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레코드 공장 '서라벌레코드'가 문을 닫았고, 2011년 새롭게 문을 열어 주목받았던 'LP팩토리'도 더 이상 기계를 돌리지 않는다. 디지털 음원들만이 활발히 'New'를 띄우는 사이, 몇몇 레코드숍도 자취를 감췄다. 기어이 2016년 3월엔 25년 동안 신촌에 자리했던 터줏대감 '향음악사'도 매장 문을 닫았다. 온라인 홈페이지 '향뮤직'만 남긴 채.

하지만 여전히 팔릴 곳 없는 음반을 찾아 들짐승처럼 헤매는 이들이 있다. 바이닐을 교체해가며 음악을 트는 클럽 DJ와 추종자들이 그렇고, 복고 음악의 회귀와 맞물려 과거의 음악을 오리지날 그대로 소장하려는 수집가들도 레코드계의 하이에나다. 최근엔 저가의 턴테이블이 꽤나 시장에 들어오며 구매층의 폭이 더 넓어졌다.

이런 현상을 증명하는 건 레코드 행사들이다. 국내 최초로 시도했던 ‘서울레코드페어’는 벌써 7회를 맞았고, 9월에는 광주레코드페어도 열린다. 이런 행사에는 소위 ‘레코드 세대’인 중장년과 버튼 하나만 누르면 음악이 나오는 세상에 태어나 굳이 판을 바꾸고 핀을 얹고, 약한 물성의 바이닐을 수시로 관리해야 하는 아날로그적 수고를 하려는 젊은이들이 뒤섞여 눈에 불을 켜고 '판'을 찾는 기묘한 ‘판’이 펼쳐진다. 한편, 레코드의 인기를 의식한 대기업의 행보도 눈에 띈다. 현대카드는 수천 종의 레코드와 CD를 갖춘 음악 테마공간 ‘바이닐앤플라스틱’을 이태원에 오픈했다. 이에 레코드 도매상과 수집가, 몇몇 음악 전문가들은 “재래시장을 죽이는 대기업의 대형 마트와 다를 바 없는 횡포”라 규정하며 논쟁을 낳기도 했다.

바야흐로 '레코드 시대'가 도래한 걸까. 만약 그렇다면, 그 시작은 분명 지금 주목하는 레코드숍에 있다. 오랜 경력의 레코드숍이 문을 닫는 상황에도 새롭게 문을 연 가게들이다. 젊은이들을 끌어들이는 이 공간들의 무기는 바로 '존재감'이다. 그곳에는 레코드 특유의 ‘음감’, 손에 닿는 바이닐의 ‘촉감’, 종이 앨범 커버의 ‘색감’이 이루는 음악의 아날로그한 존재감이 있고, 취급하는 음악 자체가 지닌 존재감 또한 선명하다.

 

시트레코드(Sete Records)

이미지 출처=인스타그램

포루투칼어로 숫자 ‘7’을 뜻하는 'Sete'라는 이름을 달고 2010년 문을 열었다. 한적한 서교동 길가의 건물 2층에 있어 눈에 잘 띄지도 않는 데다, 1층 입구에는 비밀번호까지 걸려있지만 엄연한 ‘매장’이다. 주인장이 직접 수입한 ‘중고 레코드’만 판매한다. 클래식, 팝, 재즈, 록 같은 다양한 장르의 레코드가 가게 안을 꽉 채우고 있다.

주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 130, 2층 [지도보기]
영업시간 월~토 12:00~20:00, 일 12:00~17:00
전화 070-7803-6813
홈페이지 www.seterecords.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seterecords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seterecords/

 

김밥레코즈(Gimbab Reco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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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알 사람은 다 아는 명성의 레코드숍이자 음반 발매, 공연 기획을 겸하는 레이블이기도 하다. 2014년 동교동 골목길에 문을 연 자그마한 공간에는 국내에서 찾기 힘든 희귀반을 비롯, 다양한 장르와 뮤지션을 취급한다. 음악 관련 소품도 판매하고 음악가들과 함께하는 이벤트도 열린다. ‘서울레코드페어’를 기획한 김영혁 대표가 운영하는 곳. ‘김밥’은 그가 기르는 고양이 이름이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2길 90, 1층 [지도보기]
영업시간 매일 14:00~21:00
전화 02-322-2395
홈페이지 http://gimbabrecords.blogspot.kr/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GimbabRecords/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gimbabrecords/

 

토이레코드(Toy Reco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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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에 오픈한 가장 어린(?) 레코드 가게다. 이름부터 마치 장난감 가게 같은데, 이따금 피규어도 눈에 띈다. 최신과 중고 레코드를 모두 취급하고, 희귀한 일본산 7인치 바이닐까지 두루 만날 수 있는 곳. 특히 일렉트로닉 음악 팬을 유혹하는 유니크한 바이닐이 가득하기로 유명하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잔다리로 63 [지도보기]
영업시간 화~일 14:00~21:00
전화 070-4652-3858
홈페이지 www.toyrecords.co.kr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toy_records/

 

룸360(RM 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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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가 아닌 방배동에, DJ 소울스케이프를 중심으로 한 DJ 아티스트 집단 '360사운즈'가 2011년 차린 레코드숍이다. 스텝들이 직접 엄선한 레코드뿐 아니라 자체 제작한 옷과 액세서리, 음악 관련 매거진을 판매한다. 가끔씩 '360 라디오 스테이션’ 같은 이벤트를 진행하는데, 디제잉에 관심있는 이들은 360사운즈와 룸360의 소식을 나란히 확인하면 좋다.

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효령로36길 8 [지도보기]
영업시간 화~일 14:00~21:00
전화 02-3474-0360
홈페이지 http://rm360.cafe24.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rm360kr/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room360/

 

클리크레코드(Clique Reco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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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인쇄소 골목에 자리잡은 클리크레코드는 전 세계 독립 레이블의 언더그라운드 음악 위주로, 디지털로는 거의 공개되지 않은 레코드로만 접할 수 있는 음반들을 영국이나 미국에서 구입해 갖춰 놓았다. 하우스, 일렉트로닉, 디스코 같은 댄스 음악 외에도 재즈나 레게 음반도 찾을 수 있다. 주말에만 문을 열지만, 이미 알고 오는 이들에겐 그것마저 특별하다.

주소 서울시 중구 을지로12길 8, 3층 [지도보기]
영업시간 월~화 14:00~19:00, 토~일 12:00~20:00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cliquerecordstore/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clique_records/

 

레코드이슈(Record Is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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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을 잡아끄는 파란색 외벽을 가진 레코드숍 겸 카페. 판매 위주의 '매장' 이미지를 벗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공간을 지향하는 곳이다. 레코드뿐 아니라 드립커피와 맥주, 팩으로 된 와인을 판매한다. 화려해진 경리단길에서 조금 비켜난 이곳의 LP와 와인 한 잔은 더욱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한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회나무로13가길 57 [지도보기]
영업시간 화~금 15:00~22:00, 토~일 14:00~22:00
전화 02-6105-6139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RecordIssue/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recordis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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