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아도>

Out of sightㅣ2010ㅣ대만ㅣ감독 Ya-Ting Yuㅣ5min

강아지 코코와 함께 산책 중인 꼬마 치코. 갑자기 강도가 나타나 치코의 가방을 빼앗아 달아나자 코코가 재빠르게 뒤쫓는다. 그대로 코코의 목줄에 이끌려 따라간 치코는 이윽고 낯선 골목에 들어선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두컴컴한 길에서 치코는 한 발자국도 떼기 힘들다. 그러나 이내 바람을 느끼고, 소리를 듣고, 밀려오는 향기를 맡은 치코는 보이지 않던 새로운 길을 마주하며 걷기 시작한다.

단편 애니메이션 <보이지 않아도>는 시각장애인이 느끼는 시야를 아기자기한 상상력으로 풀어낸다. 앞이 보이지 않는 꼬마 치코는 시각을 뛰어넘는 상상력을 통해 현실보다 훨씬 아름답고 다채로운 세상을 느낀다. 물론 어디까지나 상상일 뿐이지만, 그로 인해 치코는 낯선 장소에서 느꼈던 두려움을 잊고 예기치 못한 즐거움과 행운을 얻는다. 결국 상상으로 바라본 새로운 세상은 장애의 극복뿐 아니라, 나아가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새로운 관점을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 지금껏 가져온 시각이 아닌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훨씬 다채로운 삶을 마주할 것이라고 말이다.

<보이지 않아도>는 대만국립예술대학교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1988년생 야팅 유(Ya-Ting Yu)와 두 명의 친구가 함께 만든 졸업작품이다. 무려 7년 전에 완성한 학생 작품이지만 지금 보아도 뛰어난 작화와 완성도가 돋보인다. 특히 주제와 어울리는 따스한 느낌의 파스텔톤 색감을 사용하고, 부드러운 움직임에 음악까지 조화롭게 사용하여 마치 대만판 지브리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도 든다. 국내에는 2011년 제6회 부산국제어린이영화제와 2012년 제9회 서울환경영화제에서 상영된 바 있으며, 현재까지도 온라인에서 꾸준히 재생되어 많은 이들에게 따뜻한 메시지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