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강추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는 이번 겨울이다. 기상이변으로 북극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한반도까지 와닿게 되었고, 롱패딩이 유행하는 건 멋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됐다. 게다가 러시아, 북유럽, 심지어 남극보다도 서울이 더 춥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흘러 나왔다. 이 정도로 추우면 하다못해 오로라라도 볼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볼멘소리가 절로 튀어나온다.

실제로 오로라를 볼 수 없다고 하더라도, 우리에게는 한 가지 방법이 남아있다. 날씨에 따라 뒷마당에서도 오로라를 볼 수 있다고 하는 머나먼 작은 섬나라, 아이슬란드 뮤지션들의 음악을 들으며 잠시 우리도 그곳에 머무는 듯한 착각에 빠져보는 것. 어린 시절 비요크(Bjork), 시규어 로스(Sigur Rós) 등의 음악을 들으며 ‘도대체 아이슬란드는 어떤 곳이길래, 이런 음악이 나올 수 있는 것일까?’ 하고 동경했던 기억이 생생하건만, 어느새 아이슬란드는 한국에서도 꽤 인기 있는 여행지가 되었다. 그로 인해 과거의 신비감은 다소 덜해졌지만, 여전히 아이슬란드 뮤지션들의 음악에서는 얼음 조각들을 가득 머금고 있는 듯한 차갑고 낯선 공기가 느껴진다. 타박타박, 하얀 눈 위를 걸어가며, 형형색색의 빛깔들이 가득한 그들의 음악을 들어보자.

 

Sóley

솔레이(Sóley)는 아이슬란드의 벡(Beck)이라고 칭해지는 신드리 마 시구프손(Sindri Már Sigfússon)을 주축으로 2003년에 결성된 아이슬란드 대표적인 인디 포크 프로젝트 밴드, 씨베어(Seabear)에서 활동하던 뮤지션이다.

Seabear ‘i`ll build you a fire’ MV

씨베어는 아이슬란드 인디신에서 그룹 또는 솔로로 활동하는 일곱 명의 뛰어난 뮤지션들이 모여 만들어진 프로젝트팀이었던 만큼, 이 팀의 일원이었던 솔레이 역시도 10대 시절부터 이미 작곡과 피아노에 두각을 나타냈으며, 2011년 솔로 데뷔앨범 <We Sink>를 발매한 이래 현재까지도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Sóley ‘Dreamers’ MV

전작들보다 다소 짙고 어두워진 색채의 음악들이 담긴 <Ask the Deep>(2015) 앨범의 수록곡 ‘Dreamers’는 아이슬란드의 다른 어떤 뮤지션의 뮤직비디오보다도 오로라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환상적인 밤풍경을 고스란히 느끼게 한다.

 

Pascal Pinon

파스칼 피넌(Pascal Pinon)은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Reykjavik) 출신의 쌍둥이 자매인 아우스틸두르(Ásthildur)와 요우프리두르(Jófríður)가 결성한 어쿠스틱 듀오다. 세계적인 규모의 활동을 보이는 선배 뮤지션들이 많은 나라라서 그런지, 유독 일찍부터 음악 활동을 하는 팀이 많은 아이슬란드답게, 파스칼 피넌 역시도 불과 13세의 나이부터 곡을 쓰기 시작하였으며, 14세의 나이에 동명의 셀프타이틀 데뷔작을 발표하여, 그 해 아이슬란드 뮤직어워드에서 ‘올해의 신인’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독특한 팀명은 20세기 초에 실존하였던 ‘Pasqual Pinon’이라는 머리가 두 개였던 서커스 퍼포먼서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Pascal Pinon ‘Bloom’ MV

포크/어쿠스틱 형태에 충실했던 데뷔작과 달리 두 번째 정규앨범 <Twosomeness>(2013)는 다양한 사운드 이펙트 사용이 눈에 띈다. 수록곡 ‘Bloom’의 뮤직비디오에서 아직도 앳된 느낌의 멤버들 얼굴과는 달리, 노래 제목과 같이 만개하는 분홍빛으로 가득한 화면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목소리들이 겹겹이 쌓인 음악의 완성도는 무척이나 비범하게 느껴진다. 동시에 누드포크(Nude Folk), 뉴로맨티시즘(New Romanticism)이라는 장르로 설명되는 이들의 음악은 심플하고 따스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멜랑꼴리한 낭만성이 느껴진다.

 

Ásgeir

아우스게일(Ásgeir)은 2012년 데뷔한 남성 솔로 뮤지션으로 아이슬란드 뮤지션들 중에 가장 빠르게, 가장 많은 데뷔작을 판매하며 등장한 무서운 신예였다. 총인구가 33만인 작은 섬나라이긴 하지만 아이슬란드 국민 10명 가운데 1명이 그의 데뷔 앨범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자국 내에서 인기가 있으며, 아이슬란드라는 나라 자체를 한국에서 보다 대중적으로 알린 방송 <꽃보다 청춘>에서 그의 노래가 사용되기도 하여 국내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2015년과 2017년, 이미 두 차례의 내한 공연을 가진바 있다.

Ásgeir ‘Going Home’ MV

데뷔작 <Dyrd i daudapogn>에 수록한 노래들을 영어 가사로 다시 불러서 만든 앨범 <In The Silence>(2014)에 수록된 'Going Home'은 어린 시절을 루가바키(Laugarbakki)라는 인구 40명 정도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보낸 그의 성장배경 때문인지, 목가적이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그리운 분위기가 가득 느껴지는 노래이다.

 

Kiasmos

앞서 주로 어쿠스틱 사운드를 기반으로 하는 아이슬란드 뮤지션들을 소개했지만, 사실 아이슬란드는 일찍이 비요크가 얼터너티브 록과 테크노 비트를 섞어놓은 듯한 음악을 다양하게 실험했던 만큼 전자음악에 있어서도 강세를 보인다.

Ólafur Arnalds ‘Doria’ MV
Bloodgroup ‘Overload’ MV

그중에서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있는 뮤지션, 올라퍼 아르날즈(Ólafur Arnalds)는 클래시컬한 피아노 연주에 전자음악을 가미하던 솔로 당시의 활동을 더욱 확장하여, 블러드그룹(Bloodgroup)이라는 독특한 일렉트로니카 밴드에서 활동하던 야누스 라스무센(Janus Rasmussen)과 함께 키아스모스(Kiasmos)라는 엠비언트 테크노 듀오를 결성했다.

Kiasmos ‘Blurred’(Bonobo Remix) MV

2018년 공개된 키아스모스의 ‘Blurred’ 뮤직비디오는 뉴 다운 템포 일렉트로니카로 유명한 영국 출신의 뮤지션, 보노보(Bonobo)가 리믹스를 맡았다. 여기에 미니멀하면서도 댄서블한 테크노에 맞춰 아이슬란드 전통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등장하여 다 함께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장면들로 구성되어, 예상치 못한 흥미로운 조합에 미소를 머금게 만든다. 덤으로, 키아스모스의 음악이 끝난 후 아이슬란드 민요를 부르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데, 아이슬란드가 고향인 그들의 자국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장면이다.

 

Writer

서울에서 살아가는 생활인이자,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노래로 지어 부르고, 여기가 아닌 어딘가 다른 낯선 세상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는 작업자. 다른 사람들의 작업을 보고, 듣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유유'는 한자로 있을 '유'를 두 번 써서 '존재하기에 존재한다'는 뜻으로 멋대로 사용 중. 2018년 9월부터 그동안 병행 해오던 밴드 '유레루나' 활동을 중단하고, 솔로 작업에 더 집중하여 지속적인 결과물들을 쌓아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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