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어려울 때, 당신은 어떻게 하셨나요?”

옴니버스 마음 치유 에세이 <마음이 어렵습니다>의 저자가 10명의 여성을 만나 건넨 질문이다. 마음 치유를 위해 노력한 이들은 자신들의 치유 과정과 조금은 남다른 치유 방법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한다. 오랫동안 잡지 기자로 일했던 작가가 인터뷰를 바탕으로 쓴 이 책은 치유 과정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과 성찰, 그리고 희망을 나누어준다.

 

여성들의 진솔한 이야기

이 책을 쓴 안미영 작가는 전작인 <회사 그만두고 어떻게 보내셨어요?>에서 열 명의 여성을 인터뷰하며 ‘여성들의 퇴사 이후 시간’을 다룬 바 있다. 이번에는 ‘개인의 상처와 치유의 시간’을 다루고 있다. 누구나 마음 한편에 아픈 부분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런데 그 아픔을 살피고 치유하며 살아가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상처를 살피는 일 또한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 등장한 여성들은 용기를 내어 아픔과 마주했고, 마음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 이들이다.

열 명의 인터뷰이들이 겪은 어려움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여성의 아픔과도 맞닿아있다. 믿었던 남자친구의 배신 때문에 우울에 시달린 이도 있고, 육아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상담을 받기 시작한 인물도 있으며, 가부장적인 가족 분위기로 인한 상처를 간직한 이도 있다. 또 실직의 충격이나 진로에 대한 고민 등 사회생활을 하며 맞닥뜨리게 되는 문제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 그리고 아무런 이유 없는 공허함에 시달린 이도 있다. 오랫동안 숙제 같았던 엄마와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한 이야기나, 평생 애증의 관계로 살았던 엄마와의 관계를 돌아보고 상처를 치유한 이야기는 특히 많은 여성이 공감할 만하다.

 

나를 알아가고 마음을 치유하는 다양한 방법들

‘오라소마’라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아직 한국에서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미술 치유나 심리상담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이 특별한 컬러테라피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에니어그램’은 어떤가? ‘사이코드라마’나 ‘파이브리듬’은? 혹은 ‘여성주의 타로’가 있다는 사실은?

이 책에는 미술치유나 비폭력 대화처럼 이미 잘 알려진 분야도 등장하고, 많은 이들에게 아직 생소한 분야도 등장한다. 열 가지 방법들 중에는 ‘나를 알아가는 방법’도 있고, ‘치유를 위한 작업’도 있다. 마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음공부를 시작한 이들은 자신과 잘 맞는 치유 방법을 만난 뒤 보다 단단하고 의연해진 존재로 성장한다. 치유 방법도, 치유 과정에서 얻은 메시지도 다르지만 그들은 조금 더 깊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보다 자유로운 마음 상태로 살아가게 된다. 이 책은 치유법을 가이드하는 대신, 인터뷰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저자의 경험과 생각을 전하는 잔잔한 에세이다.

 

저자는 프롤로그의 마지막에 이렇게 말한다.

“우리 모두가 마음에 대한 안부를 물으며, 자기만의 든든한 치유법 하나 정도는 가지고 살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 햇살이 내리쬐다가도 갑작스레 궂은 날씨가 찾아오는 우리의 인생길을 보다 의연하게 걸어나갈 수 있도록 말이다.”

마음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정답이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면, 마음 치유의 출발은 우선 자신의 마음을 공들여 들여다보는 것일 테다. 스스로 자기 마음의 안부를 묻고 마음을 살피는 과정을 거치며 자기만의 치유 방법을 적용할 수 있다면, 어느 날 다시 힘든 일이 닥쳐도 예전보다 탄탄해진 마음근육으로 의연하게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