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내전이 계속되고 있는 시리아는 현재 여행 금지국이자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나라로 분류되어 있다. 그러나 혼란으로 가득 찬 그곳에도 창작을 꿈꾸는 예술가는 있다. 시리아에서 나고 자란 감독 Waref Abu Quba는 꾸준히 시리아와 그 주변에서 영감을 얻어 단편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그러한 감독은 시리아의 잔혹한 현실만큼이나 마주치기 싫은 무서운 상황을 영화에 담았다.

 

<Self Imprisonment>

SFㅣ2014ㅣ4분ㅣ감독 Waref Abu Quba

금방이라도 번개가 칠 것 같은 스산한 밤, 낯선 곳에서 길을 잃은 남자는 우연히 집 한 채를 발견한다. 남자가 조심스레 노크하자 어딘가 묘한 모습의 주인이 나와 문을 열어 준다. 이곳에 머무를 수 있냐는 남자의 요청에 주인은 말없이 방 하나를 내어주지만, 이내 으스스한 분위기에 사로잡힌 남자는 불안한 듯 주변을 살핀다. 그러다 잠이 든 남자는 갑자기 밖에서 들리는 노크 소리에 잠에서 깬다. 그리고 곧, 믿을 수 없는 이상한 상황에 직면한다.

단편영화 <Self Imprisonment>

영화의 결말은 그 뒤를 상상해보면 더욱 섬뜩하다. ‘Self Imprisonment’ 즉, ‘자기 감금’이라는 표현은 어두컴컴한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시리아 사람들을, 또 그러한 상황 속에서 스스로 희망을 포기해버린 모두를 상징하는 것 같아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2012년경 시리아 남쪽에 위치한 요르단에 머물던 감독은 친구이자 영화 속 남자 역을 맡은 Beabars Appesh, 집 주인 역의 Mohamad Jabasini와 함께 제로베이스 예산으로 영화 제작을 시작했다. 그러나 일정상 촬영을 끝마치지 못하고 2014년 독일로 넘어간 후, 요르단에서 촬영한 몇몇 장면들을 가지고 수많은 편집과 시각효과를 더해 단편영화를 완성했다. 그러한 감독의 노고가 느껴지는 메이킹 영상과, 영화에 주로 쓰인 로토스코핑* 기법 영상도 감상해보자. 환한 낮에 촬영한 장면이 시각효과를 거쳐 단숨에 어두운 밤으로 바뀐다.

*로토스코핑- 실제 촬영한 영상을 본떠서 그린 그림으로 실사 같은 장면을 만들어내는 기법

 

프리랜스 영화 제작자이자 모션그래픽 디자이너인 Waref Abu Quba는 다마스쿠스 대학에서 그래픽 아트를 공부한 후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화를 넘나들며 꾸준히 개인 작업물을 선보이고 있다. 2014년 시리아 난민 지위를 얻은 감독은 현재 독일에서 거주하고 있다. 한편, 감독이 독일에서 완성한 또 다른 단편영상 <In Damascus>는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를 시각효과로 아름답게 담아내 많은 호응을 얻었다. 홈페이지에서 고향을 담아내는 예술가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Waref Abu Quba 홈페이지 www.warefabuquba.com

(이미지, 영상 출처- Youtube, ⓒWaref Abu Qub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