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가 탄생한 지 얼마 안 된 2008년, 한 영상과 함께 괴담이 떠돌았다. 국내에서는 ‘악마의 유튜브’ 같은 이름으로 알려졌던 이 영상의 이름은 <username:666>이었다. 유튜브에 ‘666’이라는 해지된 계정명을 검색해 새로 고침을 반복하면, 페이지 화면이 점차 시뻘겋고, 그로테스크하게 바뀌다가 페이지를 닫을 수도, 컴퓨터를 종료할 수도 없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4분도 안 되는 이 짧은 영상은 당시 인터넷을 발칵 뒤집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유튜브가 악마에 홀린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 기괴한 영상은 대체 어디에서 나타난 걸까?

<username:666>(2008)

영상을 올린 채널의 이름은 ‘nana825763’. ‘피로피토(PiroPito)’라고 불리는 평범한 일본인이다. 다만 유튜브에 호러 영상들을 만들어서 올릴 뿐. 심지어 <username:666>은 피로피토의 첫 번째 영상도 아니었다. 2007년, <username:666>과 유사하게 니코니코 동화에 666을 검색하고 새로 고침을 하면 화면이 바뀌는, ‘니코니코 저주의 동영상’ <sm666>이 피로피토 호러 영상의 시초였다. 이 영상이 니코동 내에서 주목받은 이후 피로피토는 무대를 유튜브로 옮겨와 <username:666>을 만들었고 많은 주목을 받았다.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콘셉트와 기괴한 이미지를 더욱더 심화한 <Another Youtube> 등의 후속편들을 만들기도 했다.

<Another Youtube>(2010)

피토피토의 호러 영상은 유튜브와 인터넷 환경을 소재로 했다는 것 외에 다른 공통 특징도 있다. 새빨갛고 새까만 강렬한 색감, 생리적인 혐오감이 드는 빽빽한 작은 구멍들, 그렇게 종합된 이미지를 한 번 더 뒤트는 글리치 효과, 드론과 노이즈를 오가는 알 수 없는 소리. 이렇게 기괴한 색과 모양, 소리 등이 모인 피로피토의 호러 감각은 ‘점프 스케어’* 같은 직설적인 효과 없이 오직 이미지와 분위기만으로도 불쾌함과 공포를 일으킨다. 피로피토는 이후 단순히 인터넷을 넘어 미니어처나 일본 인형 등을 이용해 그만의 그로테스크한 호러를 더욱더 폭넓게 활용하기 시작한다.

* 점프 스케어(jump scare) : 영화나 게임 등에서 갑작스레 관객을 놀라게 하는 연출

 

<doll>이나 <cooking idol> 같이 인형을 이용한 초창기의 짧은 영상 중에서도 유난히 긴 영상이 2009년에 업로드한 <Exploring ruins>였다. 제목처럼 폐허를 탐사하는 이 영상에서 피로피토는 낯선 폐허를 소재로 사용했고, 그로테스크한 기법이 그렇게 많지 않더라도 음침한 분위기와 기이한 소품들, 새빨간 조명 효과만으로도 조용하게 특유의 호러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시간이 더 흐른 뒤 피로피토는 이렇게 공간 전체를 이용하는 방식을 더 깊게 파고들기도, 특유의 스타일을 변주하며 좀 더 다른 호러 영상들을 만들기도 했다.

<Exploring ruins>(2009)

이후 피로피토는 <cooking idol>에서 보여줬던 괴기스러운 일본 인형 TV쇼 콘셉트를 <pokopoko shopping>에서 더 업그레이드했다. 분홍빛 배경과 귀여운(?) 캐릭터들로 나름 괜찮았던 분위기가 조금씩 피로피토의 시뻘건 세계로 물들어가며 점차 바뀌는 모습은 어떻게 보면 <username:666>과 닮기도 했다. 이렇게 귀여운 세계를 천천히 끔찍하게 바꿔가는 접근을 <POKOPOKOPIKOTAN>에서 다시 한 번 시도했으며, 귀여움과 기괴함 사이에서 이상한 중심을 잡은 피로피토는 개미 관찰 일지를 담은 개인 브이로그에서도 이전의 일본 인형을 종종 등장시키며 어디에도 없을 묘한 호러-일상-브이로그 시리즈를 만들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인터넷 소재의 영상들에서 선보였던 여러 글리치한 효과들에 호러 요소를 더한 <Mr. East Loves Mom>이나 <∎∎∎∎∎∎∎∎∎∎∎∎∎>처럼 디지털 세계로 구성한 뒤틀리고 뭉개진 이미지에 고유한 그로테스크함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자기만의 탐구를 이어갔다.

<∎∎∎∎∎∎∎∎∎∎∎∎∎>(2015)

피로피토의 호러 세계는 한 때 유행했던 <슬렌더 맨>이나 <Five Nights at Freddy's> 등의 공포 게임이나 크리피파스타(creepypasta) 류의 유튜브 호러 영상들과는 다르게 역겹고 불쾌한 것들, 어떻게 보자면 아브젝트(abject) 혹은 비체(非體)에서 형성되는 기본적인 혐오감을 공포 장르의 방식으로써 풀어냈다고 볼 수 있다. 단순히 기이하고 불쾌하다고만 보기에는, 피로피토의 언캐니하고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들에는 분명 끔찍하게 느껴지면서도 호기심이 생기는 묘한 지점이 있다. 생각해보면 숭숭 박힌 구멍들과 디지털적으로 뒤틀린 형상, 피와 내장이 연상되는 시뻘건 색깔과 언뜻언뜻 나타나는 카와이(?)와의 불일치까지 모두 불쾌감과 공포를 불러일으키지만, (적어도 호러 팬의 관점에선) 반작용처럼 저 낯선 형체들이 대체 무엇일지 궁금증이 일기도 한다.

<My house walk-through>는 피로피토만의 기괴하고 매혹적인 공포의 매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작품이다. <Exploring ruins>의 폐허 탐사와 <POKOPOKOPIKOTAN>의 점진적인 변화, <cooking idol>의 기이한 일본 인형과 <∎∎∎∎∎∎∎∎∎∎∎∎∎>의 뒤틀린 이미지까지 다양한 요소들을 모두 더했다.

<My house walk-through>(2016)

이 작품은 아쉽게 발매 취소된 <사일런트 힐즈>의 예고편으로 동시대 공포 게임 연출에 큰 영향을 미친 <P.T.>의 독보적인 루프-호러 분위기를, 피로피토 스타일로 가져온 것이자 훨씬 더 괴이하게 증폭시킨 것이다. 처음 영상을 보는 사람들에게는 유튜브에서 겪을 수 있는 가장 끔찍한 공포 체험을 안겨주고, 호러 팬들에게는 수많은 소품의 디테일과 연출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로 감탄을 뽑아낼 이 영상은 피로피토가 얼마나 압도적으로 ‘낯선 것’들에 대한 가장 근원적인 공포를 이끌어내는지 12분 동안 빠짐없이 보여준다. 이 이후로도 또 시간이 지났고, 피로피토는 또 다른 영상을 작업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도 일본 어디에선가, 자신만의 신선한 호러 지옥을 만드느라 고군분투 중일 것이다.

<MakinG of My house walk-through>(2017)

 

메인이미지 USERNAME666 소개 영상 썸네일, 출처Luigkid Gaming

 

Writer

어설픈 잡덕으로 살고 있으며, 덕심이 끓어 넘치면 글을 쓴다. 동시대의 대중 음악/한국 문학을 중심으로 애니메이션, 인디 게임, 인터넷 문화, 장르물 등이 본진(중 일부). 웹진 weiv에서 대중 음악과 비평에 대해 쓰고 있고, 좀 더 재미있고 의미 있게 창작/비평하고자 비효율적으로 공부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