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아이 캔 스피크>로 돌아온 배우 이제훈. 어느덧 데뷔 10주년을 맞이한 이제훈을 기념하며 그의 작품들을 되돌아본다. 영화에서 발견한 이제훈의 모습은 놀라울 만큼 변화무쌍하다. 풋풋한 얼굴은 섬뜩하고, 순수하고, 열정적인 표정으로 바뀐다. 10년 전 단편영화부터 가장 최근의 장편영화까지. 배우 이제훈의 진가를 오롯이 드러내는 영화들을 파헤쳐본다.

 

1. 반대를 무릅쓴 연기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연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는, 많이 들어 봤을 법한 이야기의 주인공이 바로 이제훈이다. 어렸을 적부터 연기의 꿈을 품었던 이제훈은 재학 중이던 고려대학교를 자퇴하고 2008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에 입학했다. 자퇴를 결심한 이제훈은 당시 연극 <바다제비>(2005), 뮤지컬 <인생은 아름다워>(2006) 등에서 역할을 맡기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무대에 발을 디뎠다.

<친구 사이?> 스틸컷

수많은 연기파 배우들이 거쳐 갔다는 ‘한예종’에 입학한 후 참여한 단편영화 <밤은 그들만의 시간>(2007)은 이제훈의 공식 데뷔작이다. 그러나 이제훈의 진짜 데뷔작은 잘 알려지지 않은 단편영화 <진실 리트머스>(2006)다. 동성애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명동 한복판에서 촬영한 이제훈의 키스 신으로도 유명하다. 이후 <아, 맨>(2008), <숭고한 방학>(2008) 같은 다양한 단편영화를 찍어온 이제훈은 또 한 번 동성애 연기에 도전한다. 김조광수 감독의 영화 <친구 사이?>(2009)다. 이번에는 이제훈과 상대 배우 연우진이 함께 혈기 왕성한 게이 청년들의 연애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세상의 냉혹한 반대를 무릅쓴 영화, 그 연기에 거침없이 도전하는 배우 이제훈의 면모가 돋보인다.

 

2. 이제훈 찾기

<인플루언스> 스틸컷

2010년의 스크린에서는 그야말로 ‘이제훈 찾기’다. 영화 <방자전>(2010)에 단역으로 얼굴을 비춘 이제훈을 찾아보자. 춘향 역을 맡은 조여정의 옷매무시를 가다듬어주는 한복장이 역으로, 거울을 통해 진정 얼굴만 비추며 지나간다. 세 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옴니버스 호러 영화 <귀>(2010), 이병헌 주연의 영화 <인플루언스>(2010)에서는 짧게나마 제대로 된 연기를 보여준다. 이후 첫사랑을 소재로 한 영화 <김종욱 찾기>(2010)에서는 극 중 뮤지컬 무대 감독으로 나오는 임수정의 후배로 등장하며 빠질 수 없는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3. 영예의 2011년

<파수꾼> 스틸컷

그렇게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던 이제훈이 만난 최고의 작품이 있다면, 바로 <파수꾼>(2011)이 아닐까. 전신이라 할 만한 단편영화 <아이들>(2008)로 이미 그 저력을 인정받은 윤성현 감독의 독립영화 <파수꾼>은 세 친구의 비극을 섬세하고 날카롭게 풀어낸 작품이다. 주인공 ‘기태’ 역을 맡은 이제훈은 이제껏 보여준 적 없던 사납고 거친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미성숙한 소통의 오해로 겪는 감정의 파고를 훌륭하게 연기했다.

<고지전> 스틸컷

같은 해 선보인 영화 <고지전>(2011) 역시 이제훈에게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파수꾼>과 달리 규모 있는 전쟁 영화에서 첫 주연을 맡은 그는 고수, 신하균 같은 베테랑 배우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했다. 나이는 어리지만 누구보다 과감한 대위 '일영' 역으로 분해 누구보다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리하여 이제훈은 <파수꾼>과 <고지전> 두 영화로 2011년 제48회 대종상영화제 신인상 후보에 이름을 나란히 올리는 등, 그해 다수의 영화제에서 신인상을 휩쓸다시피 했다.

 

4. 업 앤 다운

<건축학개론> 스틸컷
<점쟁이들>, <분노의 윤리학> 스틸컷

이듬해 선보인 영화 <건축학개론>(2012)에서 만난 이제훈은 전작과 180도 바뀐 모습으로 팬심을 사로잡았다. 탄탄한 연기 실력을 갖춘 이제훈이 보여준, 첫사랑에 서툴고 숫기 없던 스무 살 청년은 보는 모두에게 잊지 못할 시절의 감성을 선사했다. 이후 그는 <점쟁이들>(2012), <분노의 윤리학>(2012), <파파로티>(2012)로 이어지는 세 편의 영화를 찍고 2012년 말 의무경찰로 입대했다. 그렇게 스크린에는 오롯이 영화만이 남았지만, <건축학개론>만큼 조명받지 못한 채 서서히 잊혀 갔다.

 

5. 충무로의 영웅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스틸컷

그러나 이제훈은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전작 <파파로티>에서 호흡을 맞췄던 한석규와 함께 드라마 <비밀의 문>(2014), 또 <분노의 윤리학>에서 역시 같이 호흡을 맞춘 조진웅과 함께 드라마 <시그널>(2016)을 통해 그야말로 전성기를 맞았다. 이후 브라운관에서 스크린으로 넘어온 복귀작은 영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2016)이다. 조성희 감독의 액션 스릴러 영화로, 누구나 다 아는 ‘홍길동’을 현대로 옮겨 새롭게 풀어낸 작품이다. 독특한 영상미, 신선한 연출과 함께 단연 극을 주도하는 이제훈은 충무로를 사로잡을 홍길동으로 완벽하게 부상했다.

 

6. 믿고 보는, '이제훈'이로소이다

<박열> 스틸컷

이토록 훌륭한 인물을 맡은 것도 행운이라면 행운일까? 영화 <박열>에서 만난 이제훈의 ‘박열’은 그가 맡았던 캐릭터 중에서도 단연 최고라 할 만하다. 관객은 그저 일제에 맞서는 조선의 독립운동가 ‘박열’과 이제훈의 당당한 행보를 믿고 따라갈 일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독립운동가 박열을 소개하며 그 자체로 역사적 감동에 호소하려 했다면 얘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적정한 무게로 극의 긴장을 들었다 놨다 하는 이제훈의 영민함은 보는 것 자체로 쾌감을 선사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충실하게 짜인 스토리, 이준익 감독의 훌륭한 연출력, 더불어 주변 배우들의 생생한 연기 또한 흠잡을 데 없다. 이만하면 너무 과찬일까? 글쎄, 이만하면 정말로 믿고 봐도 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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