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거나, 가까운 지인에게 감사를 건네고자 할 때, 우리는 아름다운 꽃이 만연한 꽃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계절에 따라 활짝 만개한 꽃들은 보고만 있어도 절로 기분이 좋아지며, 꽃말이라는 비밀을 간직한 그 작은 생명은 우리들의 궁금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종종 그 비밀은 사랑이나 아름다움과 연결되어 여성성을 상징하며, 순결이나 연약함 등과 같은 꽃말은 가녀린 여성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하여 꽃을 통해 드러나는 여성에 대한 메타포는 오늘날 종종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러한 꽃의 속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아름다운 시각적 이미지를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젠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표현하는 아티스트, 다니엘 델 발레(Daniel Del Valle)를 소개하고자 한다.

다니엘 델 발레, Dazed Korea, ©Young Min Kim

스페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다니엘 델 발레는 식물을 매개체로 삼아 감각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주로 화려한 꽃을 사용하여 모델의 신체 일부를 덮음으로써, 이분법적인 성별의 고정관념을 뛰어넘어 여성성과 남성성을 통합하려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는 가까운 디자이너나 사진작가와 협업하는 형태로 작업을 하며, 대표적으로는 젠더리스 패션으로도 잘 알려진 팔로모 스페인(Palomo Spain)의 화보와 쇼를 구성했다. 사진을 촬영하는 것 외에도 직접 모델로 나서거나 세트를 디자인하는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활동 중이다.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세계를 가진 다니엘 델 발레를 몇 가지 키워드를 통해 알아보자.

 

다니엘 델 발레는 대부분의 작업을 화려한 꽃들과 함께한다. 꽃이 가지는 질감과 볼륨감, 그들 각자가 품은 컬러 조합까지 흠 잡을 데가 없는 사물이라 말하며, 어린 시절 할머니의 거대한 정원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덧붙인다. 주로 뮤즈라 언급되는 모델의 얼굴이나 몸 위로 강렬한 색감의 꽃을 피우며, 때론 기괴하고 무섭기도 한 이미지를 만들어 냄으로써 젠더에 대한 선입견을 완전히 잠식시킨다. 가장 좋아하는 꽃은 팬지와 튤립이며, 근래에는 식충식물에 흥미를 느낀다고 한다.

출처- 다니엘 델 발레 인스타그램
출처- 다니엘 델 발레 인스타그램
출처- 다니엘 델 발레 인스타그램
출처- 다니엘 델 발레 인스타그램

 

자화상

그의 작업들을 보면 스스로 모델이 되어 촬영한 사진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는 이를 ‘자화상’으로 정의한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것이며, 자신의 작업에 등장하는 것을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그의 대부분의 작업을 볼 수 있는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보다 많은 자화상을 볼 수 있으며, 아래 패션 매거진 <King Kong>에서 편집한 촬영 영상을 통해 그의 작업과정을 엿볼 수 있다.

 

출처- 다니엘 델 발레 인스타그램
출처- 다니엘 델 발레 인스타그램
출처- 다니엘 델 발레 인스타그램
Via i-D

 

팔로모 스페인

다니엘 델 발레가 크리에이티브 팀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팔로모 스페인(Palomo Spain)은 2015년 런던 패션 컬리지를 졸업한 알레한드로 팔로모(Arlejandro Palomo)에 의해 설립된 남성복 브랜드다. 남성복임에도 불구하고 오뜨 꾸뒤르 방식의 스커트, 싸이하이 부츠, 오프숄더 드레스 등을 선보이며 젠더리스 트렌드를 주도한다. 컬렉션과 의상에서 종종 보이는 꽃들도 대부분 다니엘에 의한 것으로, 의상과 모델, 그리고 꽃이 이루는 아름다움의 향연을 볼 수 있다.

Via Paper Magazine
Via Kingkong Magazine

 

Writer

낭만주의적 관찰자. 하나의 위대한 걸작보다는 정성이 담긴 사소한 것들의 힘을 믿는다. 현재 서울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있으며, 종종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물건을 만든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공간, 예술로 삶을 가득 채우고자 한다.
박재성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