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왕따와 괴롭힘을 당하던 주인공이 성장하여 그들을 대상으로 응징에 나서는 복수극은 이제 익숙해진 장르 영화가 되었다. 스페인의 농촌 지역에 사는 평범한 소녀 ‘사라’는 과체중으로 인해 친구와 동네 양아치들로부터 ‘Piggy’(돼지)라 불리며 왕따와 괴롭힘을 당한다. 유원지에서 우연히 이 광경을 지켜보던 한 남자가 그를 대신해 잔인한 복수에 나서는데, 그는 다름아닌 시체를 유기하러 온 살인마였다. 남자의 차에서 피를 흘리며 납치되는 친구들을 목격하고 경찰에 신고하여 정의를 실현할 것인지 아니면 그의 손을 빌려 복수를 대신할 것인지 순간적으로 딜레마에 빠지지만, 결국 그와 사라는 눈을 마주치고 손짓으로 교감하면서 그 상황을 애써 외면한다.

단편 영화 <Piggy>(2018)

2018년에 제작된 스페인 단편 <Piggy>는 고야 어워즈 등 스페인의 유력 영화상들을 휩쓸면서 주목을 받았고, 스페인과 프랑스에서 250만 유로(약 34억원)의 제작비를 지원받아 장편 슬래셔 영화로 제작되었다. 2022년 초 선댄스 영화제에서 시연되었는데, 예고편으로 봐서는 ‘로라’가 복수에 동참할 지 아니면 정의의 편에 서서 살인자를 응징할지 분명하지 않다. 단편영화에 이어 장편 영화감독을 맡은 칼로타 페레다(Carlota Pereda)의 장편 데뷔작이며, 호러 장르로는 드물게 여성 감독의 작품이다. 단편에서 주연을 맡았던 로라 갤런(Laura Galan)이 장편에서도 같은 역할을 맡아 그의 연기에 관심과 호평이 집중되었다. 로튼토마토 92%를 받고 2022년 스페인 영화 톱10에 들었으며, 2022년 말 유럽 전역에 이어 미국에서도 극장 개봉되는 행운을 안았다.

장편 영화 <Piggy>(2022)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