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20년 전인 1901년,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경찰대원들이 개인이 소유한 비밀 무도회장을 급습하였다. 이 곳에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뒤엉켜 흥겹게 춤을 추고 있었는데, 경찰들을 아연실색케 한 것은 드레스를 입고 있던 19명의 사람들 모두가 여장 남자였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예쁜 드레스에 보석, 그리고 화장을 하고 있었다. 경찰은 무도회장에 있던 41명을 모두 체포하였고, 다음날 이 사건이 신문을 통해 대서특필되었다. ‘Dance of Forty-One’(Baile de los cuarenta y uno)라 불리면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고, 멕시코 최초의 LGBT 스캔들로 비화했다.

 

대통령의 양아들이자 사위 이그나시오

당시 현장에 있던 참석자 1명이 은밀하게 석방되어 실제로는 42명이 체포되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당국은 이 사건을 서둘러 봉합하려고 했는데, 여기에는 대통령이 양아들이자 사위였던 ‘이그나시오 데라 토레 이미어’(Ignacio de la torre y Mier)를 포함해 다수의 유력자가 포함되었다는 것이다. 유력 정치인이자 사업가였던 그는 멕시코 대통령 포르미리오 디아스(Porfirio Diaz)의 딸 아마다(Amada)과 결혼한 최고 상류층이었다. 이그나시오 부부는 대저택에서 별거하다시피 생활하였으며, 대외적인 활동에만 부부처럼 행사한다는 설이 파다했다. ‘Dance of Forty-One’ 사건 이후 그는 ‘42(Forty Two)’라는 별칭으로 불리면서 사람들의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이그나시오’와 그의 아내 ‘아마다 디아스’
‘이그나시오’부부가 살던 대저택. 지금은 철거되었고 동상은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사건 후 체포된 41명의 처리

체포된 41명의 신병 처리에 대해 당국은 깊게 고민하였으나 죄목이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당시 총독은 이들을 기소하여 재판으로 보내는 대신, 여성 복장을 입은 채로 경찰서에서 감옥까지 걸어가게 하여 망신을 주었다. 그 후에는 전투가 벌어지고 있던 유카탄 지역의 군부대로 보내 참호를 파거나 마루를 청소하는 잡일들을 시켰다. 이들이 멕시코시티에 수감된 동안 멕시코 언론들은 이 사건에 대한 보도를 쏟아냈으며, 점차로 대중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대신 ‘41’는 멕시코에서 터부시하는 숫자가 되었다. 서양에서 ‘13’을 경원시하는 것처럼, 멕시코에서 부대명이나 객실 번호에서 ‘41’을 건너뛰는 관습이 생긴 것은 이때 부터다.

 

멕시코 영화 <Dance of Forty-One>

이 사건은 멕시코 상류층에서 은밀하게 벌어졌던 게이 파티가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진 것으로, 멕시코에서 제작된 영화 <Dance of Forty-One>는 ‘이그나시오’와 아내 ‘아마다’ 그리고 가공의 동성 연인 ‘에바’의 삼각 관계를 중심으로 당시 사건을 조명했다. 당시 두 사람이 살던 저택은 철거되어, 멕시코시티의 문화유산 박물관 ‘Casa Rivas Mercado’에서 대부분 촬영했다.

멕시코 영화 <Dance of Forty-One>(2020)는 넷플릭스에서 시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