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2년 영국 식민지 시대의 미국, 매사추세츠 세일럼 빌리지에서 ‘세일럼 마녀재판’ 사건이 일어났다. 한 청교도 마을에 퍼진 마녀에 관한 작은 소문은 두려움과 무지, 그로 인한 집단적 광기로 발화해 185명이 체포되고 19명이 처형되는 비극적 사건으로 마감했다. 이후 이 사건은 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소재로, 사건이 일어난 현장은 인기 관광지가 되었다.

17세기 세일럼 마녀재판 사건으로 유명해진 세일럼 빌리지의 ‘세일럼마녀박물관’

<더 위치>는 당시 주민들의 편지와 일기장, 조사 및 재판 기록을 토대로 하여 매우 사실적으로 마녀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2015년 선댄스영화제에서 처음 공개해 호평을 받았다.

영화는 마녀의 저주에 무너지는 청교도 가족의 모습을 보편적인 공포영화의 작법을 벗어나 담담하게 그려낸다. 영화 속 대화나 기도, 생활 모습 또한 당시 사람들의 기록에 근거하여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더 위치> 예고편

미술 및 의상감독 출신 로버트 에거스(Robert Eggars)가 감독한 첫 장편으로, 350만 달러의 저예산으로 25일 만에 촬영을 끝냈다. 개봉 전 영화의 예술성을 인정받은 것과는 달리 상업성에 대한 우려가 컸으나, 미국에서만 2천 5백만 달러의 박스오피스 수입을 기록하는 대박을 쳤다. 국내에서는 극장에서 단 2회 상영해 132명의 관객만 기록하고 바로 VOD 시장으로 나왔다. 어찌 보면 긴 호흡의 TV 영화로 더 적합하기도 하다.

로버트 애거스 감독 인터뷰

이 영화를 감상하는 또 하나의 재미는 마녀가 세 종류의 동물로 현신하여 인간과 대화를 시도한다는 것이다. 검은 염소, 까마귀, 토끼인데, 그래픽이 아닌 실제 동물의 동작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 중 ‘블랙 필립(Black Phillip)’이라 불리는 검은 염소의 동작 연기가 제대로 되지 않아 대본 내용을 많이 삭제했다고 한다.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를 재미있게 본 사람이라면 이 영화의 매력을 더 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스산한 영상미, 느릿느릿 사실적으로 풀어나가는 서사, 그리고 마지막 반전까지 분명 <더 위치>만이 가진 미덕이 있다. 에거스 감독의 말처럼 “과거로부터의 악몽(Like a Nightmare from the Past)”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한 영화다.

<더 위치> 프로모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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