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 'Artnet'

“나는 많은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곤 했지만, '페미니즘'을 발견했을 때 여성의 역할뿐만 아니라 사회의 모든 것에 관련된 선입견에 의문을 품게 되었다.”

영국의 비주얼 아티스트 사라 메이플은 흔히 다른 사람들의 머릿속에 그저 머무는 생각을 직접 말하고 작품으로 표현하는 행동주의자다. 그의 작품은 순수예술 경향만이 아닌 친구, 가족, 미디어 및 대중문화를 포함한 주변 일상의 이야기를 포함하고 있다. 특히 정치, 코미디, 문학에서도 많은 영향을 받는다. 메이플은 이와 같은 분야가 진정 예술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개별적인 작품의 의미 실현에 기여한다고 믿는다.

사라 메이플은 1985년, 영국 기독교인 아버지와 케냐 무슬림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부모의 서로 다른 국적과 종교, 문화는 그의 사고를 남다르게 발전시켰다. 어려서부터 경험한 무슬림 문화가 메이플의 작품 속에 녹아들었고, 동시에 이는 그의 예술이 다루어야 할 도전 대상이 되기도 했다.

'God Is A Feminist'(2009)

메이플은 자화상에 히잡을 두른 채 담배를 피우고, 성적 은유인 바나나를 먹으며, 이슬람 문화에서 혐오하는 돼지를 아기처럼 안고 있는 주인공을 그렸다. “신도 페미니스트(God Is A Feminist)”라며 여성혐오주의자들에게 일갈한다. 영국에서 자라난 여성 무슬림으로서 그는 종교와 정치, 이민과 여성성을 끊임없이 다루었다.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자신의 작품 때문에 살해 협박을 받았으며, 작품이 걸린 갤러리 창문에 벽돌이 던져지기도 했다.

2007년, 킹스턴 대학교에서 순수예술(fine art) 전공 명예 학사 학위를 받음과 동시에 영국 '채널4'에서 주관한 <4 New Sensations> 대회에서 우승한 사라 메이플은 일약 영국 최고의 창의적인 예술 인재로 부상했다. 이후 <Sky Academy Arts Scholarship>을 수상하고, 여러 기관과 갤러리에 자신의 작품을 전시해온 그는 이윽고 올해 초, 미국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연다.


이미지 출처 - 'Artnet'

개인전의 주제는 바로 <Thoughts and Prayers>. 대량 총기 난사 사건 이후 흔히 정치인들이 표하는 애도의 문구를 패러디한 제목부터 그의 강렬한 메시지가 드러난다. 메이플은 숲속 빨랫줄에 "Thought and Prayers" 글귀가 적힌 검은 포스터를 걸고, 이를 총으로 겨낭한다. 총알이 박힌 포스터는 전시회에 걸렸다.

“미국의 총기 논쟁은 영국인들에게 특히 흥미롭습니다. 테러 위협은 끊이지 않지만, 총기 관련 법규에 대해서 정부는 막상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습니다. 관료들이 으레 내놓는 "생각과 기도" 성명은 공허하고 불성실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Menstruate With Pride'(2010)

그는 예술계에서 가장 드러나지 않는 무슬림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기도 한다. 전시회에 걸린 그의 작품 'Menstruate With Pride'를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생리혈이 묻어 고스란히 겉으로 드러난 흰 드레스를 입고 자랑스럽게 광장에 나온 주인공과 이를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의 혐오적 시선을 보여주는 그림이다. 이 작품을 통해 그는 여성의 성애가 관대한 것처럼 보이는 지금의 사회적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생리에 대한 묘사는 여전히 금기시되고 있음을 꼬집는다.

“나는 많은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곤 했지만, '페미니즘'을 발견했을 때 여성의 역할뿐만 아니라 사회의 모든 것에 관련된 선입견에 의문을 품게 되었다.”

자신의 작품 'Anti-Rape Cloak'(2015)을 직접 입고 사진을 찍는 메이플, 이미지 출처 - 'Artnet'

사라 메이플은 2015년, 검은 망토를 입고 도시 곳곳에서 사진을 찍었다. 이 망토는 'Anti-Rape Cloak'이라는 작품으로, 몸을 완전히 가려 원치 않는 남성의 관심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겠다고 약속하는 풍자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는 작품 의도를 설명하며 “강간 희생자들이 사건을 자기 잘못으로 느끼는 상황”에 대해 분개한다. 너무 많은 여성이 스스로 “그 옷을 입지 않았거나, 특정 장소에 있지 않았다면 그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는 것. 더구나 여성의 섹시함이 그들의 가치를 좌우한다고 떠들면서도, 약간의 육체적 노출만으로도 남자를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동물로 만드는 사회와 언론의 모순적 인식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저는 그것이 제가하는 일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소셜 미디어와 물건을 사용하면 사람들이 공유하고 흥미롭거나 고무적인 이미지를 만들 수 있습니다. 난 그냥 여자와 여자에 관한 더욱더 긍정적인 이미지를 오브제에 포함시키려고 노력합니다.”

<Disney Princess> 시리즈에서는 각종 디즈니 작품 속 주인공들을 소환해 그들이 그저 '여성'이나 '공주'로서 소비되지 않고, 사회에서 각자 자신의 전문성을 가지고 직업에 몰두하는 모습을 그린다.

메이플 작품의 목표는 “대중에게 생각을 돕는 양식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는 무엇보다 “코미디가 이를 달성하기 위한 훌륭한 도구”라고 생각한다. 개념적 아이디어를 묘사하는 그의 가벼운 표현 방식은 이에 근거한 것이다.

그는 고전적 이미지 위에 빈티지 스타일의 이미지를 병치해 자신의 메시지를 각인하기도 한다, 이미지 출처 - 'Dazed'
'Inaction'(2012), 이미지 출처 - 'Artnet'

메이플이 <Thoughts and Prayers>에 전시한 작품들은 제작 시기가 1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그 의미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힘을 발휘한다. 이는 그가 변화를 촉구한 여러 문제들에 대해 아직 사회가 충분히 변하지 않았다는 증거일 터. 메이플은 예술이 변화를 일으키거나 행동을 고무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동시에 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는 것(inaction)'이 적극적인 위악이자 폭력의 수단임을 역설한다.

“나는 행동의 결여가 어떻게 직간접적으로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고 잠재적 폭력을 가하는지 관심이 있다.”

 

표기 외 이미지 출처 - 사라 메이플 홈페이지

 

사라 메이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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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실패하고도 여전히 사랑을 믿는 사람. 나를 어리석게 하는 모든 시인을 사랑하는 사람. 사랑하는 것들의 총체가 곧 나임을 믿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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