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덕후다. 동시에 우리는 덕후라는 이름이 특별하지 않은 시대에 살고 있다. 덕콘은 2021년부터 팬 초청 무료 소규모 콘서트로 매월 만들어지고 있다. 눈과 귀로 스치기만 해도 입덕을 부르는, 그야말로 덕후 팬이 많은 아티스트들을 직접 선정해 진행하는 콘서트다. 지난 여러 덕콘 가운데 몇 가지 무대와 아티스트 인터뷰를 인디포스트를 통해 소개한다. 오늘은 김수영, SURL, LUCY 그리고 윤석철 트리오의 무대다.

 

 

김수영

유튜브에서 스팅의 ‘English Man In New York’을 커버한 영상으로 처음 이름을 널리 알린 김수영. 어느덧 2장의 EP와 10여 장의 싱글을 발매하고, 여러 OST에 참여하는 등 인기 싱어송라이터로 탄탄히 커리어를 쌓아온 그는, 지난 2월 21일 드디어 첫 정규 앨범 <Round and Round >를 발매했다.

덕콘에서 최초 공개한 앨범 수록곡 ‘돌고 돌아’는 방황과 불행 중에도 결국 돌고 돌아 다시 해내겠다는 마음을 표현한 곡으로, 다양한 코드 베리에이션과 컴핑 주법을 손쉽게 소화하는 김수영의 능숙한 기타 연주와 무심한 듯 단단한 중저음의 보컬이 곡의 매력을 더한다.

아티스트 인터뷰

Q 앨범 발매 작업 막바지 기간 중 진행한 덕콘에서 미공개곡 ‘돌고 돌아’를 선곡해 주셨습니다. 어떻게 쓰여진 곡인가요?

김수영 문득 의미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어느 정도 조금씩 우울한 마음을 갖고 있지만 쉽게 내보이지 못하다 결국 괜찮다는 말로 나를 속이고 다시 후회 속에 살고 있는 것 같았어요. 가사처럼 “아무도 나를 모르게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에서 시작한 곡입니다. 내용만으로는 우울한 곡이라 생각되겠지만, 덤덤하게 “어쩌겠어 그래도 돌고 돌아 이겨내야지.”라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Q 첫 정규앨범을 발매했습니다. 어떤 앨범인지 간단하게 소개해 주세요.

김수영 무려 6년 만에 선보이는 정규 앨범입니다. 그만큼 기대되고 설레요. 제가 평소에 느꼈던 감정들을 편하게 나열해 본 앨범입니다. 오래오래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동안에는 싱글로 인사했는데 이번 정규앨범을 통해 ‘김수영이 이런 사람이구나’ 하고 느끼길 바라며 만들었어요. 총 10곡의 수록곡 안에 이전보다 단단한 김수영이 담겨 있습니다.

Q 이번 덕콘에서는 어쿠스틱 기타와 일렉 기타 두 연주자의 조합으로 공연을 했어요. 심플한 악기 구성이지만 단단한 보컬로 관객들이 집중할 수 있는 무대였습니다. 앞으로 또 어떤 공연을 준비하고 있나요?

김수영 꽤 오랫동안 어쿠스틱 무대만 보여드렸는데 올해 열릴 단독 콘서트에선 더욱 풍성하고 다채로운 무대를 채울 예정입니다. 신곡들로 가득 채운 공연으로 새 출발을 알릴 수 있을 것 같아요.

Q 수영님이 느끼는 덕콘만의 특별함이 있다면?

김수영 정말로 저를 덕질(?)해주시는 분들 앞에서 노래하다 보니 자신감도 생기고 관객과의 거리가 가까움에도 더 편안하게 노래를 들려드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덕콘 특유의 색감과 팬시한 무대 연출을 통해 공연자와 관객 모두 잠시 행복한 나라에 온 듯 기분이 좋았고 특별하게 느껴졌어요.

김수영 인스타그램

 

 

SURL

설호승(보컬), 김도연(SURL)(기타), 이한빈(SURL)(베이스), 오명석(드럼)

누군가는 “이제 좋은 록 밴드 음반이 나오지 않는 것 같아.”라며 의심 섞인 투로 말하지만 좋은 밴드 음악은 여전히 만들어지고 또한 불리고 있다. SURL의 앨범 <of us>을 들어보자. ‘이야기’라는 의미를 담은 밴드 SURL은 이번 앨범에서도 본인들의 이야기를 록의 어법과 그루브 안에서 표현한다.

앨범에는 매우 다양한 곡이 담겨 있다. 평소 합주 약속 2시간 전에 도착하곤 한다는 기타리스트 김도연의 준비와 시간에 대한 강박을 담은 ‘WHAT TIME IS IT NOW?’, 타이틀곡으로서 누구나 좋아할 만한 팝의 매력을 갖춘 ‘Every Day’, 청춘의 불장난 같은 에너지와 이야기 담긴 ‘Fire Work’ 등 10곡이 담겨 있다. 수록곡 중 가장 처량하며 시립고 그리운 노래인 ‘Fall’을 덕콘 라이브 콘텐츠로 남겼다.

아티스트 인터뷰

Q 2021년 덕콘 참여 이후 오랜만에 다시 덕콘에 섰습니다. 그동안 어떤 변화들이 있었나요?

설호승 정말 오랜만에 덕콘과 함께 했습니다. 당시에 싱글 ‘내 옆’ 을 작업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정규앨범도 갖게 되었어요. SURL이 주최한 페스티벌 ‘Young & Alive’부터, 미국에서 열리는 큰 음악 축제인 ‘SXSW’, 정규앨범의 곡들을 미리 들려주는 컨셉의 단독 콘서트 ‘preview of us’, 서바이벌 프로그램 <그레이트 서울 인베이전> 참여, 정규앨범을 알리기 위한 게릴라 트럭 공연, 정규앨범 발매 후 처음으로 진행한 전국투어 ‘review of us’ 등 다 나열하기 힘든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확실히 이전에 가지고 있던 어리기만 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정규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들을 보여주며 좀 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이제 더 새롭고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SURL 멤버들도 생각이 많아졌고, 공연에서도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더 흥분할 수 있는지 알게 된 것 같아요. 예전보다는 확실히 성장한 것 같고 어른스러워진 것 같습니다.

Q 작년 방송과 앨범 활동과 투어까지 바쁘셨죠? 그중 어떤 순간이 가장 인상적이었나요?

오명석 여러 작업과 촬영을 동시에 하느라 다들 체력적으로 지쳐 있었습니다. 특히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경험은 저희 넷 모두 처음이라 굉장히 정신없고 고된 나날들을 보냈어요. 하지만 같은 밴드 신에서의 좋은 인연들을 많이 만났고 저희 밴드의 단합력을 키우는 좋은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저희의 대망의 정규 앨범이 발매되어 매우 기쁘고 보람찼던 기억이 있어요. 밴드의 간판이 될 앨범이자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앨범이 되길 바라며 발매했습니다. 이 앨범의 이름을 딴 ‘review of us’ 전국 투어도 처음엔 걱정만 기대반으로 시작하였으나, 많은 분들의 성원에 힘입어 성황리에 마무리되어 굉장히 기분 좋고 뜻깊은 한해가 된 것 같습니다.

Q 라이브를 잘 하기로도 유명한데 비법이 있나요?

이한빈 저희 라이브가 좋다고 생각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밴드가 결성되고 이제까지 활동하는 동안 꾸준하게 합주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연습을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5년 정도 활동했는데 그동안 정기적으로 매주 2~3회 스케쥴이 없더라도 꾸준하게 합주했습니다. 일단 꾸준히 한 덕분에 라이브에서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그 외에도 각자의 기량과 사운드에 대한 발전에 대해서도 부단히 노력하고 있으니 앞으로 더 재밌고 좋은 라이브 기대해 주세요.

Q SURL이 느끼는 덕콘만의 특별함이 있다면?

김도연 전문 공연장이 아닌 게 신기할 만큼 좋은 음향과 관객 바로 앞에서 호흡을 맞추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게 덕콘만의 특별함이라 생각합니다.

SURL 인스타그램

 

 

LUCY

JTBC <슈퍼밴드>의 첫 번째 시즌 준우승 출신의 ‘루시’. 이들의 덕콘은 무려 3,000명이 넘는 신청자가 몰려 공연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특정 장르에 국한하지 않은 음악을 하고 싶다는 이들의 의도대로 루시의 무대는 무척 자유로웠고, 개성 강한 멤버들의 재능이 융화된 특유의 스타일이 한 무대에서 빛을 발했다.

덕콘 콘텐츠로 공개한 곡 ‘히어로’는 드러머인 신광일의 보컬로 출발해 또 하나의 루시만의 유니크한 매력인 신예찬의 바이올린이 노래의 출항을 더욱 빛나게 한다. 팀의 프로듀서인 조원상의 베이스 연주는 수려하고, 최상엽의 보컬은 쨍한 색감과 깊이를 동시에 선사한다. “너를 지키고 세상을 주겠다”라는 가사처럼 ‘왈왈이’들을 어떤 모험이든 데려가 줄 것 같은 노래다.

아티스트 인터뷰

Q 덕콘 시작 이래로 가장 많은 분이 신청해준 무대입니다. 80명 정원에 무려 3,000명이 신청하셨어요. 소감이 어땠나요?

루시 가장 높은 경쟁률이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감사한 마음이 제일 컸습니다. 팬분들의 사랑을 다시 한번 느꼈고, 저희에게 보내주시는 사랑과 열정에 보답할 수 있도록 매 순간 무대 위에서 더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이 제일 많이 들었습니다.

Q 최근 루시의 팀 내 제일의 관심사는? 또 요즘 즐겨 듣는 노래도 알려주세요.

예찬 스노보드!! 그리고 최유리 님의 ‘숲’ 즐겨 듣고 있습니다.

상엽 축구가 너무 하고 싶어요… 파라모어(Paramore)의 ‘Misery Business’요.

원상 새로운 물건들로 삶을 채우기에 관심 있습니다. 그리고 LUCY의 ‘Outro’.

광일 메뉴 고민! 무얼 먹어야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이예린님의 ‘바다가 되고 싶어요’요.

Q 최근 세 번째 EP로 컴백했습니다. EP에 관해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루시 저희 LUCY의 세 번째 EP <INSERT COIN>이 2월 23일! 오후 6시! 발매됐습니다!

프로듀서인 원상이가 다양한 곡을 제작하여 저희에게 들려줬었는데, LUCY가 시도해 보지 않았던 곡들도 있었고, LUCY의 아이덴티티를 잘 살릴 수 있겠다 하는 곡들까지 정말 다양하게 열정적으로 준비를 해주었습니다. 이 곡들을 어떻게 담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 마치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하나의 앨범 안에 반전이 있는 구성을 가져가 보자 하는 의견이 모아져 재밌는 앨범 구성이 탄생했습니다.

‘반전’이라는 포인트에 집중해서 앨범 전체를 들어봐 주시면 너무 좋을 것 같고, 타이틀곡인 ‘아니 근데 진짜’는 레트로한 게임 사운드, 화려한 베이스 라인, 중독성 있는 가사 등 매력이 너무 많은 곡이라 많이 사랑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Q 루시가 느끼는 덕콘만의 특별함이 있다면?

루시 무대와 관객석과의 거리가 가깝다 보니 관객분들께서 무대를 즐기시는 모습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담을 수 있고, 눈을 맞추며 자유로이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또한 스탭분들께서 공연을 위해 하나하나 세심하게 체크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인상 깊었습니다.

밴드 루시 인스타그램

 

 

윤석철트리오

윤석철(피아노) 정상이 (베이스) 김영진 (드럼)

클래식하고 미니멀한 트리오 편성으로 일렉트로닉, 힙합, 록, 국악 등 다양한 요소들을 현대적 어법으로 풀어내는 윤석철 트리오. 이들의 덕콘은 여느 아티스트, 여느 장르의 공연보다 유독 뜨겁게 달아오르는 듯한 현장 분위기를 자아냈다.

윤석철트리오의 새 작업은, 국악이 준 영감을 녹여낸 과감한 화성과 5음계를 활용한 신선한 멜로디 라인, 1980년대의 만화영화가 생각나는 프로펫 신스 리드 사운드로 재즈의 영역마저 함께 확장했다. 대중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가장 흥미로운 사운드를 들려주는 이들 중 하나인 이들의 가장 유쾌한 노래 ‘한국전래동화’을 감상해 보자.

Q 윤석철트리오의 음악에선 항상 새로운 시도들이 돋보입니다. ‘한국전래동화’는 재즈를 기발하고 신비롭게 풀어냈어요. 어떻게 쓰게 되었나요?

윤석철트리오 이 곡을 만들기 전에 국악인 송순단, 김율희님과 함께 작업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분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만들게 되었어요. 드럼 세트에 징과 꽹과리를 얹어서 연주하는 방식을 생각했고 1970년대 초에 만들어진 신시사이저를 사용했습니다. 전통적인 5음계를 조금 더 단순화해서 연주했어요.

Q 세 분의 앙상블이 너무 좋아요. 함께 연주한지는 얼마나 됐고, 또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요?

윤석철트리오 재즈클럽에서 서로 알게 되고 오며 가며 연주한 시간은 대략 18년 정도 되는 것 같아요. 20년이 거의 다 되어가네요. 시간은 왜 이리 빨리 지나가는 걸까요?

Q. 멤버별로 요즘 즐겨 듣는 노래를 알려 주세요.

김영진 Nigel Hall ‘Baby I Do Love You’, Kurt Elling ‘Sassy’, Emily King ‘Sleepwalker’

정상이 Pino Palladino + Blake Mills ‘Just Wrong’, Peach Pit ‘Look Out’, Hiatus Kaiyote ‘Red Room’

윤석철 Slowya.roll ‘Pulse’, Arthur Verocai ‘Abertura’, Ahmad Jamal ‘I Say A Little Prayer’

Q 윤석철트리오가 느끼는 덕콘만의 특별함이 있다면?

윤석철트리오 일반 공연장과는 전혀 다른 비주얼이라 처음엔 조금 당황스럽지만 그건 찰나고요. 아기자기한 정성스러운 소품들과 기다리면서 전시된 핸드폰도 볼 수 있어서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특별한 공간에서의 공연은 늘 환영입니다.

윤석철 인스타그램

 

 

<T Factory X FLO : 덕콘>

T Factory와 FLO가 함께 만드는 팬 초청 소규모 콘서트
매월 다양한 아티스트의 단독 공연과 라이브 콘텐츠를 발행하고 있다.

덕콘 인스타그램

 

Writer

원맨밴드 후추스, 덕콘 기획자

김정웅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