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X는 정규 앨범 <LANGUAGE>와 <SECOND LANGUAGE>를 차례로 내놓았다. 두 앨범이 발매되자마자 세계의 관심이 쏟아졌다. 피치포크는 <LANGUAGE>에 평점 7.3을 부여했다. 이는 f(x) <4 Walls>(2015)가 받은 점수와 같은 것으로, 국내 발매 앨범 중 최고 기록이었다. 그러나 불과 두 달 반 뒤 공개된 <SECOND LANGUAGE>는 평점 7.5를 받으며 그들 자신의 기록마저 갈아치웠다.

<SECOND LANGUAGE> 앨범 커버

분명 음악만으로 충분한 앨범이겠으나, XXX는 협업의 결과물인 전시와 함께여야만 이번 프로젝트가 완전해진다고 말한다. 인디포스트는 XXX를 만나 두 장의 앨범 이야기를 나눴고(관련 인터뷰), 전시 <SECOND LANGUAGE>에 다녀왔다.

이번 전시에선 독특한 오브제 10가지를 만날 수 있다. 디자이너 이광호는 XXX의 <SECOND LANGUAGE>에 수록된 10곡을 듣고, 떠올린 영감을 바탕으로 10개의 작품을 만들었다. XXX의 음악과 이광호의 오브제는 청각과 시각, 촉각의 차원에서 뒤섞이며 앨범 전체에 대한 감상을 재구성한다. (10개 작품 이미지와 제목, 캡션 정보는 비스츠앤네이티브스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자.)

전시 전경, 사진 – 김유영
전시 전경, 사진 제공 - 비스츠앤네이티브스

디자이너 이광호는 2009년 펜디(Fendi)의 글로벌 프로젝트 ‘Fatto a Mano’에 참여하며 본격적으로 주목받았다. 그의 작품 중에서도 다양한 재료를 손으로 엮고 꼬아 만든 가구 오브제들이 특히 사랑받는다. ‘수작업’은 이광호의 시그니처로 일컬어질 정도이지만, 이번 전시를 위해 디자이너는 과감하게 테크놀로지를 끌어들였다. 아래는 이 협업에 관해 그와 나눈 짧은 인터뷰.

이광호 디자이너(photo Minhwa Maeng), 출처 – 이광호 디자이너 인스타그램 

 

Q XXX와 협업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굳이 안 할 이유가 없었어요. 음악가들이 피처링 등 협업을 많이 하잖아요. 저에게도 비슷하게 느껴졌어요. 이런 작업에 거부감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힙합이라는 분야를 깊게 아는 건 아니라서 더 흥미로웠죠.

 

Q 이번엔 특히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작업했나요?

평소 작업하는 방향에서 너무 벗어나면 좀 억지스러운 협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기존에 제가 하던 방식과 XXX의 음악이 어떻게 서로 연결될 수 있을지 고민했죠. ‘의자’와 같은 오브제가 갑자기 나왔다기보다는, 제가 원래 이런 스타일을 다루고 있었는데 여기에 XXX의 음악이 더해져 새로운 형태, 비례, 색깔을 가진 결과물이 나온 것 같아요.

이광호 <우린>(2019), Stool, 3D printing in marble, 560x285x420mm, 사진 제공 - 비스츠앤네이티브스

 

Q 광호 씨의 작업과 XXX 음악이 만나는 가장 중요한 지점은 3D 프린팅이라는 방식인 듯해요. 기존에 수작업을 많이 해온 작가가 새롭게 선보인 작업인 것도 흥미롭고요. 3D 프린팅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음악은 이제 디지털화돼서 어디에서도 같은 음악을 편하게 들을 수 있잖아요. 제 작업 역시 여기서 출발했어요. 작품도 디지털 데이터화해서, 개념적으로는 어디서든 같은 형태가 나오게끔 한 거예요.

 

Q 어쩌면 그 말씀은 XXX의 음악이 아닌, 현재 발매되는 모든 음원에 적용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 방식이 꼭 XXX의 음악과 연결되는 특별한 이유는 뭘까요?

XXX와 했기 때문에 이 아이디어가 나온 거니까요. 만약 다른 뮤지션과 협업했다면 또 다른 생각이 나왔을 거예요. 저런 형태, 굵기, 재질 등을 떠올린 건 XXX 음악의 영향을 받아서예요. XXX라는 팀의 음악을 듣고, 뭔가를 떠올려서 방향을 잡았기 때문에 나온 결과물이죠.

전시 전경, 사진 – 김유영

 

Q 10곡을 10개의 오브제로 표현하는 작업은 매우 추상적으로 다가와요. 어떻게 작업을 구상하고 끌어나갔어요?

처음엔 한 곡 한 곡을 작품과 강박적으로 매칭하려 했어요. 그러다 보니 억지스러운 부분이 생기더라고요. 아무거나 만들어놓고 ‘무뢰배’라고 하면 ‘무뢰배’가 되는 방식 말고, 역으로 접근했어요. 전체 앨범의 톤을 먼저 맞춘 다음에 하나씩 다듬어나갔죠. 전체적인 틀은 XXX의 <SECOND LANGUAGE>고요. 힙합이라는 장르 안에서 이 팀만이 가진 색깔을 원래 제 작업 방식과 섞으면서... 뭐랄까, 변형이 생겼다고 봐야죠. 질감이 더 볼드해졌다거나, 평소에 쓰지 않던 색이 쓰였다든가, 새로운 형태가 구현되었다든가.

 

Q 이 작업을 하면서는 음악 듣는 방식도 달랐나요?

원래 여러 음악을 즐기고 외국 힙합도 듣고 좋아하는데, 이렇게 깊게 들은 건 처음이에요. 가사를 상상한다거나 어떤 느낌으로 톤을 만들어야 할지 여러 생각을 하며 들었으니까요. 그냥 들었다가 반대로도 생각해보고, 전체적으로도 바라보고, 제목도 한 번 더 보고 이런 식으로.

XXX ‘LANGUAGE’, 유튜브 BANATV에서 이광호 디자이너의 오브제 이미지가 섬네일로 쓰인 XXX의 공식 음원을 들을 수 있다

 

Q 이번 전시를 찾는 분들께 전하는 관람 팁이 있다면요?

노래와 앨범, 오브제가 모두 합쳐진 프로젝트예요. 한 곡 한 곡을 오브제에 대입해 보기도 하고, 곡을 떠올리면서 즐기면 좋겠어요. 너무 아티스틱하게 접근하기보다는요. 이번 협업은 모두 정말 많이 노력해서 만든 결과물이에요. 모든 걸 앨범 전체로 바라보면 편하게 즐길 수 있을 거예요.

이광호 <Woven lighting fixture>(2008), 출처 – 이광호 디자이너 인스타그램 

 

Q 예정된 다른 계획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우선 곧 제주에서 공간을 꾸미는 프로젝트를 할 거예요. 그리고 4월엔 밀라노에서 전시를 하고요.

 

XXX의 음악, 안드레 바토의 영상, 이광호의 오브제가 어우러진 전시는 관람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안길 것이다. 3월 1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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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OND LANGUAGE> Exhibition

일시 2019.2.27(수)~2019.3.15(금)
시간 11:00~18:00, 전시 중에는 월요일 휴관
장소 원앤제이 갤러리(서울시 종로구 북촌로 31-14)
요금 5,000원
원앤제이 갤러리 홈페이지 

 

취재 김유영, 정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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