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어떤 식으로든 출연하지 않은 사람 찾기가 거의 불가능해진 <쇼미더머니>. 아티스트를 알릴 수단과 권력이 몇몇 메이저 방송에만 집중된 일방적인 시스템 아래, XXX는 이에 굴복하지 않고 오롯이 실력과 자기만의 목소리로 살아남은 돌연변이다.

왼쪽부터 김심야(랩), FRNK(DJ, 프로듀싱)

XXX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Language>로 힙합 팬들을 열광하게 했고, 해외 리뷰 사이트인 피치포크에서 <Language>와 <Second Language> 두 앨범이 연달아 최고 평점을 기록하며 한국 힙합의 대안으로 평가받았다. 한국대중음악상 등 국내 평단에도 대단한 호평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이들은 말한다. 아직 달라진 건 없다고.

그래서일까. XXX는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Second Language>의 경우, 앨범 단위 작업을 점차 기피하는 트렌드를 거슬러 <Language> 발매 후 두 달 반만에 10곡 분량의 풀랭스 앨범으로 발매했고, 앨범의 메시지를 완성하는 일환으로 세계적 디자이너와 전시 협업을 펼치고 있다. 심지어 자신들을 향한 호평에 대해 불평에 가까운 그만의 예술관을 늘어놓기도 한다. XXX를 만나 요즘의 솔직한 감정과 목소리를 들어봤다.

 

Q 만나서 반가워요.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Language>에 대한 반응이 뜨겁게 느껴져요. 달라진 피드백을 체감하나요?

김심야(이하 X) 미국에 가거나 했던 실질적인 활동 외에는 별다른 반응의 차이를 못 느꼈습니다. 특히 XXX로서의 수입이나 이런 부분은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것 같고요.

프랭크(이하 F) 저도 피치포크의 평가를 제외하고는 다른 걸 잘 모르겠어요.

 

Q <Second Language> 이전에 발표된 ‘간주곡’ 뮤직비디오가 인상적이었어요. 영상을 작업한 안드레 바토 감독은 기존에 브랜드 영상 작업을 많이 했는데요. 그분과 함께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F 사실 “어떤 감독이랑 하겠다”라는 의견은 없었어요. 회사에서 제안한 분이시고, 저희는 그분을 처음 알게 된 거였죠.

'간주곡' MV

 

Q 그러면 감독님께 영상에 대한 의견을 직접 내기도 했는지 궁금해요.

F 제가 생각하는 대략적인 그림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어요. 자연과 기계가 공존하면서, 음악에서 들리는 것들이 영상에서 딱 맞아떨어지게 시각적으로 표현됐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냈어요.

 

Q 생각한 부분이 잘 반영된 것 같나요?

F 생각보다 훨씬 잘 됐죠. (웃음)

 

Q 2월 8일 ‘간주곡’ 뮤직비디오가 나온 이후, 일주일 만에 <Second Language>가 나왔어요. <Language> 발매일과 비교해 두 달 반 만에 나온 건데, 원래 한 번에 나올 더블 앨범을 이렇게 나누어 발표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X 원래는 일주일 간격으로, 제일 처음에는 하루 간격으로 나올 예정이었어요. 두 달 반이라는 기간은 의도를 한 건 아니었고, 프로모션을 고려했을 때 가장 빠르게 나올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Q 과거 “<Language> 앨범을 뛰어넘을 앨범은 향후 5년간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러면 <Second Language> 포함해서 해당 발언이 유효한가요? (웃음)

X (웃음) 네. 거기에 더해 저는 10년을 추가하려고 합니다.

F 15년 뒤면 마흔살인데. (웃음)

 

Q 프랭크 씨는 그 발언이 별로 마음에 안 드나 봐요.

F 제 개인적인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답변입니다. (웃음)

 

Q <Language>는 ‘돈’을 노골적인 소재로 쓰되, 이를 은유적으로 비판했어요. 그런데 <Second Language>는 더 큰 범주의 시스템을 노골적으로 비판하고 있고요. 의도적으로 차이를 둔 건가요?

X 의도를 한 건 아니었어요. 단지 <Language>에서 하고 싶은 얘기나 분노들을 다 쏟아낸 후, 이미 <Language>에서 말한 것들에 대해 할 얘기가 없는 상태에서 <Second Language> 작업을 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 같아요. 돈이나 재물적인 부분에 대해서 모든 불만을 쏟아내고 현자 타임이 왔을 때, 그렇다면 ‘나는 왜 돈을 못 벌까?’, ‘시스템 문제구나’라는 식으로 의식이 흘러갔을 수 있는 거죠.

 

Q 메시지뿐 아니라 프로덕션도 확연히 달라졌어요. 예전에 XXX의 음악을 대표하던 날카롭고 실험적인 비트보다 더욱더 편안한 무드와 분명한 멜로디의 비트가 돋보였어요.

F 비트는 의도적으로 차이를 두었습니다. <Language>와 <Second Language>가 다른 앨범인 것처럼 들리기를 바랐거든요. <Language>가 제 감정이 100% 온전히 담겨있는 앨범이라면, <Second Language>는 감정을 조금 배제하고 만든 앨범이에요.

 

김심야

 

Q 개인적으로 트랙 ‘우아’가 인상적이었어요. 비트의 변주 부분과 가사가 무척 잘 맞아떨어진다고 느꼈는데요. 그러다 보니 비트와 가사를 매칭하는 두 분의 작업 방식이 궁금해졌어요.

X 저희의 주된 작업 방식은, 기본 8마디나 16마디 루프(loop)에 제가 가사를 먼저 쓰고 녹음을 하면, 사후 프랭크 형이 편곡을 하는 방식이에요. 그러다 보면 때때로 처음에 제가 받았던 루프가 전혀 남아있지 않은 수준의 편곡이 들어가 있을 때가 있고요. 저희 생각에는 이런 작업 방식이 음악적으로 잘 융합된다고 느껴서요.

 

Q 상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방식 말이죠?

X 그렇죠. ‘저’는 상상할 수 없는. (웃음) 저는 이 방식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저희가 처음 회사에 들어왔을 때 <KYOMI> 준비작을 보고 회사가 그랬어요. 이 작업은 팀일 필요가 없다고. 그냥 프로듀서와 래퍼 협업이지 굳이 팀 앨범일 필요가 없는 작업이라고. 그래서 저희는 ‘XXX의 음악이 어떻게 한 팀의 음악처럼 들릴 수 있을까?’를 주로 고민했고, 그 부분에 대해 내린 결론은 프로듀서가 더 부각을 받아야 프론트맨과의 밸런스가 맞을 것이라는 것이었어요. 이 작업 방식만이 비트메이커가 받는 관심을 프론트맨이 받는 관심의 수준까지 올릴 수 있는 것 같아요.

 

Q 그런 고민과 해답 덕분에 프랭크 씨의 비트가 마땅한 관심과 좋은 평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물론 그렇다고 랩 퍼포먼스가 관심을 덜 받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Second Langueage>의 경우 ‘괜찮아’ 랩의 극적인 표현들이 무척 신선했어요. 어떻게 나온 퍼포먼스인지 궁금해요.

X (웃음) 일단 ‘안 괜찮아서’ 나온 노래이자 퍼포먼스인 거고요. 사실 평상시 가사를 쓸 때 결과물을 특별히 예상하고 의도하는 경우는 없어요. 쓰다 보면 거기에 몰입하고 감정적으로 격해져서 극적인 표현들이 나오게 되는 것 같아요.

 

FRNK

 

Q ‘다했어’ 가사를 보고 심야 씨가 힙힙 신의 상황을 냉철하게 주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신이 돌아가는 상황을 관심있게 보는 편인가요?

X 아무래도 신 자체에 대해 관심이 많았죠. 이 신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 돈을 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연구를 많이 했고, 그 결과가 가사에 반영된 거예요.

 

Q 피치포크를 비롯한 해외 매체, 심지어 국내 비평, 언론계도 국내 힙합 신에서 유난히 두드러지는 XXX의 존재감을 많이 언급하고 있어요. 그런데 반대로 XXX의 신선한 작법, 비트메이커의 존재감 때문에 이를 모방하는 동료나 후배 뮤지션들도 나오고 있는 것 같아요.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X 일단 제가 보기에도 그런 부분들이 보여요. 실제로 저희와 같은 방식으로 해보려는 사람들이 있고요. 그런데 아직은 ‘흉내’에서 못 벗어난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린 분이거나 음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분이라면 곧 자신의 길을 찾겠지만, 프랭크 형의 비트가 단순히 ‘힙합 기반으로 EDM을 찍는다.’로 설명할 수 없는데, 아직은 표면적인 공식만으로 해보려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F 제가 듣기에도 확실히 흉내라고 느껴지는 어린 뮤지션이나 후배 뮤지션의 음악이 많이 생긴 것 같아요. 그런데 저랑 조금씩은 색깔이 다르더라도, 이런 비슷한 음악을 하려는 움직임은 이전부터 분명히 있어왔던 건 사실이에요. 도리어 그중에서 저희가 좀 더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랩이 신선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요. 다들 함께 답을 찾고 깃발을 찾고 있는 와중에, 랩이 잘 맞아떨어지면서 저희가 깃발을 먼저 꽂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앨범 커버의 경우 <Language>에서는 각 도형이 떨어져 있었는데, <Second Language>에서는 3차원 형태로 붙어 있어요. 어떤 의미가 있나요?

X 의자 모양으로 만든 거예요. 이번에 <Second Language> 발매가 이광호 작가님과 협업하는 전시와 연계가 되거든요. 이광호 작가님이 의자를 메인 오브제로 쓰기 때문에 저희 앨범 커버도 그런 형태로 표현한 거죠.

왼쪽부터 <Language>, <Second Language> 앨범 커버

 

Q 앨범 커버와 속지가 꾸준히 같은 형식에서 조금씩 변하는 게 재미있어요. XXX의 아이디어인가요?

F (웃음) 제안을 바나에서 하고,

X (저희가) 좋다고 했어요.

 

Q 그러면 앞으로도 기존 아트워크의 방식을 이어 가는 건 어떻게 생각해요?

X 사실 그것도 큰 상관은 없어요.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XXX는 기본적으로 다른 회사와 아티스트가 갖는 관계보다 좀 더 깊숙하게 회사가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그걸 반영하는 그룹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프랭크 형과 제가 XXX로서 작업하는 음악 외에 음악 외적인 부분이나 아트 분야는 회사가 자유롭게 할 수 있게끔 하는 게 맞겠다는 결론을 최근에 내렸거든요.

 

Q ‘Language’라는 단어를 앨범 제목으로 정한 것도 XXX가 아닌 회사의 아이디어로 알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앨범 타이틀의 경우 작품 내적인 영역이라고 생각해서 XXX도 욕심이 났을 것 같아요.

X 아무래도 아트나 프로모션 파트보다 앨범 타이틀에 대한 이슈로 회사와 가장 오래 대화를 나눴어요.

 

Q 그러면 XXX가 원했던 앨범 타이틀 후보는 어떤 게 있을까요?

X <Language>는 0집, <Second Language>는 1집으로 하려고 했어요.

 

 

Q 덜 난해하고 직설적이어서 의미를 알기 쉽다는 이유로 <Language>의 가사가 <KYOMI>에 비해 좋은 평을 받는 것에 대해 비판적 논조를 가진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을까요?

X 듣는 것만으로 의미를 알 수 있는 음악을 싫어하는 건 아니에요. 유재하, 김광석 씨 음악은 듣는 동시에 의미가 파악되고 감동도 있잖아요. 이게 가능한 이유는, 이 음악들은 가사가 분명 직설적인데도 불구하고 생각할 공간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힙합 곡의 경우 운율을 맞춰야 하고, 다른 장르에 비해 가사를 촘촘히 넣다 보니, 의미 공간의 여백이 부족한 것 같아요. 말을 많이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의미의 여지를 주기 위한 방법은, 어느 정도 모호하게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KYOMI>의 일부 곡에서 무슨 뜻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점이 마음에 들었고요. 듣는 사람이 의미 파악이 어려운 상황에서 그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보는 시간을 주고 싶었어요. 정작 <Language>나 <Second Language>는 전작에 비해 생각할 여지가 없었던 건데, 그에 비해 반응은 훨씬 좋다 보니 그런 말을 했어요.

 

Q 그런 아쉬운 마음이 ‘수작’ 가사에 반영됐다고 생각했어요. “이것저것 숨겨 놨더니 썩어 버렸더만.”

X 네, 맞아요.

 

Q 그런 일들을 겪으면서 예술에 대한 태도나 생각이 예전과 조금 달라졌을까요? 최근 다른 인터뷰에서 “대중을 대하는 사람은 대중의 생각을 발단으로 해야 한다”라는 말을 하셨는데, 과거 김심야 씨 발언을 생각했을 때 꽤 놀라운 발언이었어요.

X 저는 원래 뭔가 관심이 생겼을 때 이를 깊이 파는 성격이 아니에요. 대충 보고 ‘이건 멋있는 거’, ‘저건 멋없는 거.’ 직관적으로 판단한 뒤 그대로 두는 편이에요. 음악의 경우 듣고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는 음악보다 알기 어려운 음악이 더욱 멋있었고. 그래서 굳이 대중을 생각하지 않고 음악을 만들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 예술을 하는 사람과 대중음악을 하는 사람 사이 스스로 밸런스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Language>에서 변화한 것처럼 앞으로 계속 직설적으로만 할 건 아닌데, 대중을 ‘감안하고’ 직설적으로 하지 않는 것과 대중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하지 않는 것은 결과가 무척 다를 것이라고 생각해서요.

 

Q 이제까지 생각이 바뀌어 온 것처럼 앞으로도 생각이 또 바뀔 수 있겠네요.

X 그럴 것 같아요.

 

김심야

 

Q 예술과 대중음악 사이 밸런스를 고민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일종의 타협이라면 타협일 수 있겠지만, 반대로 <쇼미더머니> 불참은 시종일관 지조를 가지고 마지막까지 지켜냈잖아요. 결과적으로 XXX의 고유한 브랜드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쇼미더머니> 관련해서는 두 분이 항상 같은 의견이었나요?

X 그렇죠.

F 나가고 싶을 때도 같은 마음이었고. (웃음)

X 이게 맞는 말이에요.

 

Q 나가고 싶을 때는 언제였나요?

X 시즌 3, 4, 5, 6, 7. (웃음) 항상.

F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따져서 나간다는 게 아니라, 금전적인 위기에 봉착했을 때 ‘아, 그냥 나가야 하나?’ 이런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아요.

 

Q 그러면 그런 유혹을 접게 하는 게 이성적인 사고였나요?

X 사실은 말씀하셨던 XXX의 ‘브랜드’를 지키고 싶었던 마음이었어요. 정확히 말하면 ‘지키고 싶다’는 것보다도 그게 없으면 다른 브랜드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었죠.

F 그것도 있고, 개인적으로는 카메라를 너무 싫어해요. 근데 이 이야기는 농담처럼 ‘너무 힘들면 하지 뭐’ 이런 식으로 말한 것 뿐이에요. 어떤 의미를 생각한 게 아니라 그냥.

 

Q 현재 지키고 있는 XXX의 색깔들이 있는데, 만약 XXX가 말하는 성공을 하게 된다면 지금의 음악적 색채가 바뀔 수도 있을까요?

X 저는 개인적으로 성공을 한다면 XXX가 잠깐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살짝 전설…

F 그런 어떤 멋진 캐릭터로만 남았으면…

X 박수칠 때 떠나라. (웃음)

 

FRNK

 

Q 대화를 하다 보니, 두 분 의견이 굉장히 잘 맞는 것 같아요. 서로 대화를 많이 하고 맞춰서 그런 건지, 아니면 애초에 많이 비슷한 성격인가요?

X 작업을 할 때 서로 XXX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니까. 그때 나눴던 이야기들로 생각이 비슷해지는것 같아요.

 

Q 김심야 씨가 요즘 좋아하는 음악은요?

X 요즘 해외 블루스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Q 다른 인터뷰에서 옷을 파는 분들은 옷을 보고 첫인상을 느끼듯 자신은 음악을 듣고 상대의 첫인상을 느낀다고 했어요. 그리고 아직 국내 힙합에선 자신과 맞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고 말했고요. 어떤 느낌의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를 보면 눈이 뜨이는 듯한 기분을 느낄 것 같나요?

X 일단 가사랑 그 사람이랑 어떤 산업적으로 봤을 때 어울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냥 같이 작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이랑 가사가 일치를 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Q 프랭크 씨가 요즘 좋아하는 아티스트나 음악은요?

F 전 사실 이제는 힙합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서. 제가 조금 단순하고 놀기 좋게 만드는 음악, 쉽게 들리는 음악 만들기를 되게 어려워해요. 그래서 그런 음악 잘 만드는 사람들을 아주 좋아하는 편이에요. 제가 이미 할 수 있는 것보다는 제가 못하는 걸 잘하는 사람을 봤을 때 좋아하죠. 같이 작업을 하는 게 아니더라도.

 

Q 못하는 걸 보고 계속 좋아하고 시도하다 보면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F 아니더라고요. 코어가 변하질 않으니까…

 

Q 그럼 두 분이 동경하거나 닿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뮤지션은 누군가요?

X 미래의 프랭크 (웃음)

F (웃음) 저는 제이딜라라는 아티스트를 제일 좋아하는데, 일단 그분이 돌아가시기도 했고. 그분 때문에 힙합을 시작한 느낌도 있고... 그 사람은 영영 못 따라잡을 사람인 것 같아요.

 

Q 개인적인 질문인데, 프랭크 씨가 라이브 영상에서 MPD32를 쓰는 걸 봤어요. 그걸 주로 사용해요?

F 그때는 퍼포먼스를 위해서 그걸 썼는데 요새는 Push2를 사용하고 있어요.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을 한 게 <Language>에 관한 퍼포먼스를 할 때는 Push2를 사용하고 <Second Language>할 때는 그냥 CDJ 써서 하려고 해요.

 

 

Q 퍼포먼스 얘기가 나왔는데, XXX는 자신들 음악이 “공연용이 아니라 감상용이다”라고 말한 걸로 알아요. 그런데 <KYOMI>를 거쳐 풀랭스 앨범이 2장 더 나온 이상 공연을 할 수 있는 레퍼토리는 충분히 나왔다고 생각해요. 예전보다 공연 욕심이 더 생길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때요?

X 일단 재정적인 면에서 봤을 때는 셋 리스트를 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상황이 됐죠. 그런데 아무래도 제가 좀 불필요하게 진지한 편이라서. 이전 앨범의 가사는 제가 딱 2년 전에 하고 싶었던 얘기들이기 때문에, 지금 하고 싶은 말이 담겨 있지 않잖아요. 행사나 공연에서 그런 걸 하는 게 좀 불편한 것 같아요.

 

Q 항상 현재의 생각만을 부르고 싶은 마음인 건가요?

X 네. 저는 항상 그래요.

 

Q 프랭크 씨는 음악을 작업할 때 의미를 열어 두려는 편인 것 같고, 심야 씨는 정확하게  뭔가 의도하고 현재 하고 싶은 말을 구체적으로 전달하고 싶어 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한 분은 가사를 쓰는 입장이고, 한 분은 비트를 만드는 입장이기 때문에 다른 것일까요? 아니면 평소 음악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일까요?

X 형이 언제나 뭔가 열어놓고 있기 때문에 제가 쓰는 가사의 내용도 담을 수 있는… 그런 게 아닐까요.

F 저는 둘 다 맞는 얘기인 것 같아요.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음악을 감상하시는지 저는 모르지만, 제 경우에는 모든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열어두는 걸 좋아해요. 말씀드렸듯 가사에 생각할 공간이 많은 걸 원래 엄청 좋아해서. 심야의 가사를 더 좋아했던 것도 있어요. 저는 원래 감상을 하든 만드는 거든 생각할 거리가 많은 게 좋고, 사람마다 다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 생각들로 사람끼리 얘기하는 것도 너무 좋아해요.

 

<Second Language> 타이틀 'Bougie' 라이브

 

Q 앨범 발매 후 계획들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F 일단 3월에 SXSW 가고, 콘서트를 할 수도 있고 (웃음). 그리고 이제 그냥 둘 다 개인적인 목표로 솔로 앨범을 올해 안에 내는 걸 계획에 두고 있습니다.

 

Q 프랭크 씨의 솔로 앨범은 피처링을 둘 생각인가요?

F 피처링을 쓸 것 같긴 한데 일단 랩은 절대 안 쓸 거고요. 저는 사랑의 앨범, 여기(심야)도 사랑 노래예요.

 

Q 솔로 앨범을 내면서 각기 사랑 주제를 택한 이유는 사실 두 분 다 평소에 관심 있는 주제인데, XXX에서는 하기 어려운 소재이기 때문일까요?

X 일단 형이랑 작업을 하면 형 때문이 아니라 그냥 빡쳐서 뭔가, 빡치는 내용을 쓸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1집 주제를 사랑으로 정한 건 아무래도 사랑 노래가 제일 잘 팔리는 것 같아서….

F 저는 원래 별로 생각없다가, <Language> 작업하면서 다양한 종류의 사랑에 대해 생각이 들어서요.

 

Q 편안하거나 놀기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게 어렵다고 했잖아요. 앞으로 나올 사랑 노래도 그런 무드를 품지는 않겠네요?

F 제가 달라지고 싶어도 달라질 수 없을 것 같아요. 달라지려고 노력은 할 것 같은데 말이죠.

 

XXX, 이광호 작가 협업 전시 <SECOND LANGUAGE> 포스터

 

Q <SECOND LANGUAGE> 전시는 앨범 감상이 전시와 함께 연계되는 특별한 기획이라고 들었어요. 혹시 아트 분야에서 평소 좋아했던 아티스트나 장르가 있을까요?

F 저는 마르셀 뒤샹을 진짜 좋아해서, 최근 마르셀 뒤샹 전을 재밌게 봤어요. 그런 류의 전시를 좋아하는 편이고, 그리고 좀 편하게 볼 수 있는 전시도 되게 좋아해요.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전시가 아니더라도, 그냥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사진 찍으려고 가는 전시 있잖아요. 그런 전시 가는 것도 좋아하고. 다른 사람 작품 보는 것 좋아하는 편이에요.

X 제일 친한 친구가 화가라서 그 친구가 좋은 전시 있다고 하면 가서 보고.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뭔가 봤을 때, ‘아, 이건 간지고, 이건 아니구나’ 딱 정해놓는 스타일이라서. 전시 가서 ‘이건 별로고. 야, 이건 멋있다.’ 이렇게 생각도, 말도 많이 해요.

 

Q 협업하게 된 이광호 작가와의 컨택 포인트나 이 작가가 특히 끌리는 점이 있었나요?

X 저는 일단 얘기를 전해들었을 때 가장 잘 나가는 디자이너라고 들었기 때문에, 저는 최고를 좋아하기 때문에…. 최고랑만 작업을 하고.(웃음) 최고인 게 좋지 않았나.

F 이하동문입니다.

 

Q 그럼 작가님의 작품들이 XXX의 음악이랑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F 사실 저는 그전에 알던 디자이너 분은 아니었어요. 그분의 작품들을 이전에는 자세히 감상해보지 못했어요. 이게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지 이런 거에 대한 생각은 못 해본 거죠. 하지만 그분이 저희 음악을 듣고 가사도 보고 하면서, 최초로 3D 프린터로 작업하셨다고 들었거든요. 저희 작품에 맞게 신경을 쓰셨다고 생각했어요.

 

Q 이광호 작가가 10곡에 맞게 10개의 오브제를 만들었다고 들었어요. 눈여겨 볼 포인트가 있다면요?

X 원래 이광호 작가가 수작업을 자주 하시는 분인데, 3D프린팅을 선택하셨어요. 3D프린팅용 소재도 다양하게 쓰셨고요. 기존에 저희는 XXX가 미래적인 음악을 한다고 생각해서, 수작업하시는 분이 테크놀로지가 결합된 작업을 하신 게 재밌는 포인트였던 것 같아요.

F 아직 오브제 실물을 저희도 못 봐서, 전시회 가서 빨리 보면 또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Q 전시 관련해서 슬로건이 되게 인상적이라고 느꼈거든요. “파티에 초대받았는데, 내 테이블 자리는 내가 선택을 했다(I was invited to the party but I chose my own seat at the table).” 이 슬로건은 어떻게 만들게 되었나요?

X 슬로건은 바나에서 만들었어요. 제가 불만이면서도 동시에 참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저희가 바나에서 시작을 했고, 그러다 보니까 회사가 프랭크 형의 음악이나 저의 사상이나 이런 거를 굉장히 밀접하게 알고 있고. 뭔가 제가 안 했지만 제가 한 것 같은. 그렇게 되더라고요.

 

Q 앨범이나 전시 관련해서 덧붙일 말이 있나요?

X 제가 강조를 하고 싶은 부분은, 이 전시를 통해 관객이 XXX라는 정체성이 힙합 그룹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처음에는 저희가 ‘XXX는 하나의 무엇이다’라고만 강조했는데, 지금은 XXX가 방향이 맞는 아티스트와 협업을 하게 되면, 이제 그 사람과의 작업 자체도 XXX가 되는 거죠. 저희가 다른 것을 흡수하겠다기보다, XXX가 음악만 하는 아티스트가 아니라 하나의 흐름이 될 수 있다는 정도, 누가 멋있는 걸 하면 “어? 너 XXX 했네?” 정도 말이죠. 더 이상 특정 바운더리에 한정된 아티스트가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음악만 하는 아티스트로 머물고 싶지 않아요.

 

Q 뭔가 현상이 되기를 바라는군요. 음악에 한정되지 않고.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도 많고요.

X 네.

 

 

Q 그럼 이번에는 전시와 협업을 하지만, 평소에 음악 외에 관심 있는 장르가 있을까요?

X 저는 옷에 관심이 많습니다.

F 저는 햄, 햄버거…. 수제버거집 차리는 게 인생의 꿈 중에 하나라. (웃음)

 

Q 그럼 한국에서 추천해주실 만한 수제버거집이 있나요?

F 크라이 치즈버거라고. 원래 제가 제일 좋아하는 버거가 인앤아웃 버거예요. 근데 인앤아웃 버거랑 굉장히 맛이 비슷해요. 쓰는 번도 비슷하고. 패티도 비슷하고. 크라이 치즈 버거. 제가 너무 신나서 얘기했나요? (웃음) 크라이 치즈버거가 진짜 맛있어요.

 

Q 그럼 뭔가 진짜 나중에 버거집을 차린다고 했을 때 그런 느낌과 맛을 추구하실 건가요?

F 그러고 싶죠. 근데 좀 다른 것도 해보고 싶고…. 양식조리자격증 따고 싶어요.

 

Q 버거가게를 열더라도, 정통을 추구할지 새로운 걸 추구할지 궁금해요.

F 저는 정통이 뭔지 잘 모르겠는데. 햄버거라면 저는 고급 음식이면 안 된다고 생각을 해요. 편하게 먹을 수 있고 막 먹을 수 있는 거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제가 생각하는 햄버거의 정통인데, 그런 걸 추구해서 만들고 싶어요.

 

Q 심야 씨도 좋아하는 것에 대해 더 말해주세요.

X 아… 저는 이제 빠른 시일 내에 슬리퍼 장사를 하려고 계획 중이고. 뮬…을 만들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덧붙일 말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X 일단 2월 25일이 굉장히 중요한 날이에요. 프랭크라는 카페가 생기는 날.

F 와! 오, 고맙네! 네 저희 어머니가 오랜 시간 준비하고 공들여서, 충정로역 충정타워에 작은 카페 'FRNK'를 차리시게 됐어요. 어머니가 저 사고 치지 말라고 이름까지 프랭크로.

 

Q 그 카페에선 XXX 음악이 나올 수 있겠네요.

F 아, 그거는 제가 따로 셋리스트를 제가 만들어 드리려고요. (웃음) 테이크아웃 전문이라. 테이블이 2개밖에 없대요. 가게 이름 스펠링도 저와 똑같이 씁니다.

 

* <SECOND LANGUAGE> 전시에 대한 내용은 후속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SECOND LANGUAGE> 전시 기사 보러 가기

 

 

인터뷰 정병욱, 김유영
사진 이강혁
장소 합정 비스츠앤네이티브스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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