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활동하는 크루들의 수를 세어보니 손가락 10개가 넘어갔다. 2회로 약속했던 분량을 3회로 늘리기로 했다. 레이블의 개념을 학교라 치면, 크루와 콜렉티브는 놀이터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서울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끊임없이 만들기 위해 뭉친 이들의 움직임을 지켜보자. 클럽이나 페스티벌에 가는 또 다른 이유와 즐거움 혹은 그 이상의 것을 안겨줄 것이다.

 

1. Pute Deluxe

사진 출처=Pute Deluxe 인스타그램

우리에게 TV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의 줄리안으로 잘 알려진 Julian Quintart와 YANN CAVAILLE가 이끌어 나가고 있는 Pute Deluxe. 얼마 전 열린 세빛섬에서의 마지막 루프탑 파티를 성황리에 마치며 올여름 자신들의 이름을 톡톡히 알렸다. YANN과 Julian을 비롯해 LIGRYE, DIDI HAN, Fallens가 멤버로 있는 이들은 비싼 술과 VIP 중심인 기존 한국 나이트클럽 문화를 거부한다. 이들은 다양한 장르의 언더그라운드 음악과 함께 자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며, 2015년부터는 크루 이름으로 의류브랜드까지 런칭하는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여름 가장 후회하는 일이라면, 여름 내내 거의 매주 진행했던 이들의 세빛섬 루프탑 파티를 한 번도 다녀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Pute Deluxe X Midnight Moon

ㅣPute Deluxeㅣ홈페이지페이스북인스타그램

 

2. Disco Experience

사진 출처=Disco Experience 페이스북

Disco Experience는 1970~80년대 전 세계적으로 크게 부흥해 오늘날까지 영향을 미치는 Soul, Funk, Disco와 함께, 이를 기반으로 한 신진 장르인 Nu Disco, Disco House까지 Disco의 영향을 받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모인 크루다. Conan, Dguru, Wow, Ffan, Grid 그리고 포토그래퍼 Stillm45가 함께 모여 2014년 봄을 기점으로 시작했다. 디제이 경력이 ‘장난 아닌’ 이들이 모인 만큼, 이들의 파티는 장소를 가리지 않음에도 다른 파티와는 달리 웃음 띤 사람들로 가득하다.

Dicky Trisco at Cakeshop, Seoul

ㅣDisco Experienceㅣ페이스북

 

3. Subbeat

프로듀서와 디제이들의 믹스를 실시간으로 방송하는 인터넷 채널 <Boiler Room> ‘Seoul’ 편을 보았다면, 당신은 이들을 제대로 알기 전 가장 최적의 준비운동을 한 셈이다. Subbeat는 2013년, 평소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좋아하던 Mondaystudio와 Beatbird 두 명의 디제이가 결성한 언더그라운드 뮤직 무브먼트다. 결성 후 영기획의 LOBOTOMY를 비롯해, 라이징 스타 IMLAY, asceticaudio, sima kim, sata를 연달아 영입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아시아의 뛰어난 음악가들 내한 파티와 함께 자체 컴필레이션 앨범도 꾸준히 공개하고 있다. 수장인 Mondaystudio가 <Boiler Room> ‘Seoul’ 편에 이름을 올리며, Subbeat는 이제 이태원 클럽 Cakeshop의 로컬 파티 중 빠져서는 안 될 이름이 되었다.

Mondaystudio Boiler Room Seoul DJ Set

ㅣSubbeatㅣ홈페이지

 

4. No Music

사진 출처=[Nylon Korea], 포토그래퍼 김연제

DJ yes yes, Cong Vu, DJ youtube, 디자이너 신동혁으로 이루어진 No Music은 한 달에 한 번씩 유튜브와 인터넷에서 끌어온 음원들을 모아 을지로의 정체 모를 술집 신도시에서 ‘No Club’이라는 파티를 연다. 흔히 K-pop이라 불리는 아이돌 음악부터, 일본 시티팝, 레게, 덥, 정글, 힙합 따위 온갖 장르의 음악을 오로지 자신들의 취향으로 한데 모아 여는 이들의 파티는 특정한 컨셉이 없는 것이 컨셉이다. 장르적 고집과 상관없이 좋은 음악을 듣고 싶은 충동이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다면 이들의 파티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비정기적으로 판매하는 신동혁 디자이너의 포스터와 달력 같은 머천다이즈는 그들의 파티를 가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Noclub #1 @신도시

 

Writer

GRAYE는 군산 출신의 프로듀서다. 비트 신의 음악을 탐구하는 것으로 시작해, 전시와 무용 등 다방면의 예술 세계를 만나는 것으로 꾸준히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2013년 [MON] EP로 인상적인 데뷔를 치렀고 [{notinparis}], [Junk Pixel/Empty Space] 등의 음반을 발표했다. 토키몬스타(TOKiMONSTA), 온라(Onra) 등의 내한 파티에서 오프닝을 맡는 동시에 '소음인가요', 'Crossing Waves' 등의 전시에 참여하고 'Fake Diamond' 무용 공연에 뮤직 수퍼바이저로 참여하는 등 현재 한국 비트 뮤직 신에서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2014년 GQ KOREA는 그를 ‘6인의 비트메이커’로 선정했고, [Junk Pixel/Empty Space]는 린 엔터테인먼트가 꼽은 2015년 한국 팝 싱글 1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