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감각을 동원해 브랜드를 경험하는 최고의 방법은 브랜드 공간을 방문하는 것이다. 하나의 강력한 수단으로 공간을 전개하여 멋지게 브랜드가 된 고수들이 있다. 바로 지금부터 소개할 귀여운 것이 매력적인 장소, 네 곳이다. 주인장의 마음을 담아 귀여운 페르소나를 만들고, 특유의 형상을 반복적으로 사용해서 변별력을 획득한 보물 같은 공간들이다. 브랜드 로고로 기억에 남는 인상을 완성하고, 알찬 맛으로 단골을 모으는 장소들을 소개한다.

 

1. ‘호핀치’가 선사하는 편안한 여유로움

경의선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양옆에 많은 카페가 늘어서 있다. 코너를 돌아야만 보이는 곳에 위치한 ‘호핀치’ (hawfinch, 콩새)는 우연히 산책하다 들리는 사람보다 단골들이 찾는 동네 카페 느낌이 강하다. 호핀치를 계속해서 찾게 되는 것은 자그락 거리는 자갈이 깔린 현관과 나무로 구성된 가구와 선반, 그리고 적절히 놓인 화분이 모여 이루는 조화로운 분위기 때문이다. 콩새 캐릭터와 함께 자연을 사랑하는 주인장의 마음이 인테리어 곳곳에 녹아들어 있다. 너무 달지도 텁텁하지도 않은 호지차 라떼와 달콤한 바나나 향이 담긴 푸딩을 추천한다. 대체유로 귀리 우유를 선택할 수 있는데 가게 구석에 놓은 오트밀크 '마이너 피규어스'마저 새의 탈을 쓴 캐릭터라니 귀여움이 넘친다.

날아가는 콩새의 라인 드로잉이 창문에 크게 붙어있고, 드립백과 푸딩 뚜껑에는 각각 커피를 마시는 콩새와 바나나 보트에서 노를 젓는 캐릭터가 있다. 다양한 캐릭터 베리에이션으로 재미를 주는 셈이다. 셀프바에는 차게 식힌 보리차가 유리병에 준비되어 있으니 아늑하지 않은가. 넓지 않은 내부지만, 정갈한 여유를 누리자면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호핀치 인스타그램

주소 서울 마포구 광성로6안길 6 1층
전화 0507-1356-0933
영업시간 평일 10:00~18:00 (거리두기 4단계 기간 동안) | 토요일 11:00-18:00 | 일요일 휴무

 

2. 한 ‘스쿠퍼’ 하실래요?

서촌을 걷는 사람들 손에 색색깔의 젤라또가 들려있다면 그건 아마도 ‘스쿠퍼’표 젤라또 일 것이다. 아이스크림 두 덩이가 합쳐진 모양의 로고는 'scooper'라는 이름을 품기도 하고, 두 눈 지그시 감은 채 각자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얼굴을 담기도 한다. 매일 매장에서 직접 만든다는 젤라또는 이탈리아 상공회의소에서 인정한 젤라떼리에가 만드는데, 맛뿐 아니라 질감, 색감까지 완벽하게 인스타그래머블하다. 계절 과일을 활용한 신제품, 씹는 맛을 더한 최상의 조합 등 매일 바뀌는 종류에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경험을 기대할 수 있다. 이 맛 저 맛 다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선택한 두 가지 맛 위에 맛보기 한 입을 얹어주는 귀여움도 미소를 유발하는 요소다.

새침한 두 덩이의 젤라또 얼굴은 콜라보 파트너나 새로운 재료에 따라 다른 모습을 선보이고,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스쿠퍼 그림대회의 모티브가 되기도 한다. 발랄하고 캐주얼한 분위기는 가게 앞에 놓인 입간판과 알록달록 벤치가 더하고 있다. 두 돌을 맞이하게 된 스쿠퍼가 서촌을 주름잡는 터줏대감이 되길 기대해본다.

스쿠퍼 젤라또 인스타그램

주소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7길 10 1층
전화 0507-1333-7623
영업시간 12:00~21:00 | 월, 화요일 휴무

 

3. ‘뭄미’하면 파이, 파이 하면 호박!

‘뭄미’는 위의 두 곳과는 다르게 눈코입을 가진 캐릭터는 없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강력한 시그니처가 기다린다. 바로 뭄미 특제 펌킨파이다. 최근 그립톡 굿즈로 나오기도 했는데, 노릇한 파이 위에 올려진 뽀얀 크림 한 스쿱은 내적 안정감을 주는 완벽한 비율의 귀여움이다. 현재 2명까지 입장 가능하고 취식 시간은 한 시간으로 제한되는데, 꾸덕하고 포만감 느껴지는 파이 한입에 아무래도 상관없어진다. 펌킨파이를 기본으로 상큼한 유기농 레몬머랭파이나 피클이 올라간 포테이토파이를 곁들이면 배가 불러도 계속 먹고 싶은 최상의 조합이 된다.

역시 빠르게 솔드아웃이 뜨는 가게이기 때문에 헛걸음하지 않도록 체크하는 것이 좋겠다. 뭄미는 2층에 있고 입구에 놓인 잭-오-랜턴 모형과 부드러운 손글씨 타이포 'mummi'를 찾으면 좀 더 쉽다.

뭄미 인스타그램

주소 서울 마포구 동교로 43 2층
영업시간 오후 1:00 오픈 | 일, 월, 화요일 휴무

 

4. 감자빵을 먹고 있는 감자 캐릭터가 사는 곳, '감자밭'

춘천을 찾는 많은 관광객이 들리는 소양댐 막국수 거리에 거대한 감자 캐릭터가 건물 전면에 자리하고 있는 카페가 있다. 바로 팝업스토어와 다양한 채널의 입점으로 이제는 더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감자빵의 고향, ‘감자밭’이다. 감자 창고 같은 2층 건물과 넓은 안마당에는 어린이와 함께 온 가족, 친구, 커플 등을 막론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 아버지가 기른 로즈 감자를 딸이 빵으로 굽는다는 창업스토리처럼 '감자', '우리 땅' 그리고 '패밀리십'으로 매장, 유니폼, 제품을 전개했다. 음료도 감자라떼, 서리태라떼 같이 흔히 볼 수 없는 메뉴를 메인으로 하여 소양강변에서 식사 전후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들이 모이는 아지트가 되었다.

주말이면 몰리는 손님에 매장 앞 대기줄이 길게 생기지만 주문과 픽업을 원활히 하기 위해 한 줄 서기를 도입한 듯, 생각보다 금방 입장할 수 있었다. 1년 만에 다시 찾았을 땐 이전의 타 베이커리류는 사라지고 감자빵에서 변형된 치즈감자빵이나 카레빵 등이 새로 생겼다. 감자 캐릭터 일러스트가 새겨진 다양한 굿즈가 함께 전시되어 있어 하나쯤 갖고 싶어진다.

감자밭 인스타그램

주소 강원 춘천시 신북읍 신샘밭로 674
전화 1566-3756
영업시간 매일 10:00~20:30

 

눈코입 찍은 캐릭터만 있으면 공간 브랜딩은 장땡인 걸까? 위의 장소들은 일관된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법의 하나로 캐릭터나 아이콘을 내세웠을 뿐, 이미 훌륭한 브랜드 전개 노하우가 있는 듯하다. 무드에 맞는 톤의 커뮤니케이션, 다양하게 적용되는 베리에이션, 소장하고 싶은 굿즈까지. 이들은 오감으로 귀여움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기반으로 갈수록 더 큰 사랑을 받는 문화가 되어가는 중이다.

 

모든 이미지 출처 각 인스타그램

 

Writer

넓고 깊게 이야기를 담고 싶은 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