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영화에서 흔히 보는 마피아 조직과 조직원은 상당히 과장된 모습이다. 그러나 약 10년 전에 방송된 HBO 드라마 <소프라노스>(The Sopranos)에서 가장 현실에 가까운 마피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범죄 드라마 <소프라노스>의 주인공 ‘토니 소프라노’(제임스 갠돌피니)는 뉴저지 지역의 범죄조직 보스이면서도, 미국의 여느 뚱뚱한 중년 가장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부인 몰래 바람도 피우고 의욕을 보이지 않는 아들에 대한 연민도 가지며 홀로 사는 엄마에게 효도하면서 바쁜 일상생활을 보내지만, 그의 직업은 살인과 강도를 서슴지 않는 범죄자다. 그런 이중적인 생활 속에서 오는 직업적인 스트레스 때문에 정신과 치료를 받으러 다니는 토니 소프라노는 자신의 약한 모습을 부하들이 알아차릴까 봐 전전긍긍한다.

<소프라노스> 시즌 1 예고편

이 드라마는 1999년부터 2007년까지 6개 시즌 86개 에피소드로 방영되어 21개의 에미상과 5개의 골든글로브 상을 받은 화제작이었다. 평론가들은 스토리, 연기, 제작 모두 역대 최고라고 치켜 세웠으며, 2013년에는 전미작가협회, TV 가이드 모두 역대 최고의 드라마로 순위를 매겼다. 단, 논란이 하나 있었다면, 마지막 에피소드의 결말 장면이다. 라이벌 조직과의 전쟁이 끝난 뒤 소프라노 가족은 외식을 하기로 한다. 식당으로 가족들이 하나 둘 모이는 가운데, 뒤따라 들어오는 수상한 차림의 남자들이 묘한 긴장감을 조성한다. 이윽고 허겁지겁 식당으로 달려오는 딸의 모습이 보이고, 문소리를 향해 토니가 올려다보는 순간, 화면이 검게 처리되면서 10초가 지난 후 그대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다.

논란에 휩싸인 <소프라노스> 엔딩

많은 시청자들은 마지막 장면에서 토니가 당연히 저격 당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블랙 화면으로 그냥 끝나버린 것이다. 이 장면에 대해 TV 드라마 사상 가장 충격적인 결말이라는 보도가 줄줄이 터져 나왔다. 토니가 죽었는지 살았는지에 대한 수많은 질문에도 제작자들은 함구했다. 최근 한 비평가로부터 이에 대한 질문을 받은 제작자 데이비드 체이스(David Chase)는 “우리가 왜 이걸 얘기해야 되죠?”라며 또 다시 말끝을 흐렸다. 그는 2년 전 얼떨결에 처음으로 토니의 생사 여부에 대한 말을 뱉은 적도 있다. 복스미디어의 사회자가 진짜 궁금해서 묻는 것이라고 토를 달자, 머리를 좌우로 흔들면서 “아뇨, 그는 죽지 않았어요”라고 한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피했고 바로 다음 날 그의 홍보 담당자가 “토니 소프라노의 생사는 포인트가 아니다. 이 질문의 대답을 찾는 것은 무의미하다”라고 발표하는 웃지 못할 사태가 연출되기도 했다.

드라마의 첫 장면에서 정신과 의사와 상담하는 토니

항간에는 어쩌면 속편 제작을 염두에 두고 만든 오픈 엔딩일 것이라는 추측도 있었다. 토니 역의 배우 제임스 갠돌피니(James Gandolfini) 역시 2012년 <배니티 페어>와의 인터뷰에서 “<소프라노스>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 나도 “What the f—k?!” 이라 했다. 내 말은 이 모든 것과 살인 행각의 마지막 장면이 저렇게 끝난다는 말인가?”라고 말하며 허망해 했다고 한다. 그러나 제임스 갠돌피니는 2013년 가족들과 시실리를 여행하던 중 호텔에서 심장마비로 숨을 거두었다. <소프라노스> 속 토니의 생사는 고스란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