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시디즘’(Hasidism)은 18세기 초 동유럽 지역에서 유래한 유대교의 한 종파로, 성속일체와 고대 율법을 강조하여 엄격한 집단 생활과 배타적인 극보수주의를 추구한다. 전체 유대인의 약 14%인 210여만 명의 하시디즘 유대인들은 이스라엘, 미국, 유럽의 주요 도시에 ‘하레디’(Haredi)라 부르는 집단촌에 모여 살며, 히브리 문자로 된 이디시(Yiddish)어를 사용하고 정규 교육과 병역의 의무, 그리고 인터넷 소통 등을 거부한 채 외부와는 단절된 환경에서 살아간다. 하레디 남성들은 검은 정장과 털모자(‘스트라이멜’), 그리고 턱수염과 옆으로 땋은 머리(‘페오트’)를 하고 다니며, 여성들은 긴 치마에 목과 팔을 덮는 상의를 입는데, 특히 기혼 여성들은 삭발하여 가발을 쓰고 외부에 나선다.

이스라엘에서 제작한 <슈티셀가 사람들>(2013~)

이스라엘에서 제작한 TV 시리즈 <Shtisel>(슈티셀가 사람들, 2013~)과 스위스에서 제작한 미니시리즈 <Unorthodox>(2020)가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키며 그들의 생활상이 영화와 드라마의 모티프로 떠올랐다. 아마존 프라임은 <Shtisel>의 미국판 제작을 추진 중이며, 넷플릭스가 방영한 <Unorthodox>(그리고 베를린에서, 2020)는 에미상 8개 부문 후보에 올라 감독상을 받았다. 집단촌 ‘하레디’를 배경으로 제작된 영화나 드라마들은 대부분 극단적인 종교의 억압 상황에서 개인의 자유 의지를 추구하는 짙은 페이소스를 담고 있다. 넷플릭스에서 찾아볼 수 있는 세 편의 하레디 유대인 작품들에 대해 알아보았다.

 

<홀로 걷다>(One of Us, 2017)

뉴욕 브루클린에 위치한 ‘하레디’ 공동체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세 명의 상처받은 영혼을 중심으로 다룬다. 그들이 어떻게 자신의 모태 종교를 의심하게 되었고 어떻게 가족과 주변 환경의 간섭과 학대에서 벗어나, 현재 어떤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지 담담하게 보여주는 장편 다큐멘터리다. 폭력적인 남편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다섯 아이 엄마 ‘에티’, 공동체에서 금지하는 영화 일을 하고 싶은 ‘루저’,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바깥 세상을 알게 된 마약 중독자 ‘아리’. 영화는 이 세 사람의 새로운 삶을 쫓아간다. 간혹 등장하는 비영리 단체 풋스텝스(Footsteps)와 그곳에서 일하는 ‘차니 게터’(Chani Getter)는 실제로 공동체에서 탈출한 이들을 지원한다. 극단적인 종교의 폐해를 추적한 헤이디 에윙(Heidi Ewing) 감독과 레이첼 그래디(Rachel Grady) 감독의 공동 작품이며, 2017년 토론토 영화제에 처음 소개되어 로튼토마토 93%의 긍정 평가를 받았다.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One of Us>(2017) 예고편

 

<무슨 일이 생길 지는 아무도 모른다>(2018)

원래 제목은 <The Awakening of Motti Wolkenbruch>(모티 볼켄브루흐의 각성)이지만, 엉뚱하게 번역한 한국어 제목으로 넷플릭스 서비스 중이다. 스위스 작가 토마스 메이어(Thomas Meyer)의 데뷔 소설을 영화화하여, 아카데미 시상식에 스위스의 외국영화상 대표작으로 출품한 적 있다. 스위스의 정통 유대교 가정에서 자란 대학생 ‘모티’가 자유분방한 여자 친구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성장 코미디 영화다. 유대교 신앙의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관습을 유쾌한 코미디로 풀어냈으며, 우리 말의 단어와 비슷하게 들리는 ‘식사’(Shiksa)는 유대교에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세속적인 이교도 여성을 가리킨다. 하지만 부모가 점지한 유대인 여성에게는 관심이 없고 식사를 좋아하게 된 모티는 “내게 좋은 게 무엇인지 스스로 결정하고 싶어요.”라고 부르짖는다. 모티를 연기한 스위스 배우 조엘 바스맨(Joel Basman)이 스위스 영화제의 남자주연상을 받았다.

영화 <무슨 일이 생길 지는 아무도 모른다> 예고편

 

<그리고 베를린에서>(Unorthodox, 2020)

가족과 공동체의 의사에 따라 19세의 어린 여성이 결혼과 함께 삭발하면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명장면이라 할 수 있다. 주인공 ‘에스티’는 종교의 억압과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뉴욕의 윌리엄스버그(Williamsberg)에 위치한 집단촌에서 베를린으로 몰래 달아나 자신의 길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독일에서 제작된 4부작 미니시리즈 <Unorthodox>는 96%의 로튼토마토 평점과 에미상 8개 부문 후보에 오른 화제작으로,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에 오른 데보라 펠드만의 자전적 소설 <Unorthodox: The Scandalous Rejection of My Hasidic Roots>을 바탕으로 삼았다. 원작을 쓴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TV 드라마로 제작되기를 바라서 직접 드라마 작가들을 섭외했고, 그들은 극적 재미를 위해 작가의 실존적 경험에다가 책에 없는 베를린 부문을 창작하였다. 주연을 맡은 이스라엘 배우 쉬라 하스(Shira Haas)는 배역 연기를 위해 피아노와 노래, 그리고 생소한 이디시 언어를 배웠고, 길던 머리를 실제로 자르는 열성을 보였다. 이스라엘의 마리아 슈레이더(Maria Schrader) 감독은 에미 시상식에서 미니시리즈 감독상을 받았다.

미니시리즈 <그리고 베를린에서>(2020)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