철 화랑대역 4번 출구로 나와 옛 화랑대역까지 이어진 길(도보 10분)을 걸어보자. 가로수와 늘씬한 포플러나무가 쭉 뻗은 길은 특히 봄에 더욱 아름답다. 보도 옆으로 놓인 철길은 인파가 붐비지 않아 개인 프로필이나 커플 촬영 장소로 좋다. 근처에는 공릉동 근린공원, 봉화산 먹골 공원, 신내공원처럼 걷기 좋은 자연 명소가 많다. 미리 허락을 받고 육군사관학교 박물관과 교정을 산책하는 것도 특별한 추억이 될 것이다.
주소 서울시 노원구 공릉2동 29
문의 1544-7788
용마랜드
용마랜드는 1983년부터 2011년까지 운행하던 놀이공원이다. 범퍼카, 회전목마, 다람쥐통 같은 놀이기구는 여기저기 깨지고 낡은 흔적이 가득하지만, 빈티지하고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오늘날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훌륭한 촬영 장소가 됐다. 이곳에 방문한다면 다른 건 몰라도 회전목마 앞에서 사진 한 장은 꼭 남기자. 미국에서 수입해 국내에 하나밖에 없는 모델로, 1960~70년대 미국 영화의 한 장면처럼 분위기 있는 사진을 건질 수 있을 것. 1인당 2만 원만 내면 늦은 저녁 놀이공원을 통째로 빌릴 수도 있어 프러포즈 장소로도 손색없다. 2019년에는 캠핑장이 있는 테마공원으로 조성될 예정이라고 하니 더 늦기 전에 방문하자.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내려서 적어도 15분은 걸어야 하므로 일행이 많다면 택시를 타는 것을 추천한다.
입장료 5,000원
운영시간 09:00~19:00, 이용 시간 외 예약 가능
주소 서울시 중랑구 망우로70길 118
문의 010-9671-6104
구로 항동철길
총 길이 4.5km.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서 경기도 부천시 옥길동까지 이어지는 항동철길은 1959년 국내 최초 비료 회사의 생산물 운송을 위해 만든 단선철도다. 지하철 천왕역 2번 출구로 나와 조금 걷다보면 푸른수목원이 보이고 그 끝에 철길이 있다. 현재 항동철길은 빌라 단지와 아파트 단지를 끼고 있지만, 레일 자체는 기차가 다니던 흔적을 온전히 간직한 형태다. 땅끝 해남과 개성의 방향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고(단, 해남 방향은 현재 공사 구간으로 걸어서 오래 가진 못함), 항동철길 주변으로 조용한 작은 호수도 있다. 근처 수목원에도 곳곳에 벤치와 쉴 수 있는 정자가 많다. 레일에 새겨진 문구를 읽으며 한가롭게 걷거나 사진을 찍기에도 좋고, 남녀노소 누구와 가도 좋다. 현재 노란 개나리가 완연히 개화했고, 곧 철길을 따라 이어지는 길에 핀 다채로운 꽃망울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철길 옆으로는 구로 올레길도 있으니 참고하자.
위치 서울시 구로구 오리로 1189
원당 종마목장
드넓은 초원 위에 아름다운 말들이 뛰노는 곳. 원당 종마목장은 본래 기수후보생 및 마필관계자를 교육하는 업무공간이지만 1997년부터 일반인에게 무료 개방됐다. 미니 백마부터 늠름한 경주마까지, 수 종류의 말을 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또, 마을버스가 서는 은사시나무길 초입부터 입구까지 이어진 길은 드라마 <모래시계>, <봄날>에 등장했을 만큼 고요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목장에는 작은 매점과 중간중간 휴식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돗자리나 간단한 도시락을 챙겨가 피크닉을 즐기기에도 좋다. 인근에는 3천 평 부지의 원당 허브랜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삼릉, 중남미문화원과 병설 박물관도 있으니 두루 둘러보기를 권한다.
주소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서삼릉길 233-112
시간 하절기(3~10월) 09:00~17:00 / 동절기(11~2월) 09:00~16:00 ※ 매주 월, 화 휴무
문의 02-509-16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