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침공으로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새롭게 평가받는 영화들이 있다. 2019년 폴란드에서 제작된 <미스터 존스>(Mr. Jones)가 대표적. 실존 인물인 영국 웨일스 출신의 기자 개러스 존스(Gareth Jones)를 주인공으로 하는 전기 영화다. 그는 스탈린의 경제 정책에 관한 의문을 품고 모스크바에 들어갔다가 당시 소련의 자치공화국이던 우크라이나 대기근을 직접 목격하게 되고, 소련 당국의 방해와 위협을 무릅쓰고 이를 외부에 고발한 최초의 인물이다. 우크라이나어로 홀로도모르(Holodomor)라 부르는 대기근은 1932년부터 1933년까지 약 300~400만 명의 희생자를 낸 것으로 추정되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국민간의 갈등이 더욱 깊어진 배경이 되었다. 폴란드에서 제작된 이 영화는 로튼토마토 86%의 호평을 받았고, 베를린영화제 황금사자상 경쟁작에 올랐으며, 폴란드 그디니아 영화제에서 최우수 영화상을 받았다.

 

우크라이나의 비극, 홀로도모르

1932년부터 1933년까지 우크라이나 농촌 지역에서 약 300~400만 명이 굶어 죽은 대기근은 자연적으로 발생한 가뭄 때문이 아니라, 소련의 과도한 수탈 정책에 의한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스탈린은 5개년 경제정책 수행을 위해 필요한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해, 우크라이나의 비옥한 농장을 집단화하고 과도한 목표량을 제시하였고 이로 인해 농촌 주민의 식량이 크게 부족했다. 당시 소련 당국은 이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대기근 지역에의 출입을 금지하였고, 소련의 정책에 반대하던 관리들을 숙청하기도 하였다. 당시 스탈린이 의도적으로 대기근을 일으키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우크라이나, 독일 등 다수의 국가들은 이 사건을 집단살해(제노사이드) 사건이라 규정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11월 넷째 주 토요일을 추모일로 지정하였고, 이 사건을 잊지 않기 위해 야위고 수척한 소녀상을 주요 지역에 설치하고 전 세계에서 심포지엄을 열고 있다.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은 개러스 존스

우등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1929년에 프리랜서 기자가 된 개러지 존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비행기 안에서 당시 독일 수상에 오른 히틀러를 면담할 만큼 의욕적이었다. 소련 스탈린의 경제 정책에 의문을 품고 여러 차례 방문하였고, 곡창 지대인 우크라이나 방문 중 당국의 감시를 떨쳐낸 채 그곳에서 대기근의 참상을 목격하게 된다. 그는 베를린으로 돌아와 기자회견을 열고 이 사실을 최초로 외부에 알렸지만, 사실 여부를 부인하는 소련 당국과 일부 서부 기자들의 방해도 만만치 않았다. 이 같은 방해를 바탕으로 명성을 얻은 이 중 하나가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뉴욕 타임즈>의 모스크바 주재원 월터 두란티(Walter Duranty)이며, 후일 그가 수상한 퓰리처 상을 취소해야 한다는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듬해 동아시아 지역 취재를 위해 일본과 중국을 거쳐 내몽고에 들어갔던 그는 괴한에게 납치당해 몸값 흥정을 벌이는 중에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이때가 1935년, 그의 서른 번째 생일을 하루 남겨 놓은 날이었다. 일각에서는 소련의 정보기관이 개입하여 그의 폭로 행위에 대해 보복하였다는 설도 있다. 개러지 존스는 우크라이나에서는 영웅시 되고 있으며, 수도 키에프에는 그의 이름을 쓴 거리도 있다.

<Walking in the Land of Death: How Gareth Jones Gave Voice to the Victims of the Holodomor>

 

홀로코스트로 유명한 폴란드 감독

이 영화를 만든 폴란드 감독 아그네츠카 홀란드(Agnieszka Holland)는 홀로코스트를 소재로 삼은 일련의 영화로 명성을 얻었다. <Angry Harvest>(1985), <Europa, Europa>(1991)이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면서 할리우드로 진출했고, <Total Eclipse>(1995), <Coping Beethoven>(2006) 등의 감독을 맡기도 했다. 그는 2014년부터 유럽 영화 아카데미(European Film Academy)의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그가 각본과 감독을 맡은 <Mr. Jones>(2019)로 폴란드 영화제에서 최우수 영화상을 받았고,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유명해진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으로부터 훈장을 받았다. 개러스 존스의 유족들은 이 영화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받아들일 만하다는 입장이다. 참고로 영화 중 모스크바의 호텔 부근에서 총을 맞고 사망한 친구 폴 콜레브나 연인으로 묘사된 에이다 브룩스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은 가공의 캐릭터다.

홀로도모르에 대해 보도한 게러스 존스의 1933년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