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는 왜 자꾸 사람을 끌어당길까? 1981년 MTV가 개국하며 비디오 뮤지션이 등장한 시대, 마이클 잭슨과 마돈나, 듀란듀란이 센세이션을 일으킨 시대,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 로버트 저메키스의 <백 투더 퓨쳐>가 공개된 시대라서?
그때를 살지 못한 2018년의 젊은이들에게 80년대는 은밀한 흥분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이 되었다. 뉴욕타임스 역시 이 현상에 주목했고, 젊은 세대가 80년대를 선망하는 이유는 희망적인 미래를 기대할 수 없는 현실 때문이라 분석하기도 했다.

80년대 유행했던 스타일을 살린 브랜드 UNIF의 옷 via ‘Brit+co


80년대를 동경한 젊은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로망을 이룬다. 그 시절 유행한 스타일로 옷을 입거나 일부러 세련되지 않은 음악을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가장 지금의 것’과 ‘80년대의 것’을 섞어본다. 제 맘대로 자유롭게, 2018 키드의 방식으로. 결과물은 생각보다 흥미로워 볼 만하며, 신선한 기분을 선사한다. 최신 케이팝을 80년대 스타일로 리믹스한 음악을 소개한다.

 

 

유튜버 JANNY의 믹스

중국계 미국인인 JANNY는 케이팝을 활용한 콘텐츠로 이미 유명한 유튜버. 그는 유명한 케이팝을 영어 가사로 바꿔 부르거나 재미있게 리믹스한다. 한국어를 모르는 JANNY가 만든 콘텐츠들은 언어와 상관없이 오로지 ‘무드’만으로 사람을 매료한다. 음악도 음악이지만, 의도적으로 화질을 낮추고 MTV 로고를 박은 영상 역시 익숙한 듯 생경한 느낌을 준다.

레드벨벳 ‘피카부’ JANNY REMIX ver.
트와이스 ‘LIKEY’ JANNY REMIX ver.

JANNY가 리믹스를 위해 고른 곡들을 보자. 케이팝과 어울릴 노래를 찰떡같이 골라내는 데서 그의 센스를 엿볼 수 있다. 2017년 발매된 레드벨벳의 ‘빨간 맛’은 1983년 발매된 신디 로퍼의 ‘Girls Just Want To Have Fun’와 섞여 전혀 다른 분위기를 낸다.

레드벨벳 ‘빨간 맛’ JANNY REMIX ver.
신디 로퍼 ‘Girls Just Want To Have Fun’ MV

JANNY는 80년대 무드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80년대에 발매된 음악을 이용하지는 않는다. 케이팝과 케이팝을 믹스하거나 젊은 밴드의 음악을 활용하여 근사한 콘텐츠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엑소의 ‘MONSTER’를 2009년 데뷔한 캐나다 밴드 일렉트릭 유스(Electric Youth)의 곡과 리믹스하거나, 트와이스의 ‘LIKEY’를 국내 아이돌 그룹 베스티의 곡 ‘연애의 조건’과 리믹스하는 식.

엑소 ‘MONSTER’ JANNY REMIX ver.
일렉트릭 유스 ‘Right Back To You’

 

 

케이팝 감성 리믹스

누가 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는 게 리믹스의 매력. 서울에서 활동하는 유튜버 dani는 나른한 감성을 풍기는 리믹스를 선보였다. 가수 얼굴에 80년대 헤어스타일을 합성한 커버 이미지도 유쾌하다.

트와이스 ‘SIGNAL’ dani REMIX ver.
레드벨벳 ‘Bad Boy’ dani REMIX ver.

유튜버 S U N G M I N이 리믹스한 트와이스의 ‘Heart Shaker’는 잊고 있던 오래된 감정을 건드린다. 영상 아래에 ‘Why did I cry though? (나 왜 울어?)’라는 댓글이 달릴 만큼.

트와이스 ‘Heart Shaker’ S U N G M I N REMIX ver.

네덜란드 유튜버 iPARTYNAUSEOUS는 영국 그룹 더 새터데이스(The Saturdays)의 곡 ‘Disco Love’로 현아의 ‘Lip & Hip’에 새로운 분위기를 입혔다. 현아의 뮤직비디오 속 부푼 헤어스타일과 컬러풀한 메이크업, 머리띠나 금귀고리 등은 80년대 버전 리믹스와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린다.

현아 ‘Lip & Hip’ iPARTYNAUSEOUS REMIX ver.


마지막으로 시대를 더 거슬러 올라가 보자. 유튜버 poli poli는 레드벨벳의 ‘빨간 맛’을 잭슨 파이브(The Jackson 5)의 노래와 리믹스해 70년대 모타운 스타일로 탄생시켰다.

레드벨벳 ‘빨간 맛’ poli poli REMIX ver.

 

메인 이미지 트와이스 ‘Heart Shaker’ S U N G M I N REMIX 아트워크

 

Editor

김유영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