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동물사전>(2016)으로 전세계 극장가에 돌풍을 일으킨 배우. 영화를 만든 데이비드 예이츠 감독의 말마따나 그는 “강인함과 연약함이 흥미로운 조합을 이루는 배우”다. 때때로 그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그가 유리처럼 단숨에 부숴져 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살인 사건을 둘러싼 미스터리한 인물(<라이크 마인드>(2006)), 어머니와 사랑에 빠지는 미국 상류층 자제(<세비지 그레이스>(2007)), 전쟁통에 만난 아가씨에게 순정을 바치는 청년(<레미제라블>(2012)), 사교적이지 못하지만 거대한 용을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아는 마법사(<신비한 동물사전>) 등으로 분해 행한 아슬아슬하면서도 절제된 감정 연기 때문일까. 특유의 마른 체형과 주근깨, 수줍은 듯한 미소와 옅은 녹색 눈동자는 변함없지만, 작품마다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등장하는 그에게 앞으로 또 얼마나 새롭고 놀라운 연기를 펼칠지 기대하는 건 당연하다. 매력적이고도 특별한 배우, 에드 레드메인이 출연한 작품 중 그가 실존 인물을 연기한 영화 세 편을 골랐다.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

My Week with Marilyn│2011│감독 사이먼 커티스│출연 미셸 윌리엄스, 에디 레드메인, 케네스 브래너

영화는 마릴린 먼로의 숨겨진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1956년 당시 ‘세기의 섹스 심볼’로 불리던 ‘마릴린 먼로’(미셸 윌리엄스)는 영화 <왕자와 무희> 촬영을 위해 영국에 방문한다. 그는 배우로서 몰지각한 행동을 일삼으며 스태프들과 잦은 충돌을 겪던 중 풋내기 조감독 ‘콜린’에게 큰 위로를 받는다. 에드 레드메인은 여배우의 화려함 이면에 가려진 인간적인 고뇌와 외로움을 유일하게 이해하고, 마릴린 먼로에게 사랑을 품는 순박한 청년 콜린을 연기했다. 그는 영화에서 마릴린 먼로와 일주일간 순수한 로맨스를 펼치며, 주인공을 받쳐주는 안정적인 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영화는 실제 <왕자와 무희> 조감독 ‘콜린 클락’의 자서전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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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한 모든 것>

The Theory of Everything│2014│감독 제임스 마쉬│주연 에드 레드메인, 펠리시티 존스

천재 우주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과 그의 첫 번째 부인 제인 와일드의 사랑을 그린 영화. 1963년 케임브리지 대학생이던 ‘스티븐’(에디 레드메인)은 신년파티에서 ‘제인’(펠리시티 존슨)을 만난다. 두 사람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지만, 이내 스티븐은 루게릭 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는다. 에디 레드메인은 현존하는 인물인 스티븐 호킹을 연기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음에도, 촬영 6개월 전부터 실제 루게릭 병을 앓는 환자와 가족, 담당 의사를 직접 만나 그들의 삶을 관찰하고 의견을 구했다. 그는 순차적이지 않은 촬영을 대비하여 장면마다 병세 악화 단계를 파악하고 이를 말하기/운동 능력/목소리 등으로 나눠 레벨을 구분하여 정리했으며, 점차 왜소해지는 스티븐을 표현하기 위해 저녁을 거르며 10kg을 감량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탄생한 그의 연기는 손가락의 미세한 떨림과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걸음걸이, 굳어지는 표정과 어눌한 말투까지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스티븐 호킹의 지난 세월을 그대로 담아낸다. 에드 레드메인은 이 영화로 2015년 ‘제87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과 ‘제72회 골든 글러브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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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쉬 걸>

The Danish Girl│2016│감독 톰 후퍼│출연 에드 레드메인, 알리시아 비칸데르

세계 최초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덴마크 출신의 화가 ‘에이나르 베게너’(이후 ‘릴리 엘베’)를 다룬 영화. 1926년, 풍경화 화가로 명성을 떨치던 ‘에이나르 베게너’(에드 레드메인)는 동료 화가이자 아내인 ‘게르다 베게너’(알리시아 비칸데르)의 부탁으로 우연히 여장을 한다. 드레스를 입고 캔버스 앞에 선 그는 이제까지 한 번도 느껴본 적 없었던 감정에 휘말리고, 이 일로 자신에게 숨겨진 성 정체성을 발견한다. <킹스 스피치>(2010), <레미제라블>(2012)을 연출한 톰 후퍼는 <대니쉬 걸>의 릴리 알베 역에 적합한 배우로 단번에 에디 레드메인을 떠올렸고, <레미제라블> 촬영 당시 시나리오를 건넸다고 밝힌 바 있다. 에디 레드메인은 감독의 신임을 등에 업고 캐릭터로 완벽하게 변신하기 위해 1년간 여성의 신체적인 특성을 연구하고 익히는 데 몰두했다. 촬영에 들어가기 7~8개월 전부터 배역에 대해 끊임없이 토론했고, 안무가로부터 여성의 걸음걸이와 몸짓 등을 배우고 익혔다. 그는 다양성이 인정받지 못하던 1920년대에 정신병자 취급을 받으면서도 목숨 걸고 여자가 되기를 바랐던 주인공을 연기하며, 누군가의 남편에서 훗날 누군가의 여인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디테일한 감정선으로 밀도 있게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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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이미지= 영화 <세비지 그레이스>(2007) 스틸컷 
본문 상위 이미지=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2016)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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