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스 킨스키

클라우스 킨스키는 독일과 폴란드 국경 근처 도시에서 태어났다. 폴란드인 아버지를 둔 그는 매우 궁핍한 유년시절을 보냈으며 공공보육원에서 주로 자랐다. 그 후 구두닦이, 시체 운반 등의 일을 했고, 금고를 털기도 했으며 선생님을 폭행하기도 하였다. 영화 일을 시작하고는 무려 135편의 작품에 출연하였다.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의 페르소나로 불리며 그와 <아귀레, 신의 분노> <위대한 피츠카랄도> <노스페라투> 등을 찍었다. 자녀는 세 명을 두었으며 그중 한 명인 나스타샤 킨스키는 영화배우로 이름을 떨치기도 했다.

나스타샤 킨스키, 영화 <테스> 속 모습

‘이 배우와는 아무도 제대로 된 영화를 찍을 수 없다’는 악명을 떨쳤던 클라우스 킨스키. 그는 베르너 헤어조크와 함께할 때 배우로서의 정점을 보여주었다. 그토록 서로 미워하고 분노하면서도 이상한 상호 존경의 태도를 유지했던 두 사람의 관계는 카메라 렌즈 속으로 녹아들어가 영화와 현실의 경계를 무디게 하였다. 헤어조크 감독은 다루기 어려운 이 배우와 작업할 때 ‘짐승을 다루는 기분’이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킨스키가 세상을 떠난 뒤 헤어조크 감독은 그와 나눈 우정을 추억하면서 다큐멘터리 <나의 친애하는 적>(1999)을 만들어 선사했다.
그의 사후에 큰딸이었던 폴라 킨스키의 폭로로 그가 친딸을 성폭행하였음이 밝혀졌다. 사람들은 영화에서의 광기가 연기가 아니었다고 짐작하게 되었다. 그가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과 함께한 광기 가득한 작품들을 살펴보자.

 

<아귀레, 신의 분노>(1972)

<아귀레, 신의 분노> 스틸컷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 남아메리카의 황금 땅 엘도라도를 찾아 떠나는 스페인의 정복자 피사로의 선발대 집단의 우두머리 로페 데 아귀레(Loppe De Aguirre)에 대한 이야기이다. 조셉 콘라드의 1902년 소설 <암흑의 침묵> 내용과 매우 유사하다. 아귀레는 실존 인물이며 헤어조크 감독은 이 영화를 선발대의 유일한 생존자인 가스파르 드 카바잘 신부의 일기를 기초로 하여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덧붙여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의 영화 <지옥의 묵시록>은 이 영화에서 모티프를 얻었으며, 배경은 월남전이었다.

<아귀레, 신의 분노> 스틸컷

영화는 실제로 아마존에서 찍었다. 촬영 환경을 견디지 못한 킨스키가 중간에 영화를 그만두자고 하자, 헤어조크 감독은 킨스키에게 총을 겨누면서 제대로 촬영에 임하지 않으면 킨스키를 죽이고 자신도 죽겠다고 협박했다. 헤어조크 감독은 후에 이 일화는 사실이 아니라며 부정했다. 하지만 일행 중에 총을 가진 사람은 자신뿐이었다는 얘기를 조심스레 덧붙였다. 헤어조크 본인의 다큐멘터리 <나의 친애하는 적>을 보면 실제 사건은 다음과 같다. 클라우스 킨스키가 광분하며 촬영장을 떠나려 보트를 타자, 헤어조크는 “내 텐트에 권총이 하나 있는데, 당신이 여길 떠나면 난 그걸 당신을 향해 쏠 것이고 마지막 남은 한 발로 내 머릴 쏠 것이오”라고 했다. 이에 킨스키는 겁을 먹고 연기를 계속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전설이 되었다.

영화에서 정복자들의 끔찍한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 하나, 원주민에게 성경을 소개하는 정복자 일행은 그들에게 성경 속에 하나님 말씀이 담겨있다고 말한다. 그 말에 원주민은 성경을 귀에 갖다 대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고 한다. 이에 신부를 포함한 정복자들이 원주민을 창으로 찔러 죽이면서 이 미개인들은 개종하기 힘들겠다고 말하는 신은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위대한 피츠카랄도>(1982)

<위대한 피츠카랄도> 포스터

이 영화는 이탈리아의 유명한 테너 가수인 카루소가 나오는 오페라를 보고 감동받은 주인공 ‘피츠카랄도’가 아마존의 밀림에 오페라하우스를 세우겠다는 황당한 목표를 세운 뒤 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열정을 쏟아붓는다는 내용이다. 주인공 피츠카랄도가 오페라 공연을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정글의 고무나무를 수확해 팔려고 증기선 한 척을 타고 아마존의 밀림 속으로 모험을 떠나면서 여러 가지 일이 벌어진다. 피츠카랄도라는 인물은 19세기 실존 인물인 카를로스 피츠카랄도에서 따왔다. 그는 19세기에 페루의 이키토스에 살았는데 30톤짜리 증기선을 타고 아마존 정글 속 고무나무를 수확해 팔아서 부자가 되려는 꿈을 꾼 사람이다.

<위대한 피츠카랄도> 스틸컷

감독은 잭 니콜슨, 믹 재거, 제이슨 로바즈등 많은 배우들에게 피츠카랄도 역을 제안하였으나 거절 혹은 사고로 모두 불발되고 클라우스 킨스키에게로 역할이 돌아갔다.
촬영은 에콰도르와 페루의 깊은 정글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모기부터 산사태까지 그에 따르는 모든 도전에 직면했다. 위험한 급류에서 뗏목을 타고 탐사하는 장면을 찍을 때는 헤어조크와 제작진이 직접 급류 속에 뛰어들었다. 증기선을 산 위로 옮기는 가장 유명한 장면에서는 실제로 그 일을 행동으로 옮겨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사실성으로 그 과정을 담아냈다.

배로 산을 넘는 신

1980년대 영화이기 때문에 CG 기술이 없어서 배로 산을 넘는 신을 찍기 위해 수백 명의 엑스트라를 동원해 대규모 공사를 벌였다. 나무를 베고 숲을 뚫고 나무 철도를 즉석에서 만들고 도르래를 이용해 증기선을 산으로 올린 것이다. 영화 제작 기간은 총 4년이 걸렸고, 헤어조크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1982년 칸 영화제에서 ‘최우수 감독상’을 받았다.

 

<노스페라투>(1979)

<노스페라투> 포스터

드라큘라 백작의 고향인 루마니아에서는 뱀파이어를 ‘노스페라투’라고 부른다. 독일 감독 프리드리히 무르나우의 표현주의 걸작인 <노스피라투>(1922)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초창기 아름다운 이자벨 아자니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영화에서 감독은 1922년 작과는 달리 드라큘라의 고독함과 영원한 삶에 대한 비애를 다루었다.

<노스페라투> 스틸컷

또한 흡혈귀를 소멸시켜 마을을 구해내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여자의 헌신과 투쟁에 좀 더 포커스를 맟추기도 했다. 원작에서는 드라큘라가 불길 속에 사라지지만 헤어조크 감독의 작품에서는 시체가 사라지지 않고 심지어 ‘반 헬싱’ 박사에 의해 말뚝이 박히는 장면까지 나온다. 무르나우 감독의 작품에 대해 경의를 품고 있던 헤어조크는 원작을 찍었던 고성을 직접 찾아가서 이 작품을 찍었다고 한다.

<노스페라투>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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