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후에 외로워진 감성을 다독이기 위해 찾는다는 음악들은 유독 슬프다. 안 그래도 슬픈데, 더욱 슬픈 노래를 찾아 듣는 이유는 뭘까? 이별 후에 듣는 애절한 가사와 멜로디는 듣는 이에게 나도 같이 공감하고 있다고 말해주는 듯하다. 아마 그 공감의 문장으로부터 잔잔하게 위로를 얻어갈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싱어송라이터’의 가사는 그들의 음악과 직접적으로 탄생하기 때문인지 더욱 깊은 의미가 느껴진다. 작사, 작곡, 노래 뿐만 아니라 이별 감성을 다루는 것에도 실력파인 싱어송라이터들의 음악은 우리를 슬며시 슬픔에 빠뜨렸다가 위로로 건져낸다.

 

1. 디어클라우드 ‘사라지지 말아요’

<Take The Air>(2010)
작사&작곡: 김용린, 광석, 정아, 나인(디어클라우드), 이랑

사라지지 말아요 제발
사라지지 말아
고통의 무게를 잴 수 있다면
나 덜어줄 텐데

'사라지지 말아요'는 절제된 사운드와 목소리로 슬픈 노래를 들려준다. 거기에 밴드멤버들이 직접 쓴 가사와 멜로디는 애절함을 한층 더한다. 이 앨범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그들이 회사에서 독립을 하고 ‘클라우드 레코드’라는 이름으로 스스로 제작에 뛰어들었다는 것인데, 심지어 앨범자켓 디자인 역시 이랑을 필두로 밴드멤버들이 직접 참여했다고 한다. 진정 인디음악 뮤지션 다운 싱어송라이터 ‘디어 클라우드’의 노래는 믿고 들을 만하다.

 

2. 내일 ‘추억 그린다’

<Take The Air>(2010)
작사&작곡 : 내일

순간 스쳐가는 잿빛 조각들로 더 추스려 봐도
너의 그림자도 헛된 낙서 같아
추억 그린다 우리 추억 너무 그립다
하루 지날 수록 더 희미해져

‘추억 그린다’는 이별 후에 잊고 싶었던 추억들이 어느새 조금씩 희미해져 가는 것을 느끼며 그 기억들을 다시 붙잡고 싶은 심정으로 노래한 곡. 앨범 전체가 ‘이별’을 주제로 노래하는데, 하나의 이별 스토리가 트랙 순서대로 담겨 있어, 가사만 읽어보아도 이별 후 겪는 상황들이 그려질 정도다. 아마 작사, 작곡한 ‘내일’ 본인의 이별담을 녹여냈기에 더욱 와 닿는 노래이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싱어송라이터 내일의 노래는 숨겨진 명곡이자 ‘나만 알고 싶은 노래’ 쯤 될 것이다. 어쿠스틱 기타로 연주되어 아날로그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곡. 익숙한 듯한 평범한 멜로디 위로 담담하게 부르는 노랫말은 소박한 시 한 편 같다.

 

3. 가을방학 ‘근황’

<근황>(2012)
작사&작곡 : 정바비 (가을방학)

만남이라는 사치를 누리다
헤어짐이라는 오만을 부린 우리
한 사람이 떠나갈 땐
참 많은게 떠나

책까지 쓴 작가이자 송라이터 정바비의 가사는 가을방학의 노래들이 그러하듯 특별한 감성을 전해준다. ‘근황’의 노래가사는 이별 후에 들으면 안 된다고 할 만큼, 듣는 사람의 마음을 타격한다. ‘만남이라는 사치’와 같은 노랫말은 흔하지 않은 낱말들의 조화로 더욱 감성적으로 다가온다. 싱글앨범 [근황]에서 ‘황’은 흐리고 거칠다는 의미의 황(荒)으로 쓰여져, 이별을 겪은 사람의 황폐해진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4. 오지은 ‘고작’

<3> (2013)
작사&작곡 : 오지은

그렇게 목마르게
내가 쫓던 네 사랑은
사랑이라 부를 수도 없는
고작 이런 걸지도 몰라

'익숙한 새벽 세시'라는 산문집의 작가이기도 한 오지은의 가사는 '단편소설'이다. 한 인터뷰에서 그녀는 단편소설을 쓰는 마음으로 가사를 쓰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미 홍대 인디씬에서 유명한 싱어송라이터인 그녀의 음악과 시적인 가사는 많은 팬들을 감동시켰다. 오지은의 정규3집앨범 [3]에 대한 소설가 김중혁의 평에는 별다른 수식어 없이 '오지은을 듣는다'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이 말은 ‘그 자체로 매력적이어서 들어도 또 듣게 하는’ 그녀만의 가사와 멜로디를 한마디로 설명해주는 것이다.

 

5. 이영훈 ‘일종의 고백’

<내가 부른 그림 2> (2015)
작사&작곡 : 이영훈 (편곡 : 선우정아)

나는 너를 / 또 어떤 날에는
누구라도 상관 없으니
나를 좀 안아 줬으면
다 사라져 버릴 말이라도
사랑한다고 널 사랑한다고

"가사가 왜 이렇게 좋죠?" 그의 음악을 처음 듣는 사람들은 이 노래가 ‘왜 이렇게’ 좋은 건지 질문형 감탄사를 내뱉는다. 싱어송라이터 이영훈은 공식적으로 첫 앨범을 낸 지 몇 년 되지 않아서 잘 모르는 사람이 많지만, 그는 전부터 락클럽 ‘빵’에서 꾸준히 활동해오고 있었으며, 2010년도 EBS '스페이스공감'의 헬로루키에 선정되기도 한 실력파 뮤지션이다. 그렇기에 천천히 준비해온 그의 정규앨범은 처음 들어도 좋을 이유가 있다. 특히 앨범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노랫말의 장면들을 보이는 것처럼 비유하는 가사는 이영훈 음악의 매력 중 하나. 1집 [내가 부른 그림]에 이은 2집 <내가 부른 그림 2>에서도 특유의 서정적인 가사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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