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볼 수 있는 유행을 따르는 옷들과 조금 다르다. 뜬금없는 곳에 프릴이 달려있거나 패턴이 다른 천이 덧대어져 있는 식이다. 독특한 배색도 그렇다. 빈티지 의상을 떠올릴 때 생각나는 특징이다. 마치 누군가의 옷장 깊숙한 곳에서 묵묵히 자리만 지키고 있다가 세상 밖으로 오랜만에 나온 옷. ‘누가 이런 옷을 샀을까?’ 싶지만 이상하게 눈이 간다. 입어 보고 싶다. 재미있는 옷들을 만날 수 있는 빈티지 옷가게를 소개한다.

 

Stromovka

‘스트로모브카’라고 읽는다. 체코 프라하의 유명한 공원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한때 서촌 도미노 피자 맞은편에서 투명한 문에 ‘stromovka’ 영어 철자만 시트지로 붙인 멋과 센스에 감탄을 불러일으키던 작은 가게였다. 2018년엔 효자동의 주택가에 자리를 잡았다가 작년 5월 북촌으로 옮겼다. 자리를 잡은 동네처럼 조용한 분위기가 맴돈다.

빽빽하게 걸린 옷걸이를 보다가 이곳의 듬성듬성 걸려 있는 옷들을 보니 마음이 편하다. 엄선된 옷이다. 커다란 목재 옷장까지 들어와 있는데, 그 옷장이 전시용 소품으로 보이는 착각마저 든다. 옷가게가 아니라 쇼룸, 쇼룸 보다는 갤러리라고 정의하겠다. 옷, 공간, 소품 하나같이 참 감각적이다. 이 곳을 드나들면 베이지색 슬랙스에 분홍색 실크 셔츠, 초록색 반바지와 기하학적인 패턴이 들어간 맨투맨 같은 조화로 나만의 세련된 멋을 찾을 수 있게 될 것 같았다. 그렇게 옷을 입는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멋진 어른이 되진 않았지만, 멋진 옷을 입은 어른이라도 되고 싶어 이 곳을 찾는다.

이미지 © Stromovka, 출처 – 인스타그램
이미지 © Stromovka, 출처 – 인스타그램
이미지 © Stromovka, 출처 – 인스타그램

Stromovka

주소 서울 종로구 창덕궁 1길 31 3층
영업시간 13:00~19:00 (목~일)
인스타그램
 
 

Page one

살짝 색이 바랬지만 아기자기한 일러스트로 채워진 미국 요리책 같은 장소다. 영화로 비유하자면 <어바웃 타임>보다는 <노트북>에 가깝다. 곳곳에 있는 빈티지 식기들과 액세서리, 꽃무늬가 화려한 조명, 아기자기한 커트러리, 다양한 패턴의 실크 블라우스까지. 여기는 상수의 페이지원이다.

상수역 대로를 따라 내려가다 보면 주택처럼 지어진 건물 1층에서 이 가게를 발견하게 된다.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가지각색의 신기한 옷들에 눈이 끊임없이 돌아간다. 병정이 그려진 동그란 카라의 블라우스를 대봤다가, 커다란 붉은 장미가 특징인 검정색 원피스를 가져온다. 크로쉐 니트 덮개가 올라간 소파부터 선반들까지 다양한 소품으로 꽉꽉 채워진 곳이라 취향이 독특한 친구의 집에 놀러온 기분으로 구석구석 구경하는 것을 추천한다.

Page one

주소 서울 마포구 독막로 75 1층
전화 070-8612-5329
영업시간 12:30~21:00
인스타그램

 

 

Guerilla radio

상수와 합정 사이, 식당이 늘어진 골목을 잘 살펴보면 빈티지 옷가게들도 꽤 있다. 그 중에서도 작은 쇼윈도우를 마련한 곳이 있는데, 그 안에는 마네킹과 옷걸이, 스툴까지 알차게 들어서 있다. 그 작은 공간에 홀려 어느새 가게로 내려가는 계단을 밟고 있다. 이 가게의 백미는 바로 스타일링이다. 벽을 틈틈이 메꾸는 옷걸이에는 상하의는 물론이고 액세서리까지 함께 스타일링 되어 있는데, 그 센스에 감탄하며 실제 ‘저런 식으로 입어 볼까?’라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더욱 열과 성을 다해 옷을 뒤적이게 된다.

살짝 마니악한 취향의 스트릿 패션 잡지에 나올 법한 옷들을 취급한다. 하라주쿠의 스트릿 패션 사진을 담은 잡지로 유명한 <tune, fruits> 라거나 우리나라의 <cracker your wardrobe>처럼. “이런 옷은 대체 어디서 사는 거야?”라는 질문을 받는 멋쟁이가 되고 싶다면 추천한다.

Guerilla radio

주소 마포구 합정동 411-1 B1
전화 02-322-4144
영업시간 13:00~22:00
인스타그램

 

 

사다리꼴

버터 푸딩이 유명한 망원동의 ‘비전 스트롤’에서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배를 두드리며 한강으로 향하던 차에 발견했다. 손잡이가 독특한 도자기 잔, 멋스러운 핸드백을 선보이는 선반이 시선을 끌었다. 구경이나 잠깐 해보자 가볍게 들어가니 그제야 색깔 별로 분류된 옷이 눈에 들어왔다. “이거 다 빈티지인가요?” 질문하니 맞다고 한다. 나와 일행은 손에 있던 짐을 내려놓고 본격적으로 옷을 살펴보고, 입어봤다. 이곳을 둘러보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모두 소진하느라 한강 계획은 무산됐지만 간만에 멋진 빈티지 가게를 발견해 뿌듯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옷, 가방, 꽃병, 액자, 심지어 강아지 리드줄까지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고, 흰 벽, 스틸 소재의 선반, 남회색의 보관박스 등 전반적으로 차분한 인상을 주는 곳이다. SNS 프로필에 ‘매일을 사는 우리의 라이프상점’이라고 적혀 있다. 크게 튀는 것 없이 순탄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함께할 수 있는 깔끔하고 심플한 옷 위주다. 남색 옷이 모인 곳에는 소매 끝 부분에 브랜드 로고가 박힌 반팔 티셔츠, 갈색 옷 파트에는 황토색 H 라인 스커트. 명심할 것이 있다면, 심플과 심심은 다르다는 것. 구매한 옷에는 색색의 실을, 하얀 쇼핑백에 빨간 리본을 묶어 포장해주시는 섬세한 센스에 이 가게는 끝까지 흥미롭다.

사다리꼴

주소 서울 마포구 망원로 47
영업시간 11:00~21:00 (월 휴무)
인스타그램

 

출처 표기 외 모든 이미지 직접 촬영

 

Writer

좋아하는 것들을 쓴다. 좋아하는 이유를 열렬히 말하며 함께 좋아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