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나이키 코리아가 공개한 <너라는 위대함을 믿어> 캠페인은 얼마 지나지 않아 1000만 조회수를 넘어섰다. 영상에는 가수 엠버와 청하, 예능인 박나래, 골프선수 박성현, 축구선수 지소연이 등장한다. ‘내 몸은 나의 것’이라는 문구와 함께 영상 속 여성들은 욕망껏 몸을 움직이고 펼친다. 광고를 둘러싼 다양한 관점과 함의가 있지만, 어찌 됐든 이 광고는 많은 네티즌의 지지를 받았다.

나이키 코리아 <너라는 위대함을 믿어> 캠페인

여성의 몸은 성적 대상이 아닌 그저 신체다. 이런 관점에서 작가 스스로 자신의 몸에 관해 솔직하게 기록한 에세이가 있다. 작가 록산 게이의 자서전 <헝거>, 유수하고 유쾌한 드립으로 여자 축구 세계를 기록한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성과 섹스에 관한 도발적인 담론 <이기적 섹스>를 소개하고자 한다.

 

록산 게이 <헝거: 몸과 허기에 관한 고백>

아이티계 미국인 록산 게이는 <나쁜 페미니스트>(2016)로 전 세계 독자들을 매료시킨 작가다. <헝거>는 그의 첫 고백록이다. 2017년 미국에서 출간된 후 바로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한국에서는 2018년에 독자들을 만났다. 이 책은 록산 게이가 거구인 자신의 몸을 둘러싼 타인의 시선, 뚱뚱한 몸에 대해 스스로가 느낀 감정을 예리하게 기록하고 있다. <헝거>에서 록산 게이의 몸은 지극히 사적이면서도 정치적인 투쟁이 일어나는 장소다. 무엇 하나 허투루 넘길 수 없는 88개의 챕터로 이루어졌다.

고백하는 몸

록산 게이, 출처 - <뉴욕타임즈>(photo: Jay Grabiec)

190센티미터에 200킬로그램을 넘나드는 몸. 어린 시절 또래 남자아이들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하고 난 뒤 록산 게이는 고통을 마비시키기 위해 먹고 또 먹는다. 10년도 되지 않아 그는 병적인 비만이 되었고, 자신의 몸이 불러일으키는 혐오와 멸시를 직면했다.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고 공부했던 20대 시절, 록산 게이는 여느 학생처럼 좋은 성적을 받았고 글을 썼으며 열심히 일하고 연애도 했다. 하지만 몸이 촉발한 고통은 여전했다. 록산 게이는 오직 자신만을 위해 몸이라는 감옥을 무너뜨려야만 했다고 고백한다. 그는 자신의 몸과 그 몸으로 살아온 인생, 몸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되레 글로 지독하게 눌러 담는다.

여성의 몸을 끊임없이 통제하려 하는 문화 안에서 여성으로 성장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며 내 몸이나 내 몸이 어떻게 보여야 한다는 것에 대한 비합리적인 기준에 저항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믿는다.
- <헝거> 36페이지 중에서

 

김혼비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꾸준히 다양한 주제로 잡다한 글을 쓰던 신인 작가 김혼비. 그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써 보기로 결심한다. 바로 축구다.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는 작가가 오랜 시간 축구를 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담았다. 그가 축구팀에서 만난 동료들은 친구 손에 이끌려, 혹은 혼자서 어쩌다, 축구 규칙도 제대로 모른 채 공을 차다가 축구 세계에 푹 빠진 여자들이었다. 김혼비는 이 책을 통해 “넓은 운동장 곳곳에 더 많은 여자들 이야기가 새겨지기”를 희망한다. 작가의 개성 넘치고 익살스러운 필력에 빠진다면 후루룩 이야기를 읽으며 미소 짓는 저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축구 하는 몸

김혼비, 출처 - 채널예스(photo: 출판사 제공)

김혼비는 호나우두가 스텝오버하는 황홀한 몸짓에 빠지고, 자신의 몸으로 직접 필드를 뛰어 보기로 결심한다. 축구를 시작하니 여자 축구 세계에는 저마다 사연을 가진 개인들이 있었다. 아들을 축구 교실에 데려다주다 감독 손에 이끌려 성인 여자 축구팀에 들어간 언니, 하체 살을 빼기 위해 축구를 배우게 된 친구, 전국 대회 개회식 날 머릿수를 채우기 위해 동원된 사람까지 어쩌다 팀으로 모인 이들은 10년째 아마추어 리그에서 공 하나에 울고 웃고 싸우는 축구 선수가 되었다. 팀원들과 축구 연습하고 경기를 뛰면서 작가는 ‘편한 머리’ ‘강한 몸’ ‘알배긴 종아리’를 갖게 된다.

 

은하선 <이기적 섹스>

은하선은 “자타공인 섹스토이 덕후, 파트너 섹스만을 성 경험만으로 인정하는 건 후지다”고 생각하는 페미니스트 작가다. 과거 섹스숍 아르바이트를 했다. 다양한 섹스토이에 관한 리뷰를 블로그에 연재하기도 했다. 현재 여성과 퀴어를 위한 섹스 토이샵 ‘은하선토이즈’를 운영한다. <이기적 섹스>는 작가의 곡절 많았던 섹스‘들’에 관한 이야기다.

욕망하는 몸

은하선, 출처 - <은하선 1st EP 나도 모르는 나 제작> 텀블벅 홈페이지

가부장 사회에서 여성의 몸은 으레 곡해의 대상이 된다. 여성이 자신의 몸과 욕망을 알아가기도 전에 사회는 여성의 몸을 특정한 의미로 결정짓거나 원치 않는 섹슈얼리티를 부여한다. 하지만 은하선은 여성의 몸을 둘러싼 금기, 강요, 무지를 거부하고 자신의 성적 욕망을 충실히 들여다본다.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해주기보다 자신이 원하는 섹스를 탐구해 나간다.

여자들의 욕망은 이렇게 반짝이고 있었다. 다만 욕망을 내보이지 않을 것을 강요당하며 살아왔을 뿐이다. 손에 딜도와 바이브레이터를 쥔 여자들은 남자에게서 조금 자유로워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분명 세상은 변화하고 있고 여자들도 달라지고 있다.
- <이기적 섹스> 269페이지 중에서

 

메인 이미지 나이키 코리아 <너라는 위대함을 믿어> 캠페인 ‘지소연’ 스틸컷

 

Writer

망원동에서 사온 김치만두, 아래서 올려다본 나무, 깔깔대는 웃음, 속으로 삼키는 울음, 야한 농담, 신기방기 일화, 사람 냄새 나는 영화, 땀내 나는 연극, 종이 아깝지 않은 책, 흥얼거릴 수 있는 노래를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