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기억될 모두의 아픔을 또 한 가지 아로새긴 잔인한 4월의 반환점을 돌아 벌써 5월을 기다리고 있다. 좋은 날씨에 가정의 달, 축제의 달로 유독 떠들썩할 계절이지만 그래서 더 이 시간이 외롭고 쓸쓸한 이들에게 힘과 용기를 줄 음악들을 권해본다.

 

페퍼톤스 ‘April Funk(June Mix)’(2005)

선생님의 구령에 맞추어 “셋 넷!”을 외치는 아이들의 귀여운 목소리가 담긴 인트로가 아닐지라도, 뒤를 잇는 페퍼톤스의 청명한 기타 톤과 훵키한 베이스 그루브가 지금이 싱그러운 봄임을 너무나 분명하게 알려준다. 비록 학교나 회사에, 또는 방구석에 홀로 처박혀있을지언정 촉촉하고 발랄한 이 노래를 듣는 것만으로 “초록빛 가로수 사이로” “이름 모를 길을 걸으며" “따가운 햇살”을 맞고 “달콤한 4월의 향기”를 맡는 기분이다. ‘너’는 혼자가 아니라 이 계절이 너와 함께 한다는 듯이.

페퍼톤스 ‘April Funk’ MV

 

장필순 ‘너에게 하고 싶은 얘기’(2013)

장필순은 보다 직접적으로 ‘너’는 혼자가 아님을 노래한다. 평상시라면 누구보다 외로움이나 쓸쓸한 정서에 어울릴 법한 그의 보컬이, 어느 때보다도 씩씩한 목소리로 듣는 이를 위로하는 것이다. 앨범 아트워크 속 투명수채화로 그려진 장필순 그 자신의 얼굴은 백 마디 말보다 더 따뜻한 표정으로 “괜찮다.”고 말하는 것만 같고, 후렴에 합류하는 밴드와 코러스, 장필순의 힘 있는 열창은 단지 나 하나만을 위한 위안 같아서 더욱 감동적이다.

장필순 ‘너에게 하고 싶은 얘기’ MV

 

사비나앤드론즈 ‘Don't Break Your Heart’(2016)

드럼 건반, 일렉트로닉스에 이은 밴드 악기들이 차분히 입장한다. 그 사이로 사비나앤드론즈의 독특한 목소리가 악기들보다 더욱 조심스럽게 매 구절마다 저음으로부터 감정을 꾹꾹 눌러담으며 제목의 메시지를 천천히 퍼뜨려나간다. 이 노래 역시 깊은 슬픔이나 서늘한 침잠이 제격이라고 생각했던 사비나앤드론즈의 보컬이 반전의 위문을 건네며 더욱 큰 힘을 낸다. 담백한 포크 음악이나 처절한 발라드와 전연 다른 새로운 매력이 내면 가장 깊숙이 닿아 진한 여운을 남긴다.

사비나앤드론즈 ‘Dont' Break Your Heart’ MV

 

하비누아주 ‘청춘’ (2015)

이 노래는 사실 위로와 거리가 멀어 보인다. 도리어 청춘의 고독과 쓸쓸함, 그로부터 도망치려는 처절한 슬픔이 차갑게 사무친다. 그러나 아무리 세상에 봄이 온들 나의 “목적 없는 청춘엔 냉기가 흐른다.”는 노래의 솔직한 자기 고백과 섬세한 표현은 강한 공감을 일으키며 그 어떤 위안보다도 따뜻하고 강렬한 치유의 힘을 발휘한다. 한껏 운 뒤 도리어 기운을 찾는, “눈물도 차가운” “달리는” 청춘의 “커다랗고 짙은” 슬픔의 기적을.

하비누아주 ‘청춘’ MV

 

EOS ‘전속력의 발라드’ (2018)

김형중을 필두로 뭉친 EOS는 스스로를 다진다. 더이상 청승을 떨지도 않고, “끝없이” 져왔던 싸움에서 질 생각도 없다. 김형중의 생기있는 가창력과 정반대의 인상을 주는 배영준의 레트로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맞물려, 마치 노래 제목 ‘전속력의 발라드’와 같은 이율배반적인 느낌에 고개를 갸웃거릴 때쯤, 흥겹고 강렬한 후렴에 접어들며 어느새 봄의 나른함과 외로움을 떨치게 된다. “모두가 자신만의 속도가” 있으니 각자의 “전속력으로” 자유로이 나아가라는 노래의 박차와 함께 어느새 새로운 내일로 질주하게 된다.

EOS ‘전속력의 발라드’ MV

 

Writer

차분한 즐거움을 좇는다. 그래서 보고 들은 것과 일상에 대한 좋은 생각, 좋아하는 마음을 글로 옮긴다. 학부 시절 네이버 파워블로그에 선정된 후 쓰기를 이어와 현재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웹진 <음악취향Y>, 잡지 <재즈피플>, 신문 <아주경제> 등에 글을 기고한다. 누구나 늘 즐겁기를 바란다. 너무 들뜨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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