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봄의 끝자락이다. 기분을 몽글하게 해주는 편안한 포크 팝부터 잠 못 드는 밤을 위한 짙은 사운드까지. 당신의 플레이리스트를 좀 더 풍성하게 해줄 국내 신보를 꼽았다.

 

혹시몰라 <영종도>
(2018.05.04)


이강국과 전영국의 어쿠스틱 듀오 ‘혹시몰라’의 음악은 차분하지만 선명하다. 이들은 어쿠스틱 기타를 바탕으로 평범한 일상에서 느껴지는 디테일한 감정들을 때로는 위트 있게, 때로는 서정적으로 풀어내는 포크 팝을 들려준다. 원래 공연 기획자로 출발한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2011년. 2012년 본격적으로 팀을 결성하고 본인들의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후 대전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공연을 하며 서정적인 무드의 음악과 위트 넘치는 입담으로 팬층을 쌓아가던 이들은 2014년에 첫 번째 싱글 <It’s Okay>를, 2016년 붕가붕가레코드와 계약하며 두 번째 싱글 <왈칵>을 내놓았다. <영종도>는 정규 1집 발매에 한 달 앞서 공개하는 싱글로, 혹시몰라 특유의 꾸밈없는 가사와 목가적인 화음이 돋보이는 곡. 술탄 오브 더 디스코, 눈뜨고코베인, 파라솔 등 붕가붕가레코드 소속 뮤지션 대부분의 뮤직비디오를 감독해온 이주호가 연출을 맡아 단촐하지만 하염없이 빠져드는 영상을 완성했다. 결성 6년 만에 이윽고 선보이는 이들의 첫 정규앨범을 기대하며 즐겁게 들어보자.

혹시몰라 ‘영종도’ MV

 

 

Gleam <Texture>
(2018.05.08)


프로듀서 글림(Gleam)이 싱글 <Texture>를 발매했다. 그는 이 앨범을 소개하며 자신의 질감(texture)을 담았다고 썼다. 앨범에는 스텔라 장의 목소리가 얹힌 ‘home’과 YEIN이 노래한 ‘sailor's song’ 단 두 곡이 수록되었고, 우리는 이 노래들로 우주를 떠다니는 기분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드라마틱한 전개가 없어도 노래란 얼마나 사람을 들뜨게 하는지 새삼 느끼게 하는 앨범.

Gleam ‘home’

 

 

Offing <Mushroom Wave>
(2018.05.13)


아이패드 앱으로 장난삼아 ‘어제 먹은 치킨이 맛있었다’, ‘대학교 장기자랑을 위한 비트’ 같은 일상적인 주제로 만든 짤막한 후크송 유형의 음악이 오핑(Offing)의 시작이었다. 2016년부터 본인의 사운드 클라우드 계정에 자작곡들을 올리기 시작한 그는 이듬해인 2017년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의 서브 레이블이자 뮤지션 소수빈과 바이바이배드맨 등이 속해있는 ‘피치스 레이블’의 러브콜을 받으며 첫 싱글 <Birthday Harlem>으로 데뷔하게 되었다. 듣는 순간 귀에 콕 박히는 직관적인 멜로디, 힘을 뺀 듯 무심하게 내뱉는 보컬의 합은 오핑 음악의 가장 큰 매력이다. 노랫말은 일상에서 피어나는 나태, 무기력감과 같은 감정을 이야기하지만 섣불리 위로를 건네지 않는 태도 또한 미더운 지점이다. <Mushroom Wave>는 일정한 주기로 꾸준히 싱글 단위의 음반을 발표해온 오핑이 5개월 만에 선보이는 새로운 신보. 굳이 의미를 부여하려 들지 않는 담백한 노랫말, 산뜻하고 통통 튀면서도 결코 뻔하지 않은 감상을 남기는 오핑의 음악을 죽 반가운 마음으로 지켜보자.

Offing ‘Mushroom Wave’ MV

 

 

모트 <깊은 잠>
(2018.05.17)


지난해 처음 활동을 시작한 싱어송라이터 모트(Motte)가 새로운 싱글 <깊은 잠>을 공개했다. 모트는 꿈과 현실의 경계가 유독 모호했던 날을 떠올리며 이 노래를 만들었다. 노래의 시작부터 바로 치고 들어오는 모트의 목소리는 노래의 몰입도를 높인다. 속도감 있게 쪼개지는 박자와 나른하고 몽환적인 모트의 보컬, 이 불균형이 곡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모트 ‘깊은 잠’ 리릭 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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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영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