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초 선댄스 영화제에서 처음 상영된 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소개된 호주 영화 <나의 마더>(I Am Mother)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예상과는 달리 인류 멸망 후를 배경으로 하는 아포칼립스 SF 영화다. 하지만 미래 사회를 묘사한 그래픽 효과를 최소화하고 대신 인류 또는 인간성이라는 심오한 메시지를 담으려 한 영화다.

영화의 전반부에는 단 두 캐릭터만이 등장한다. 미래의 어느 시점에 AI Mother가 깨어나 어두운 벙커 시설의 정교한 장치에 보관된 배아를 꺼내 인간 딸 아이를 낳고, 그를 기르고 가르치기 시작한다. 둘은 이름도 없이 서로 ‘Mother’, ‘Daughter’ 라고 부른다. AI Mother는 사람을 빼어 닮은 안드로이드의 모습이 아니라 구식의 깡통 로봇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Boston Dynamics’ Atlas의 실제 로봇 디자인을 따왔다) 머리에 있는 불빛의 움직임으로 그가 동작 중임을 알 수 있다. 정교하지 않은 로봇 형태를 등장시킨 데에 대해 감독은 제작비 문제도 있지만 AI에게 로봇은 단지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싶은 감독의 의중을 알 수 있다.

영화 <I Am Mother> 예고편

AI Mother의 따뜻한 보살핌 속에 Daughter는 점점 완벽한 성인으로 성장하고 둘은 모녀 관계 이상의 신뢰를 형성하지만, 외부에서 들어온 쥐가 시설의 정전을 야기하면서 AI Mother와 Daughter 간에는 미세한 갈등이 처음으로 자리를 잡는다. Daughter는 생각이 많아지고 AI Mother의 완결성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단순하고 편안한 이야기 구조는 또 다른 인간(Woman)이 등장하며 복잡한 삼각관계의 심리학이 된다.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여러 차례 반전을 거치면서 파국을 향해 나아간다. 아이는 관객의 입장이 되어 AI를 대표하는 Mother와 인간을 대표하는 Woman 중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고 누가 위선인지를 판단해야 하고, 둘은 아이의 마음과 신뢰를 얻기 위해 경쟁한다.

AI Mother 분장과 관련한 비하인드 영상

이 영화는 Woman 역을 맡은 힐러리 스왱크(Hilary Swank) 외에는 대부분 신인이 제작하여 화제다. 그는 <Boys Don’t Cry>(1999), <Million Dollars Baby>(2004)로 아카데미를 2회 수상한 베테랑 배우지만, 아이 역의 덴마크 배우 클라라 러가드(Clara Rugaard)는 미국에 진출한 후 첫 영화 데뷔작이고, 그랜트 스푸토르(Grant Sputore) 감독 역시 단편 제작을 마감하고 첫 장편영화로 데뷔한 작품이다. 뉴욕 포스트는 “영화는 너무 빨리 가진 패를 보여주었지만 끝까지 호기심과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면서 러가드와 스푸토르는 스타가 될 것이라며 이들에 대한 높은 평가를 내렸다.

스푸토르 감독과 배우 스왱크, 러가드의 인터뷰 영상

이 영화가 넷플릭스에 올라온 지 이제 일주일 남짓 지났지만 벌써 세계적으로 많은 기사와 블로그들이 이 영화를 다루고 있고, SNS에서도 뜨거운 반응이다. 한 보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선댄스 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접한 후 판권을 확보했다고 전하는데, 마지막 장면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분명한 강점을 가진 매력적인 영화임은 틀림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