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만 배 만들어 타고 만취 대취 만취 대취” – ‘경포대로 가서’ 중에서

이름은 ‘HAEPAARY’(해파리)다. 그룹명과 음악은 물론, 비주얼과 메시지도 독특하고 예사롭지 않다. 음악의 일부 재료는 분명 전통에서 출발했지만, 해파리는 자신들의 음악이 전통음악으로 불리길 격렬히 거부한다. 실제로 가사와 가창에서 흘러나오는 몇 가지 요소와 잔향을 걷어내고 보면 사운드와 퍼포먼스는 국적 불문의 실험적인 테크노나 경쾌한 앰비언트에 가깝다. 지난해, 인디포스트와의 인터뷰(링크) 당시 종묘제례악을 소재 삼은 데뷔 EP <Born by Gorgeousness>로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한 일렉트로닉 듀오 해파리는 올해 초 한국대중음악상 일렉트로닉 부문 2관왕과 올해의 신인 부문 노미네이트를 거머쥔 후 영역을 가리지 않고 활약하며, 이제 누구나 인정하는 일렉트로닉신 최전선의 아티스트로 거듭났다.

 

해파리의 멋

노래하는 ‘민희’와 인스트루먼트를 맡은 ‘혜원’. 둘의 만남은 강렬한 끌림과 필요에 의해 출발했다. 각자 다양하고 실험적인 프로젝트를 이어오던 차에 민희가 혜원의 첫 번째 단독 공연을 찾았던 게 본격적인 계기다. 두 사람 모두 어렸을 때부터 전통음악을 공부했다는 공통점은 아무 상관없었다. 그저 지금 이 순간 무대 위에서 멋있고, 감상하기에 “집중력 있는” 음악이 필요했고, 그 마음과 취향이 맞아떨어졌다. 이름도 어렵지 않게 지을 수 있었다. 발음도 쉽고, 별다른 의미와 상징을 담지 않은 것. 이전에 수족관에서 봤던 해파리의 예쁜 실물에서 받은 인상과 기억을 돌이켰다.

“어떤 음악이 음악 산업이나 보편 음악계에서 ‘음악’으로 인식되지 않고, ‘국악’으로 인식되는 것을 최소한 탈피하는 태도를 꾸준히 보여주고 싶어요. 차라리 저희 음악이 ‘인기 많은 국악’보다 ‘인기 없는 음악’으로 안착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 인디포스트 인터뷰 중에서

이러한 해파리의 멋은 다른 무엇보다 의연한 태도가 큰 영향을 미치는 듯하다. ‘전통’이라는 출신과 어법, 음악의 특정한 장르나 미학에 매이지 않은 채 오롯이 ‘해파리’의 음악을 하겠다는 진심이 곡과 무대에 묻어난다. 물론 이들이 과거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앞서 종묘제례약을 소재로 곡들을 만들고 EP를 발매했던 것처럼, 이후에 발표한 곡들은 국악의 남창 가곡을 활용했다. 다만 여기서도 의연함은 묻어난다. 발성이나 창법, 가사와 사운드의 변형과 왜곡에 거침이 없다. 남창 가곡과 여창 가곡, 국악과 음악이라는 구분에 매이지 않는다. 이 같은 도발적 시도를 통해 얻고자 하는 바는 분명하다. 노래의 온전한 분위기와 멋, 그만의 흥취가 그것이다.

 

해파리의 풍류

“술이라 안주 거문고 가야금 해금 비파 대금 피리 장구 불 잘 붙는 라이타 담배” – ‘경포대로 가서’ 중에서

해파리의 음악이 의연하고 색다를 수 있는 건 이들의 아이디어나 몇 가지 어법 때문이 아니다. 시간 축이나 편견을 가로질러 세상과 음악을 바라보는 그들의 넓은 시야와 신선한 감각 덕분이다. 우리 민족, 선조가 유난히 음주와 가무(노래와 춤)를 사랑한다는 옛말이 진실인지 혹은 일종의 자의식 과잉의 발로인지 알 길은 없다. 단지 지금도 흔히 ‘풍류’라 부르는 자연 예찬과 여유로운 태도, 갖가지 흥취를 사랑하고, 그것을 언제나 소망하는 적잖은 이들을 어느 곳, 어느 나라에나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은 쉽게 생각할 수 있다.

이들이 부른 ‘경포대로 가서’(2021)는 남창 가곡 계면조 ‘언편’을 모티프로 하고 있다. 달 밝은 밤에 강릉 경포대로 가서 음악과 술을 즐긴다는 배경은 원곡 그대로이지만,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비트를 바탕으로 훨씬 몽환적이고 중독적으로 짜인 구성이 누구나 공감하고 떠올릴 법한 오늘의 풍류를 연상하게 한다.

배민라이브 50회째를 맞이해 평소보다 조금 특별하게 촬영한 이번 해파리의 라이브 영상은 대형 복합쇼핑몰 내부에서 촬영했다. 텅 빈 쇼핑몰 안, 에스컬레이터를 내려와 익숙하면서도 낯선 풍경 뒤로 걸어오며 노래하는 민희와 크레인 장치 위에서 몰아 상태와 같은 퍼포먼스를 펼치는 혜원의 모습이 치밀하게 짜인 한 편의 뮤직비디오 같은 감상을 선사한다. 일찌감치 3D 모델링으로 탄생한 두 캐릭터의 안무 영상이 있기도 하고, 이미 몇몇 라이브 무대에서 곡과 어우러지는 절제된 춤사위를 보여준 적도 있지만, 영상의 동적인 움직임과 연출을 통해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즐기는 풍류의 멋이 고스란히 살아나기도 한다.

‘경포대로 가서’ 배민라이브

 

해파리의 가무

“컨버스 낳는 커다란 신발장. 늙지 않는 간 … 부러울 것이 없어라.” – ‘부러울 것이 없어라’ 중에서

해파리의 멋과 풍류를 담은 가무는 계속해서 이어진다. 더불어 새로운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부러울 것이 없어라’는 ‘경포대로 가서’와 마찬가지로 남창 가곡을 소재로 삼은 작품이자 풍류를 소재로 삼은 곡이다. 다만 그 가사는 더욱더 구체적이다. 원곡의 ‘술 샘는 주전자’ (酒煎子)는 고스란히 ‘저절로 술이 차오르는 주전자’로 반영되었지만, 현대적으로 ‘늙지 않는 간’이 추가되었다. 오묘하고 귀여운 이펙트 효과들이 가사의 신비로운 바람들을 대변한다.

두 노래는 모두 밴드 DTSQ의 비주얼 아트 및 전반적인 아트 디렉팅을 맡고 있는 크리에이터 오혜미(OHAMKING)가 일러스트레이션을 맡았다. 아트워크를 통해 화려하면서도 투박한 레트로 애니메이션의 질감을 구현함으로써 음악의 안과 밖, 전통과 현대, 일렉트로닉과 가곡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해파리표 가무의 또 다른 이미지를 덧대고 있다. 배민라이브 촬영 후 남긴 아래 소감에서는 해파리가 사랑하는 멋과 풍류를 모두와 함께 나누고 싶은 바람과 인사를 만나볼 수 있다.

‘부러울 것이 없어라’ 배민라이브

 

Q1. 아티스트 소개

저희는 얼트일렉트로닉 듀오 해파리입니다. 노래하는 민희와 인스트루먼트 혜원 두 사람이 함께 음악을 만들고 있어요.

 

Q2. 배민에서 자주시켜먹은 음식은?

민희는 배달음식과는 먼 지역에 살고 있구요. 저(혜원)는 세상에 모든 음식을 시켜 먹고 있어요.

간단하게 먹을 때는 1인분 주문이 가능한 신전 떡볶이, 떡순튀 같은 분식류나 서브웨이를 자주 시켜 먹어요. 최근주문목록을 열어보니 최근에는 알쌈신쭈꾸미를 가장 자주 먹었는데요, 사실 매번 다양한 음식들을 골고루 시켜 먹습니다. 집에서 작업할 때는 B마트도 자주 이용하고 있어요.

 

Q3. 배민라이브 보는 구독자들에게 한마디!

안녕하세요. 해파리입니다:) 배민라이브를 통해서 '경포대로 가서'와 '부러울 것이 없어라' 두 곡의 라이브를 들려드리게 되어서 기쁩니다. 두 곡 모두 삶의 여유를 노래하는 곡인데요, 구독자 분들께서도 저희의 음악과 함께 사랑하는 사람들과 좋은 술, 맛있는 음식 드시면서 행복하고 여유 있는 시간 보내시면 좋겠습니다. 즐거운 연말 되세요. 감사합니다!

 

* 배민라이브는 숨은 음악 맛집을 찾아 배달하는 배달의민족의 음악 콘텐츠입니다. 유튜브 채널에서 매달 새로운 아티스트의 라이브 영상을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