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프라이빗 라이프>(Private Life, 2018)는 체외수정, 난자 기증, 입양 등 쉽지 않은 과정을 거치면서 아이를 가지고 싶어 하는 40대 뉴욕 부부의 좌충우돌 코미디다. 미국 인디영화계에서 주목받은 여성 감독 타마라 젠킨스(Tamara Jenkins)가 <The Savages>(2007) 이후 무려 11년 만에 내놓은 작품으로, 자신이 그 동안 직접 겪었던 경험담을 시나리오와 영화로 옮겼다. 아이를 원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은 불임 부부라면 함께 고민하고 오랫동안 겪어야 할 지난한 과정을 담은 희비극(Tragicomedy)이며, 불임 부부가 아니더라도 대도시에 사는 40대 부부가 보편적으로 겪는 ‘관계’의 문제를 지극히 현실적으로 다루었다.

영화 <프라이빗 라이프>(2018) 예고편

이 영화는 2018년 선댄스영화제와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즈에서 주목을 받았으나, 영화의 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채 넷플릭스의 영화 라이브러리에 조용히 담겼다. 하지만 평론가들은 넷플릭스 영화 중 아카데미 수상작 <결혼이야기>, <로마>에 비교할 보석같은 영화로 선정하기도 하면서 다시 조명되고 있다.

* 줄거리에 관한 간략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감독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영화

연극배우 출신인 타마라 젠킨스 감독은 뉴욕대에서 영화를 공부한 후 1994년 선댄스영화제에서 단편영화상을 받으면서 인디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다. 곧이어 장편영화 데뷔작 <Slums of Beverly Hills>(1998)이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즈 2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다음 작품 <The Savages>(2007)가 같은 영화제 각본상을 받았다. 하지만 작가인 남편과 함께 아이를 갖기 위해 IVF(체외수정), 국제 입양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10여 년 스크린을 떠났고, 주위의 권유로 직접 경험한 불임 문제와 함께 중년의 위기를 주제로 다시 영화 제작으로 돌아왔다. 선댄스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이 영화 역시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즈 3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고, 로튼토마토 94%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인터뷰에서 자신의 경험담을 밝히는 타마라 젠킨스 감독

 

너무 현실적인 40대 뉴요커 부부

이 영화는 중년을 맞은 뉴요커 부부 ‘레이첼’과 ‘리차드’의 이야기다. 작가인 부인과 한때 연극 감독이었던 남편은 뉴욕의 이스트 빌리지에서 행복한 삶을 꾸리며 아이를 갖기 위해서는 눈물겨운 노력을 마다하지 않는 중년 부부다. 두 사람은 때로 가시돋힌 설전을 벌이기도 하며 불임 시술이나 입양 과정이 실패할 때마다 허탈한 우울감에 사로잡히기도 하지만 상대를 위한 배려와 삶의 균형을 잃지 않는다. 베테랑 배우 캐서린 한(Kathryn Hahn)과 폴 지아마티(Paul Giamatti)의 너무나 현실적인 연기는 언론과 평단들이 찬사를 보내는 부분이다. 마지막 장면에서도 두 사람은 아이를 갖는다는 희망을 잃지 않고 약속 장소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며 영화는 끝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